.jpg) 지난 2011년 출시되어 현재 범국민적인 소통의 수단이 된 카카오톡 이모티콘 성공의 배경에는 '상생의 비즈니스'가 함께였다. 웹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적절한 수입원을 찾기 어려웠던 때, 카카오 측에서 웹툰 작가들과 함께 각자의 개성이 담긴 이모티콘을 그려 판매하고 수익을 나누어 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대성공과 함께 웹툰 작가의 위상도 현격히 높아진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이 아이디어의 시작부터 기획, 설계 그리고 출시까지 성공의 결과를 만든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포도가 자라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그레이프랩도 그 배경에서 탄생했다. 그레이프랩의 대표로서도 어느덧 5년 차, 그는 상생의 비즈니스를 위한 다각도의 실험과 과정,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열심히 그 길을 달려가고 있다. 포도는 자라면서 영양분을 독식하지 않는다 그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성공으로 이득을 나눠 가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가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봤다. 이후 크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던 카카오를 떠나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SBS와 KBS의 UX 디자이너로서 안정적이었던 커리어를 뒤로 하고, 새로운 모험을 위해 초창기 10명 남짓한 작은 회사에 불과했던 카카오에 제안을 받아 입사했을 때와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영국 킹스턴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연구해 석사로 졸업한 그는 상생 가치의 실현을 위한 더 구체적인 꿈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환경에는 최소한의 부담을, 사회에는 열악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길을 꿈꾸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영국에 머무르며 시도했던 실험이 있었다. 그는 영국의 주변국들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이들을 만났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이슬람 문화의 여성들, 고유의 기술에 적합한 가치의 소득은 얻지 못하고 있던 장인 등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소수만이 이익을 독점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경제 구조에 대해 더욱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고, '그레이프'라는 이름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게 됐다. 이들이 직접 그레이프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레이프는 이름처럼 포도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으로, 그는 "포도는 자라는 과정에서 혼자만 영양분을 독식해 비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라면 옆에 새로운 포도송이를 만들면서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며 "하나의 큰 덩쿨 아래 여러 포도송이들이 함께 영양분을 나눠가지며 상생하는 구조가 된다"고 그 유래를 설명했다. 그의 석사 학위 논문의 제목도 여기에서 비롯된 'The Bunch of Grapes'였다. 그레이프 실험은 결과적으로는 여러 복합적 요인의 어려움으로 첫 시도에 그치게 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의 실험은 계속됐다.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그레이프랩의 첫 성공 그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서비스의 성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사회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처음부터 장애인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들을 잘 몰랐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온 후로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무작정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2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배운 것은 멀리서만 봐왔기에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것과는 달리,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먼저 장애인들과 벽을 세워 놓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했다"며 "그 벽을 거두고,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하는 동시에 같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마침 포도에서 영감을 얻어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는 연구소라는 의미에서 '그레이프랩grape lab'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 활동하고 있던 그였다. 그는 그레이프랩의 제품에 장애인들의 독특한 작품을 녹여내어 세상에 보여주고자 했다. 그 첫 시작이 와디즈에서 진행했던 펀딩이었다. 발달장애인 아티스트와 협업해 재생지로 만든 노트북 스탠드 제품의 펀딩을 시작했는데, 개시한 뒤로 잠깐 사이 100% 이상의 펀딩 목표치가 달성됐다. 최종적으로는 약 2천만 원의 펀딩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모두가 함께 1~2만 원대의 금액으로 제품을 사면서 결국 하나의 아티스트를 키운 형태가 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첫 시도의 성공과 함께 그 비즈니스 모델은 고스란히 이어져 오늘날 그레이프랩의 모태가 됐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꿈의 실험은 계속될 것 물론 발달장애인과 함께한 첫 실험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함께한 발달장애인은 경계성 장애인이 있는 대안학교를 통해서 채용해 접지 기법을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그 사람은 가능성이 없다며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희망이 있었던 김민양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그를 지도했다. 그 결과 판매가 가능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6개월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고, 이후로 그는 흔들림 없이 그 실력을 유지해오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그 분은 관리자의 위치에서 처음 입사한 직원들에게 접지 기법을 가르치는 역할로도 훌륭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명으로 시작해 열댓 명 남짓한 구조가 된 지금은 절반 이상이 발달장애인으로서, 이들은 김 대표의 든든한 정서적 지원군으로도 자리하고 있다. 그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회사의 미래를 진심으로 함께 걱정해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한 이들이 사회에 나와 다양한 이들과 어울리고 스스로 경제적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눈빛이 바뀌고 얼굴빛이 달라지니 자존감이 자라고,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더라"며 "사람에게는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장애인 채용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해 먼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적합한 일을 찾아주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장애인도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셜 벤처로 시작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며 달려왔지만 그의 목표는 수익 창출에만 있지는 않다. 그는 "모든 사업이 궁극적으로 수익을 향해있지만, 우리만은 진정성있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실험을 계속 해나가며 비전을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덧붙여 "경제적인 가치로서 평가하기보다, 이 회사가 퍼뜨리고 있는 가치가 무엇이며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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