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 적정 범위와 기간은?
필자는 분리조치의 적절한 범위와 기간을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종종 문의를 받곤 한다.
직장 내 괴롭힘 분리조치, 적정 범위와 기간은?
제호 : 2024년 05월호, 등록 : 2024-05-10 09: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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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분리조치의 적절한 범위와 기간을 산정하는 방법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종종 문의를 받곤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조치를 할 때 가해자의 반성과 행동 교정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선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진상 확인과 징계를 중심으로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기업 중에도 가해자의 행동 개선을 도모하는 곳이 있지만, 여력이 없거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훨씬 많다. 사건이 입증되고 가해자가 징계 조치에 수긍한다면 반성과 개선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사건 중 신고까지 가는 비중이 매우 적고,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인정되며, 인정된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권력 수준 등에 따라 징계 수위를 낮추거나 '징계 없음' 조치를 하는 사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가해자의 반성 기회를 사측이 나서서 막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분리조치 적용 시 발생하는 이슈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하는 가해자들이 대부분 권력자이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신고되거나 징계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그렇다 보니 괴롭힘이 입증된 가해자도 '운이 나빠서 걸렸다'거나 '피해자가 유난스럽다'라고 생각하며 좀처럼 반성하지 않는다. 특히나 가해자가 악질일수록 반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분리조치를 통한 피해자 보호가 유독 중요하다.

필자가 접한 사례 중에는 보호조치를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기본 원칙임에도 오히려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그것을 보호조치라고 주장한 사례였다. 특히 가해자가 권력자일수록 이런 상황이 두드러졌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부서원이 부서장을 신고하자 피해자에게 병가를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피해자가 거절하자 사측은 더 이상의 조치 없이 피해자를 방치했다. 심지어 가해자가 회사 워크숍 참석 의사를 밝히자, 인사 부서에서 피해자에게 참석하지 않아도 결근으로 처리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가해자의 편안한 워크숍 참여를 위해 피해자의 참여를 막으려 한 것이다. 


이 사건은 조사 기간과 위원회 운영 기간만 6개월 가량이 소요됐고, 이 기간에 피해자는 사업장 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분리조치를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업장,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를 포기할 때까지 가해자의 보복행위 앞에 방치한 사업장도 있다. 분리·보호조치 의무가 무색해지는 사례들이다. 

반면, 피해자 보호에 과하게 신경을 쓴 탓에 분리조치가 피신고인에 대한 가해행위로 돌변한 사례도 있다. 가해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피신고인도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이며, 우리나라처럼 허위·과장신고가 흔한 경우 '피신고인이 곧 가해자'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심지어 극단적인 분리조치가 피신고인의 자살로 이어진 일도 있었다.

이 사건의 경우 신고 접수 후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신고인이 아무도 없는 독방에 홀로 격리됐으며, 출근 시간 내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제한됐다. 독방에 홀로 격리하는 것은 교도소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악질 죄수에 대한 처벌인데, 아직 사건이 입증되지도 않은 피신고인에게 이런 조치를 한 것이다. 피해자 보호 수단이었어야 할 분리조치가 피신고인에 대한 극심한 가해행위가 된 셈이다. 



분리조치 적용에 따른 고민 
피해자도 보호받고, 피신고인에게도 가해행위가 되지 않을 적정 범위와 기간으로 분리조치를 적용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분리조치 범위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의 규모가 크고, 부서와 사업소가 여럿이라면 분리조치가 용이한 편이다. 피신고인을 다른 부서나 사업소로 임시로 발령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자가 부서 또는 사업소 직원 전체를 가해자로 신고한 경우라면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발령하는 수밖에 없다. 피해자 분리조치는 사측이 할 수 있는 최선이어야 하며 사측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수준이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든 직원이 한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다. 이 경우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이면 피신고인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조차 불가능하다면 사측이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와 피신고인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거나, 피해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방법밖에 없다. 피해자로선 사무실 반대편에서 근무하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유급휴가를 주는 조치가 휴가를 노리는 허위신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허위신고를 초반부터 거를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보니,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허위로 신고한 사람이 이를 보상처럼 누리는 것이다. 허위신고를 막을 수단이 신고 접수 단계부터 잘 적용된다면 해당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문제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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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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