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돌봄을 잇는 가족친화경영, 제도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구성원이 늘면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일과 돌봄을 잇는 가족친화경영, 제도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제호 : 2026년 11월호, 등록 : 2026-10-23 09:04:36



저출생과 고령화로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구성원이 늘면서 기업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구성원이 일과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이제 직원 복지를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됐다. 하지만 다양한 일·가정 양립 및 가족친화제도를 갖추고도 조직문화와 업무 여건 때문에 활용이 어렵거나,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은 가족친화경영은 일부 기업만의 선택이 아닌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경영 과제라고 강조한다. 박구연 이사장을 만나 가족친화경영의 의미와 기업 현장의 어려움, 제도를 실천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지원에 대해 들었다.





Q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어떤 기관이며, 기업의 가족친화경영과 관련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성평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다양한 가족이 필요한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전국 가족센터 운영을 지원하고, 아이돌봄서비스와 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돕는 가족친화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도의 안착과 기업의 가족친화적인 일터 조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돌봄과 일터의 돌봄이 함께 가야 부모의 부담이 실제로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Q 기업이 일·가정 양립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와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이제 일·가정 양립은 복지를 넘어 경영 전략입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오늘날에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만큼, 좋은 인재가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족친화적인 근무환경은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되고, 출산·육아로 인한 이탈을 줄이는 한편, 직원의 만족과 몰입을 높여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합니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직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살면서 돌봄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Q 일·가정 양립 제도가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합니까?
핵심은 '제도가 있느냐'보다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일·가정 양립 제도의 실질적 활용을 위해 기업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해야 합니다. 첫째, 직원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산휴가 후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육아휴직으로 전환되는 자동육아휴직제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둘째, 업무 공백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대체인력을 확보하거나 업무 분담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정시 퇴근과 불필요한 회의 줄이기 등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Q 가족친화경영을 정착시키려면 경영진과 HR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가족친화경영이 정착되려면 경영진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영진이 먼저 가족친화경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직접 제도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동시에 HR담당자는 가족친화제도를 설계하고 이용률과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파악해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팀장과 같은 중간관리자의 판단과 지원에 따라 직원들의 제도 활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HR담당자는 중간관리자들이 가족친화제도 이용에 따른 업무 공백을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제도를 이용한 직원이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Q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부모 돌봄과 같은 가족 돌봄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앞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의 범위를 어떻게 넓혀가야 합니까?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자녀 양육뿐 아니라 부모 부양 등 가족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직원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일과 육아'를 넘어 '일과 돌봄'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법정제도인 가족돌봄 휴직·휴가와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을 직원들이 충분히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라온디앤지라는 중소기업은 부모님 돌봄 등 가족을 돌봐야 할 때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기업 규모가 작아도 일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돌봄을 지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또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전북개발공사는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직원에게 하루 최대 2시간의 '손자녀 돌봄시간'을 줍니다. 부모 돌봄을 넘어 3세대 돌봄까지 챙기는 거죠.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올해부터 1인 가구, 무자녀, 한부모, 다문화, 장애인 가족 등을 위한 지원제도를 심사항목에 새롭게 반영했습니다. 이처럼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족친화경영의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Q 중소·중견기업이 여건에 맞게 일·가정 양립을 실천하려면 어떤 방법과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까?
중소·중견기업이 처음부터 대기업 수준의 제도를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취업규칙에 법정제도를 제대로 반영하고, 시간 단위 연차나 조기 퇴근제처럼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제도부터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나아가 가족친화인증을 준비하는 과정도 기업에 필요한 제도를 점검하고 여건에 맞게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친화인증은 기업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운영하는데, 중소기업은 일부 항목만 평가받는 '예비인증'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비인증은 중소기업이 제도 실행 항목 중 일부를 선택해 30점 이상을 받으면 부여됩니다. 예비인증의 유효기간인 3년 이내에 가족친화인증을 신규 신청하면 예비인증에서 받은 점수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외에 중소기업에는 인증 심사비를 지원하며,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가족친화인증 지원 컨설팅'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을 적극 활용해 인증 취득 부담을 덜고, 기업 여건에 맞는 가족친화제도를 단계적으로 갖춰가기를 추천합니다.


Q 가족친화인증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운영되며, 인증 후에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까?
가족친화인증 심사에서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가족친화제도 운영 실적, 직원 만족도 등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합니다. 기업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은 60점, 중견기업은 65점, 대기업 등은 70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으며, 인증 유효기간은 3년입니다. 신청 후 서류심사와 현장심사, 가족친화인증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과가 발표됩니다. 올해는 재인증 기준을 완화하고 중견기업 기준을 신설하는 등 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제도를 개편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한편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세무조사 유예, 금리 우대, 조달 가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채용 시장에서 가족친화적인 기업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아울러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제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가족친화인증을 준비하거나 유지하는 기업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기업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어려움은 제도가 있어도 증빙자료를 준비하기 어렵고 담당 인력도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증을 받은 뒤에도 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고민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단계별 지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증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예상점수 미리보기'와 '가족친화인증 지원 컨설팅'을 제공해 인증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필요한 서류와 제도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직장문화개선 컨설팅'과 '가족친화경영 멘토링'을 지원합니다. 컨설팅에서는 기업의 여건에 맞는 개선 방안을 찾고, 다른 기업의 우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를 통해 인증 취득에 그치지 않고 가족친화제도가 실제 조직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나아가 12년 이상 인증을 유지한 기업 중 선도기업으로 선정된 곳에는 특화 인센티브와 홍보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가족친화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려면 임직원의 이해와 실천이 중요할 텐데, 이를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임직원이 가족친화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 직장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 대상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이 다른데, 경영진에게는 가족친화경영이 경영 전략으로서 중요한 이유와 리더가 먼저 실천해야 할 역할을 전달합니다. HR담당자에게는 기업에 맞는 제도 설계와 운영, 인증 준비 방법을 안내하고, 구성원에게는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활용 방법을 알려줍니다. 교육은 강사가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방식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연중 무료로 운영합니다. 올해는 제도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팀장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도 새로이 만들어 기업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Q 기업들이 가족친화경영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까?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기업 간 교류와 우수 사례 공유를 위한 '가족친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 HR담당자들이 다른 기업의 가족친화경영 실천 사례를 배우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먼저 실천한 기업과 이제 시작하는 기업을 연결해 교육과 멘토링, 우수 사례 공유 등을 지원합니다. 오는 11월 4일에는 '2026 가족친화 네트워크'를 열어 기업들이 함께 가족친화 사례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지역 협력기관과 협력해 지역 중소기업까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더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경영 실천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Q 가족친화경영을 더 많은 기업에 확산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신가요?
앞으로는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의 수를 늘리는 데서 나아가 기업이 가족친화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우선 육아 친화에서 돌봄 친화로 지원 범위를 넓히려 하는데, 부모를 돌보는 직원과 1인 가구 직원까지 지원하는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기업의 부담도 줄여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 재인증 기준을 완화했으며,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사 인증을 받은 기업은 심사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인증 간 연계도 추진했습니다. 아울러 인증 이후에도 컨설팅을 제공하고 선도기업을 육성해, 인증이 끝이 아니라 가족친화경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Q 가족친화경영을 고민하는 기업의 경영진과 HR담당자에게 당부와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족친화경영을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시 퇴근을 지키고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여건에 맞는 변화부터 시도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경영진과 관리자가 먼저 제도를 활용하고,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거나 실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족친화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기업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가족친화경영의 실천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이현아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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