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 Insight와 조직건강검진센터·HCM컨설팅&리서치(이하 'H2C')는 지난호부터 H2C가 10년간 축적한 조직건강 진단 데이터를 통해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조직만족은 제자리인 반면 정서적 몰입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조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짚었다. 이번 호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직급별 차이를 함께 들여다보며, 지난 10년간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 지난 호에서 구성원이 조직과 맺고 있는 관계를 포착한 결과 구성원은 크게 세 권역으로 나뉘었다. 조직에 에너지를 쏟는 '몰입권', 회사에 남아 있지만 에너지를 거둔 '침전권', 이미 떠날 준비를 하는 '이탈권'이다. 이를 함께 성장하려는 관계, 거리를 둔 관계, 끊어진 관계로도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두꺼운 층은 침전권이었다. 퇴사하지 않았으니 이직률에 잡히지 않고, 심하게 지치지 않았으니 탈진 지표에도 나타나지 않지만, 조직에 대한 애착과 열의는 이미 거둔 사람들이다. 지난 호에서는 이들을 HR이 새롭게 들여다봐야 할 사각지대로 짚었다. 이번 호에서는 10년 치 응답을 진단 시기와 직급에 따라 다시 들여다보며, 몰입권·침전권·이탈권의 구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추적한다. 급격한 몰입권 감소와 두터워진 침전권 조직건강 진단 시기를 초기(2019년까지), 팬데믹(2020~2021년), 최근(2022년 이후)의 세 구간으로 나눠 세 권역의 비중을 비교했다. 초기에는 몰입권이 53.4%로 절반이 넘는 수치를 보였으나, 최근 구간에서는 38.5%로 비율이 대폭 하락했다. 조직에 에너지를 쏟는 구성원이 두 명 중 한 명에서 다섯 명 중 두 명 이하로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몰입권에서 빠져나간 사람들 대부분은 회사를 떠나는 대신 조직에 남았다. 같은 기간 이탈권은 24.2%에서 28.9%로 4.7%p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침전권은 22.3%에서 32.6%로 10.3%p 높아졌다. 지난 호에서 '퇴사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이라 부른 이들의 비중이 10년 사이 10.3%p 증가한 셈이다. 팬데믹 구간은 잠시 예외처럼 보인다. 몰입권은 초기와 같은 53.4%를 유지했고, 이탈권은 19.6%로 오히려 줄었다. 노동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조직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억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침전권은 22.3%에서 27.0%로 높아졌다. 억눌린 것은 이탈이었지, 침전이 아니었다. ![]() 모든 직급에서 몰입권이 줄었다 다음으로 직급별 차이를 보자. 몰입권 비중은 대리 이하 38.8%, 과장~차장 51.1%, 부장 이상 68.3%로 직급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다. 현재 비중만 보면 시니어일수록 조직에 대한 몰입이 높고, HR이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상은 주니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더하면 그림이 달라진다. 초기와 최근 사이 몰입권의 감소폭은 대리 이하 13.4%p, 과장~차장 12.4%p, 부장 이상 15.3%p로 세 직급 모두 12~15%p 수준이다. 현재의 몰입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지난 10년간 몰입이 약해진 정도는 직급을 가리지 않았고, 의외로 가장 많이 빠진 직급은 부장 이상이었다. 차이는 감소폭보다 그 이후의 양상에서 나타났다. 대리 이하에서는 침전권이 12.5%p 증가한 반면, 이탈권은 0.9%p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대로 부장 이상에서는 이탈권이 7.4%p 증가해 세 직급 중 가장 큰 폭을 보였다. 과장~차장은 침전권이 7.3%p, 이탈권이 5.0%p 증가하며 양쪽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주니어는 조직에 남은 채 마음을 거두는 '침전'으로, 시니어는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이탈'로의 변화가 더 두드러진 셈이다. ![]() 가장 많이 줄어든 지친 몰입자 지난 호에서 본 대로 몰입권에는 건강하게 몰입하는 '온전한 몰입형'과, 애착과 열의는 높지만 지쳐 있는 '몰입 소진형'이 있는데, 세 직급 모두 초기에 비해 최근 몰입 소진형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리 이하에서 11.5%p, 과장~차장에서 10.3%p, 부장 이상에서 14.7%p 줄었다. 반면 온전한 몰입형은 세 직급 모두 제자리였다. 손을 놓은 것은 온전히 몰입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열심히 하면서 지쳐 가던 사람들이 먼저였다. 몰입소진형이 세 직급 모두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이유는 심리적 계약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조직과 구성원의 계약은 모두 문서로 적히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은 저마다 장부를 들고 다닌다. 한쪽에는 자신이 투입하는 시간, 노력, 책임, 감정을, 다른 쪽에는 돌아오는 보상, 인정, 성장, 다음 자리를 적는다. 이 장부의 양쪽이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고 느낄 때 계약은 유지된다. 반대로 균형이 깨졌다고 판단하면 구성원은 투입을 줄이거나, 아예 장부를 덮는 쪽으로 움직인다. 몰입 소진형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 만큼, 기대한 것을 돌려받지 못할 때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끼기 쉽다. 이때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조직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침전은 단순한 태만이 아니라, 조직과의 관계에서 기대와 현실의 균형이 무너진 뒤 나타나는 적응 방식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장부가 어긋난 방식은 직급별로 조금씩 달랐다. 대리 이하에서는 몰입 소진형이 줄어든 폭과 침전권이 늘어난 폭이 거의 맞물렸다. 조직에서 쌓아온 시간과 경험이 적은 만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 조직에 쏟는 투입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과장~차장에서는 투입에 대한 부담은 계속되는 반면, 승진이나 성장의 기회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을 수 있다. 부장 이상에서는 높은 수준의 책임을 계속 감당하면서도, 조직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직급별로 사정은 달라도 공통점은 있었다. 지친 사람들이 다시 온전한 몰입형으로 회복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줄이거나 조직을 떠나는 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특히 시니어가 더 많이 옮겨간 이탈권 안에서는 다섯 지표가 모두 무너진 완전 이탈형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조직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관계 자체를 끊어낸 것이다. 몰입 소진형이 줄면 조직의 탈진 수치는 나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회복의 신호가 아니다. 구성원이 지친 상태에서도 조직에 쏟던 에너지를 줄인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탈진 지표만으로 조직의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계약은 호소로 복원되지 않는다 지난 호에서 우리는 '회사가 성장하면 내 몫도 함께 커진다'는 믿음, 즉 조직행동 연구에서의 심리적 계약이 크게 흔들렸음을 확인했다. 이번 호의 데이터는 그 균형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준다. 조직을 떠나는 사람보다 조직에 남은 채 에너지를 거둔 사람이 더 크게 늘었고, 이러한 변화는 특정 직급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조직이 잃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기꺼이 내놓던 사람들의 에너지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사라진 에너지가 이직률에도, 탈진 지표에도 온전히 포착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리 이하는 애초에 몰입권이 가장 얇았고, 지난 10년간 침전권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에 붙잡아 둘 방법보다 계속 에너지를 쏟을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왜 나가려 하는가'에 앞서 '무엇이 이들을 조직에 계속 몰입하게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직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주니어 리텐션 프로그램만으로 대응한다면 문제의 절반만 다루는 셈이다. 과장~차장은 몰입 소진형이 가장 두꺼운 계층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 층은 크게 줄었고, 그렇다고 온전한 몰입형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대신 침전권과 이탈권이 모두 확대됐다. 조직에 많은 에너지를 쏟던 중간관리자층의 투입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투입한 만큼 무엇이 돌아오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성장 경로와 다음 역할, 투입에 상응하는 인정이 그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장 이상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판단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온전한 몰입형은 32%로 유지됐지만, 몰입 소진형은 세 직급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이탈권으로의 이동도 가장 컸다. 책임은 여전히 큰데 다음 단계의 선택지는 좁아진 상황에서 조직과의 관계를 다시 계산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 계층 전체를 안전지대로 전제한 승계 계획과 핵심인재 관리는 재점검되어야 한다. 경력 후반의 역할과 다음 단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재점검의 핵심이다. 세 직급의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몰입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균형이 깨졌는지를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대응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호 데이터가 주는 실무적 결론이다. 다만 모든 직급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칙도 있다. '가족 같은 회사' '애사심' '주인의식'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말들은 결국 구성원에게 더 많은 투입을 요구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직과의 관계에서 균형이 깨졌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면 불균형은 오히려 커진다. 따라서 복원해야 할 것은 마음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다. 단편적인 제도나 보상을 하나 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무엇을 투입하고 무엇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그 관계의 균형을 구성원이 자신의 장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본 진단의 확장판이 궁금하신 독자 분들은 H2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