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가짜 노동이 아니다, 목적에 맞는 회의 설계법
최근 다양한 미디어와 현장에서 회의를 '가짜 노동'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의는 가짜 노동이 아니다, 목적에 맞는 회의 설계법
제호 : 2026년 8월호, 등록 : 2026-07-23 14: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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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미디어와 현장에서 회의를 '가짜 노동'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 퍼실리테이터인 필자로서는 이러한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회의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회의 자체가 아니라 회의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에 있다. 많은 조직은 회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반복해 왔고, 그 결과 회의는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회의를 향한 반감, "회의를 안 한다"는 리더들
회의를 향한 반감은 그간 기업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상장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기업의 회의문화 실태와 개선 해법'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평가한 국내 기업의 회의문화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에 그쳤다. 회의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단어 역시 '상명하달' '강압적' '불필요함' '결론 없음' 등 부정적인 표현이 91%로 열의 아홉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러니 어떤 리더들은 회의를 아예 손절하고 있다. 특히 필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적지 않은 리더가 "나는 웬만하면 회의를 안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회의를 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를 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둔 것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결정은 누군가의 머릿속에, 합의는 복도의 잡담 속에, 책임은 안개 속에 남게 된다.

시대의 공기도 회의에 우호적이지 않다. AI가 자료를 정리하고 회의록까지 대신 남기는 시대, 업무는 점점 '1인 1프로젝트'로 쪼개진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 생산성이 높아져도 조직에서 회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없애서도 안 된다. 조직이 조직인 이유는 혼자서는 내릴 수 없는 결정을 함께 내리고, 혼자 부담할 수 없는 책임을 같이 부담하기 위해서다. 그 합의와 조율의 자리가 바로 회의다. 회의가 가짜 노동처럼 보이는 이유는 회의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필요한 회의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에 무엇보다 필수적 요소인 회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회의의 본질적 특성에 있다. 회의는 마음 맞는 지인과의 담소가 아니라, 관점도 이해도 목표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야 하는 고난도의 대화 과정이다. 게다가 참석자는 감정의 동물이기에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도 엉뚱한 갈등이 불붙는다. 논리적 흐름과 감정적 배려가 동시에 필요한데, 정작 참석자 모두가 '이해당사자'라 누구도 한발 물러설 여유가 없다. 배려가 필요한 자리지만, 동시에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배려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결정적인 문제점은 회의가 높은 수준의 소통 역량을 요구하는 업무임에도,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겨우 사칙연산을 익힌 수준인데, 직장의 회의 현장은 미적분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의사결정 수준으로 구분한 회의의 유형 
2000년대 이후 회의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라는 그룹 소통 기술이 확산되면서 몇 시간씩 훈화만 듣던 회의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AI 시대에는 구성원이 회의에 투입하는 시간의 가치가 더욱 커졌고,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한 번의 회의에서 명확한 판단과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따라서 필자는 복잡한 이론 대신 회의를 목적에 따라 구분하는 간단한 기준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 기준은 바로 '의사결정 수준'이다. 회의는 누가 얼마나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리더가 이미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회의가 있는 반면, 구성원이 대안을 만들고 함께 합의해야 하는 회의도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회의 안건은 네 가지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수준은 리더가 이미 내린 결정을 지시·설득하는 경우, 2수준은 구성원의 의견을 들은 뒤 리더가 결정하는 경우다. 3수준은 구성원이 안을 만들고 리더의 승인을 받는 경우이며, 4수준은 이해관계자들이 논의를 통해 합의하고 결정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1·2수준의 회의를 '운영 회의', 3·4수준의 회의를 '아이디어 회의'라고 구분하려 한다.

이 중 운영 회의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주간 업무 회의나 데일리 스크럼처럼 진척을 공유·점검하고 다음 할 일을 나누는 자리로, 핵심은 리더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정해진 답이 있으니 길게 끌 이유가 없어, 데일리 스크럼 15분, 주간 회의도 30분~1시간이면 족하다. 

반면 아이디어 회의는 참석자의 토의·토론과 그룹 의사결정이 필요한 자리다. 목표 수립, 회고, 개선안 탐색처럼 정해진 답이 없는 안건을 다루며, 결론이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서 나와야 하기에 필요 시간이 안건에 따라 길어질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는 이 둘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짧게 끝내야 할 운영 회의를 결론도 없을 토론으로 채워 한두 시간씩 흘려보내고, 정작 토론이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는 그것이 아이디어 회의인 줄도 모른 채 목소리 큰 몇 사람의 주도로 흐지부지 끝난다. 짧아야 할 회의는 길어지고, 길어도 될 회의는 준비 없이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회의의 목적을 먼저 구분하고, 운영 회의와 아이디어 회의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유형별 회의 운영법
중요한 것은 모든 회의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이다. 회의 목적에 따라 운영 방식을 달리하고, 온라인 환경과 AI라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회의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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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희 링크컨설팅 대표 / 국제인증 소시오크라시컨설턴트(C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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