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에서 다른 세대와 잘 지내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화목이나 배려와 같은 추상적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더 본질적으로는 내가 이 조직에서 편안하게, 제대로 인정받으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구에서 비롯된다. 세대 차이는 이런 자연스러운 욕구를 흔드는 갈등 요인이 되며, 조직의 생산성, 경쟁력, 가시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jpg) 더욱 중요해지는 '세대 공존' 세대 갈등의 본질은 나이 차이가 아니라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X세대가 IMF를 겪으며 '조직에 대한 헌신'과 '안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재화한 반면, Z세대는 디지털 전환과 팬데믹을 겪으며 '워라밸'과 '개인의 성장'을 우선시하게 됐다. 두 세대는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경험을 해왔다. 따라서 회의 시간 설정부터 보고 방식, 피드백 수용 태도까지 모든 것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Z세대의 37%가 세대차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대 포용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 후에는 해당 수치가 18%로 감소했으며, 회사에서 세대 간 포용적인 업무 관행을 경험한 직원들의 경우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만난 어느 대기업 HR 조직의 팀장은 3년 남은 정년을 기다리며 전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던 선배에게 SOS를 요청했다. 그의 업무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선배는 기꺼이 서울로 올라왔고,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 늘 후배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며 배우는 자세로 일했다. 팀장은 선배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그의 사례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사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상보다 중요한 것은 영상에 드러난 진정한 '세대 간 이해와 화합'이었다. 이 사례는 세대 차이가 장애물이 아니라 상호 성장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능성을 품고 사내 세대 공존 프로그램을 설계해보면 좋겠다. 세대 공존을 위한 조직문화 프로그램 설계 조직 내 다양한 세대들의 공존을 돕기 위한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는 다음의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0단계 설계 철학 : 문제가 아닌 '차이'로 바라보기 본격적인 프로그램 설계에 앞서 "세대 차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세대 공존 워크숍을 기획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은 "세대 차이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나?"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로 이어가는 것이다. 이는 세대 차이가 '문제'라는 관점을 전제한다. "다른 세대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훨씬 좋은 접근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숙제하듯 답할 가능성이 있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각 세대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그들의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자부심을 키웠고,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로 언론에 자주 회자됐던 X세대는 직장에 들어와서는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반면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성장한 Z세대는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입시 경쟁과 취업난을 거치며 자랐다. 이들은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평가, 워라밸과 개인 성장을 조직에 대한 헌신보다 우선시한다. 이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가진 세대들에게 일방적으로 서로를 맞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다른 세대가 어떤 시대적 상황과 경험 속에서 무슨 생각을 갖게 됐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세대 공존 프로그램의 본질은 차이를 없애거나 이해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의 정신모델을 존중하면서 함께 일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1단계 진단 : 우리 조직의 세대 갈등 지점 파악하기 세대 갈등의 양상은 직무 현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제조 현장에서는 안전 수칙과 작업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두드러진다. 베테랑 기능공은 '현장 감각과 노하우'를 강조하며 매뉴얼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지만, 젊은 작업자는 '정해진 절차와 안전 규정'을 엄격히 따른다. 이는 각 세대가 경험한 산업재해 역사와 안전 교육 강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 등 디지털 기술 도입에 대한 온도차도 존재한다. 사무직에서는 업무 프로세스와 소통 방식을 중심으로 갈등이 발생한다. 선배는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결재받는 방식에 익숙하고, 젊은 세대는 문서로 정리해서 피드백을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 근무 장소와 회의 문화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어느 한편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진단 단계에서는 우리 조직의 주요 직무 현장에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두고, 왜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2단계 설계 : 세대 공감 프로그램의 3가지 요소 세대 공존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먼저,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해소하는 '인식 전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우리들의 타임캡슐'과 같은 활동을 통해 같은 시대라도 세대별로 달랐던 경험을 공유하고 그로 인해 생성된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연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세대별 선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파악, 세대를 고려한 피드백 방법, 갈등 상황 대응 시뮬레이션 등이 핵심이다. 역할극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는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다. 더불어 참석자 스스로 문제를 발견했더라도 솔루션을 스스로 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약간의 교육적 요소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은 '협업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는 실제 업무 맥락에서 세대 간 협업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대 혼합 프로젝트팀 구성, 리버스 멘토링 제도, 세대 간 아이디어 해커톤 등 실전적 활동이 중심이 되며, 어느 정도 이해와 소통 역량이 갖춰진 조직에서 지속적 변화를 만들 때 적합하다. 단일 요소보다는 이들을 조합한 통합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초기에는 인식 전환으로 시작해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최종적으로 협업 실천으로 연결하는 단계적 접근을 권한다. ... 중략 ... |
|
기사 전문은 구독권한이 있는 회원께만 제공됩니다. 먼저 로그인 하세요.
로그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