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HR Insight

글로벌 HR의 새로운 문법 ③ 연결과 성장, 글로벌 원격 조직의 새로운 공식

제호 : 2025년 9월호, 등록 : 2025-08-22 14: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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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오피스가 밀집한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지하철은 출근하려는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잠깐 경험했던 원격근무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같은 시각,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에서는 베트남 개발자가 팀 스탠드업을 주도하고, 런던의 핀테크 기업에서는 폴란드 디자이너가 신제품 기획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다시 오피스로 돌아왔지만, 세계는 이미 다른 게임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순한 근무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DNA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Problem 점차 벌어지는 한국과 글로벌의 격차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재택근무 비율은 4.1%에 불과하다. 심지어 IT·콘텐츠 업계에서도 재택근무 비율은 10% 내외 수준이다.¹⁾ 대부분의 기업이 '코로나는 끝났으니 원점으로'라는 인식 아래 오피스 근무로 돌아갔다. 반면 미국의 42%, 영국의 38%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유지하거나 완전한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다.²⁾ 이는 단순한 비율 차이를 넘어, 아예 다른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놀라운 것은 채용 시장의 변화다. 딜_Deel, 지피_G-P, 리모트_Remote와 같은 EOR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인재 계약과 서류 처리를 자동화해 초고속 채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3명 규모의 런던 스타트업이 우크라이나 개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베를린의 AI 기업이 인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독일 수준의 급여를 지급한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채용 경쟁에서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의 우수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기업인 깃랩_GitLab은 전 세계 60개국에서 1,300명의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지만, 물리적 오피스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나 언제든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AI 자동화 기업인 재피어_Zapier는 38개국에 흩어진 직원들이 AI 도구와 자동화 프로세스로 연결돼 있다. 이들에게 '출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네이버는 베트남 개발센터를 확장하고, 카카오는 싱가포르에 AI 연구소를 운영하며 글로벌 거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확장은 국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 인재들에게 더 넓은 무대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직원들이 역량을 키우고 연봉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변화에 뒤처진 채 국내 인재도, 해외 인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중 손실'의 위험에 빠져 있다.

Insight 한국의 강점과 글로벌 트렌드의 만남
한국 기업의 강점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부대끼며 만들어지는 강한 팀워크, 빠른 의사결정,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집중력이다. 이러한 특성을 버리고 해외의 원격 모델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적 강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유연성을 더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답이다.

국내 게임회사 크래프톤에서는 배틀그라운드 개발 과정에서 한국 팀이 핵심 기획과 아트를 담당하고, 미국·유럽 팀이 현지화와 마케팅을, 동남아 팀이 기술 구현을 맡았다. 중요한 결정은 한국에서 빠르게 내리되, 실행은 각 지역의 전문성을 살려 분산 처리했다. 한국의 '빨리빨리'와 글로벌의 '체계적 협업'이 만나 놀라운 시너지를 낸 것이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원 본사에서는 전략과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인도 벵갈루루에서는 AI 알고리즘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UI/UX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생태계 파트너십을 담당한다. 각 거점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된 구조다. 핵심은 '언제 모이고, 언제 흩어질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물리적으로 모여 협업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는 원격으로 분산해 일하는 방식이다. 이를 '하이브리드 스프린트_{Hybrid Sprint}' 모델이라고 부른다. 이 모델의 강점은 한국 인재들이 글로벌 프로젝트의 핵심 역할을 맡는 동시에 해외 전문가들과의 협업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인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 전체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Action AI 시대, HR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다
AI가 바꾸는 것은 업무 방식만이 아니다. 조직에서 직원의 가치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유능했다면, 이제는 '잘 연결하는 사람'이 핵심이다. 정보는 AI가 처리하고, 인간은 맥락과 의미를 만드는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HR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관리하는' 지원부서에서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변화 촉진자_{Change Catalyst}' 역할이다. 기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원격 협업 도구를 도입하며, AI를 활용한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것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 토스의 HR팀은 챗GPT를 활용한 면접 질문 생성, AI 기반 성과평가 도구 도입 등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둘째, '문화 번역가_{Culture Translator}'로서 서로 다른 배경의 팀원들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영어 통역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까지 전달하는 역할로, 예를 들어 한국 팀장이 "이거 중요해"라고 말할 때와 독일 개발자가 "Das ist wichtig"라고 말할 때의 온도 차이를 조율하는 일을 한다. 한국에서는 "이거 중요해"라는 말이 상대적으로 완곡하고, 맥락 의존적으로 들리는 반면, 독일에서는 같은 의미인 "Das ist wichtig"가 직설적이고 명확한 행동지침으로 작동하므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셋째, '의미 설계자_{Purpose Designer}'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AI가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됐다. 이때 HR은 각 개인의 일이 어떤 더 큰 목적에 기여하는지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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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영 더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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