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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환경으로 규정된다. 급격한 기술 혁신, 불확실한 시장 환경, 복잡한 이해관계, 모호한 미래 전망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jpg) 집단지성을 확보하는 방법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아니타 울리Anita Woolley 교수 등이 시행한 '집단지성의 근거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형태의 집단 과제를 수행할 때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구성원들의 평균 지능이나 최고 지능이 아니라 집단지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는 사회적 민감성Social Sensitivity과 활발한 의사소통Conversational Turn-taking이 지목된다. 즉 집단지성은 단순히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주장을 경청하며, 활발히 대화를 주고받을 때 발휘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구성원들의 인지적 다양성 확보이다. 구성원들의 사고방식, 문제 해결 접근법, 경험의 차이가 클수록 창의적 산출물이 도출되므로, HR담당자들은 채용 및 배치 단계에서 '문화적 적합성Cultural Fit'만을 강조하기보다, 차별화된 관점을 가진 인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심리적 안전감의 확보이다. 구글이 진행한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에서는 고성과 팀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 전문성이나 리더십 스타일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다시 말해, 구성원들의 발언이 평가 대상이 되거나 불안을 유발하지 않고,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의에서는 발언 내용에 대한 평가를 지양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도출되기 전까지는 긍정적인 평가조차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팀장이 첫 번째 의견에 "좋은 아이디어네요!"라는 말을 한다면 이후 발언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해당 의견보다 좋은지 자체 검열을 하게 되고, 더 낫다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아예 의견을 제시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이나 선배보다는 가급적 신입 사원부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상급자의 의견에 대한 동조를 줄이고 보다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셋째, 효과적인 의사소통 구조 형성이다. 집단지성은 단순한 의견 수집으로 끝나지 않고 토론과 비판적 검증을 통해 발전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효율적으로 수렴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게 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되어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갈등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므로, 이를 피해야 할 문제나 개인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배우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갈등이 효과적으로 조율되고 긍정적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반복한다면, 구성원들의 갈등에 대한 인식도 점차 건설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사고가 될 수도 있다 집단지성이 항상 긍정적 성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사고Group Think'는 구성원들이 합의를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비판적 사고가 억압돼 잘못된 의사결정에 이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집단사고가 더 발생하기 쉽다. 팀 회의나 임원 회의를 할 때 대부분이 침묵하며 팀장이나 사장의 이야기에 눈치를 보고 있거나, 그들의 의견에 모두 "Yes"라고 반응한다면 이는 집단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시적인 리더가 집단을 이끌 때, 구성원들의 사회적 배경과 관념의 동질성이 높을 때, 그리고 시간 압박이나 외부로부터 고립돼 충분한 토의가 일어날 수 없을 때 집단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집단사고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챌린저호 폭파 사고이다. 1986년 1월 28일 아침, 챌린저호가 발사 후 73초 만에 폭발하면서 7명의 우주인 전원이 사망했다. 고무 재질의 고체연료 로켓 오링이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로 탄성을 잃어 부품 사이를 완벽하게 접합시키지 못해 고온 압력이 새어 나오면서 폭발한 것이었다. 로켓 디자인 당시 해당 오링의 불량 및 불완전 가능성을 인지했고, 경험 많은 고무 오링 기술자가 발사 취소나 일정 조정을 몇 번이고 요청했으나, 나사NASA와 고위 관리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발사 연기가 된 상황이라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발사를 허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리더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비합리적일 수 있는 리더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강화시키는 행동을 했다. 이러한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치들이 필요하다. 우선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밝히기보다 모든 구성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나온 제안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단 내에서 비판자 역할Devil's Advocate을 부여하면 구성원들의 편한 반대와 의심을 도울 수 있다. 추가적으로 전체 집단을 여러 하위 집단으로 나눠서 하위 집단별로 토론을 진행한 후에 종합 토론을 하면 다양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다. 최종 결정 전 올바른 결정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하는 절차를 두는 것도 좋고, 외부 전문가에게 의사결정을 문의하고 평가받거나 무기명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집단지성은 단순히 '많은 사람의 의견 합'이 아니다. 심리적 안전감, 비판적 사고, 다양성의 제도화가 결합될 때 비로소 작동하는 조직적 자원이다. HR 부서는 집단지성을 촉진하는 심리적·제도적 토양을 설계하는 핵심 주체로서 채용 및 인재 개발에서 인지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성과평가에 개인 성과뿐 아니라 협력과 공유 기여도를 반영하며, 러닝 커뮤니티, 멘토링, 크로스 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조직 학습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 문광수 교수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 동기 심리학, 행동분석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직무 수행관리Organizational Behavior Management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건강심리학회와 한국시스템안전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외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문화, 안전리더십, 안전심리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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