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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0.75라는 전 세계 최저 출생률을 기록했다. 출생률은 작년보다 0.03 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선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이지만, 특히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은 많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0대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70%를 넘고, 맞벌이가 경제적으로 필수가 된 시대에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구조'는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필자 역시 30대 이후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는 주변 선배들의 고충을 보며 깊이 고민하고 낙담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1~2년 사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에 있어 정부의 의지, 기업의 참여, 사회 인식 전반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2월 시행된 육아지원 3법을 비롯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회, 주요 정부 부처들이 매 분기마다 관련 정책을 발표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하고, 실질적인 제도 도입과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조직문화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영그룹은 출산 직원에게 1억 원의 현금 지원을 선언했으며, 크래프톤 역시 1억 원의 현금과 함께 육아 서비스 지원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육아 지원 제도를 발표했다. 그 외 다수 기업들도 근무제도, 복지제도, 인사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손보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정부의 정책 의지, 기업의 실행력, 사회의 인식 개선이라는 세 가지 축이 함께 작동해야만 실현 가능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변화는 매우 고무적이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들은 어떤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어떠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jpg) 일하는 부모를 위한 지원책 일하는 부모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교육비, 출산축하금, 육아수당 등 '현금 지원', 둘째는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단축근무 등 '직접 육아할 수 있는 시간 제공', 셋째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체계 속에서 '부모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돌봄 지원'이다. 이 중 현금 지원은 단기적인 만족도가 높고 부모 입장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방식이지만, 실제로 육아 목적에 적절히 사용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고, 지급 이후에는 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피드백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비금전적 방식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1)에서도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에게 '직접 육아할 시간을 주는 제도'는 얼마나 효과적일까? 육아 시간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육아지원 3법(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은 육아휴직 사용 기간의 확대라는 큰 변화를 불러왔다. 기존에는 부모 중 한 명이 최대 1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부모가 각각 인당 최대 1년 6개월, 합산 3년까지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그동안 엄마에게만 암묵적으로 요구되던 육아휴직을 아빠도 사용하는 문화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아빠의 육아휴직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남녀고용평등 문화 조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흐름이다. 하지만 부모에게 '일하지 않고 육아에 전념할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여러 한계를 동반한다. 보통 3~5명 규모로 운영되는 팀 단위 조직에서 한 명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남은 인원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것은 물론, 업무 재조정과 내부 설득을 위한 관리자들의 관리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하게 된다. 이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팀원 간의 양보와 배려가 전제돼야 하지만, 기업의 경영 환경이나 업무 특성상 이러한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는 '육아휴직 업무 분담 지원금(동료지원금)'을 신설해 월 20만 원씩 최대 12개월간 지원하고, 기존 월 80만 원이던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은 1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파견근로자 채용 시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 현장의 공백을 해소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현재 대부분의 업무는 단순하게 나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평균 초산 연령이 32.6세를 넘긴 지금,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다수의 직원이 사원이 아닌 대리·과장급 중간 관리자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숙련 인력으로, 그들의 부재를 몇십만 원 수준의 지원금만으로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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