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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바뀔 때 우리의 ‘관계’도 바뀐다
사람간의 관계를 잇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대화'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알면서도 잘못된 대화법으로 관계를 어그러뜨리고 있다.
‘대화’가 바뀔 때 우리의 ‘관계’도 바뀐다
제호 : 2020년 05월호, 등록 : 2020-05-18 15:24:38



사람간의 관계를 잇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대화'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알면서도 잘못된 대화법으로 관계를 어그러뜨리고 있다. 이는 직장에서의 대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모호하고 원치 않는 말들을 내뱉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체 우리는 어떻게 이 잘못된 대화법을 바꿔야 할까. 대화훈련 안내자인 박재연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소장을 만나 관계를 바꾸는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기 다른 표현법, 그 시작은 대화에서 나온다
누구나 알아주는 대화훈련 안내자인 박재연 소장에게도 잘못된 대화로 인해 상처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고함이 오고 가고, 욕설이 섞이고, 물리적 폭력이 오고가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의 박 소장은 종종 고민하곤 했다. '왜 어른들은 아이에게 이렇게 폭력적이지?' 어렸던 그는 어른들의 폭력성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필요했고 그 이유를 환경에서 찾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헤어지셔서 그렇지, 우리 부모님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그의 이러한 생각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 있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친 아이들을 대하던 두 선생님의 확연한 태도 차이는 그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엄청 때렸고, 다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고 다음번에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싶어질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행동 계획을 세워오라고 했다.

동일한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선생님을 보면서 박 소장은 충격 받았고 한편으로는 분노했다. 화가 날 법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화를 내는 것은 아니며, 돈이 없어도, 이혼을 해도 아이에게 폭력적이지 않은 부모님도 있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궁금증을 느꼈다.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떤 사람은 폭력성을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비폭력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표현 방법의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박 소장은 그 원인을 '대화'에서 찾았고, 그 후로 대화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렇게 첫 걸음을 떼게 된 대화 공부는 그를 대화훈련 안내자의 길로 이끌었다. 대화훈련 안내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묻자 그는 '수동적인 교육생들이 능동적으로 변하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라고 답하며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대화 교육을 위해 한 기업을 찾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50대 상무와 30대 후반 과장이 같은 팀이 되어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을 마무리 할 때쯤 고마운 마음을 칭찬이 아닌 감사로 표현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잘했다' 대신 '고맙다'고 말하고 고마운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자리였다.

"부하직원인 과장님에게 고마움을 말하는 상무님의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상무님은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점점 말이 빨라졌는데 이를 듣던 과장님이 '아무도 모르는 노력인 줄 알았는데 알아주어 감사하다'며 울기 시작한 거죠. 결국 상무님도 함께 울고 주변 모든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

눈물을 금기시하는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로 가득찬 자리였음에도 자신들의 감정을 회피하고 억압하거나, 서둘러 눈물을 닦고 웃음으로 대체하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고 박 소장은 밝혔다.


우리를 바꾸는 대화의 태도와 표현
박재연 소장이 말한 에피소드를 들으며,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갈등들을 대화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박 소장은 태도와 표현 방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직장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태도로 가장 먼저, '효율성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대화 중간의 침묵도, 한숨도, 멍한 시선도 모두 대화에 속하는데, 얼굴도 보지 않고 목소리도 제대로 듣지 않으며 빨리 빨리만 추구하는 대화에서는 모든 걸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는 대화를 하면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이 때의 완벽한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히려 소통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다음으로는 '공격성을 인식하라'고 당부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원하지 않는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파워 오버Power Over'와 '파워 언더Power Under'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박 소장은 밝혔다. 그는 두려움과 수치심, 죄책감을 이용해 상대방을 찍어 누르려는 '파워 오버' 상사의 공격성이 드러나는 순간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파워 언더'인 부하직원들은 침묵하며 자신에게 익숙한 일,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박 소장은 '자기 비난을 멈추라'고 이야기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자기 비난에 시달리게 되고, 업무효율성도 떨어지며, 정서적으로 여과작용을 하는 '멘탈 필터링'의 오류도 생긴다. 자기 비난에 빠진 부하직원은 멘탈 필터링의 오류 때문에 상사가 세 가지 긍정적 피드백에 한 가지 부정적 피드백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것만 골라서 전체를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대화 표현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박 소장은 '원치 않는 말' 대신 '원하는 말'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각 없이 일 하지 마' 대신 '보고 전에는 나한테 중간보고를 한 번 하고 보고서에 오타가 없는 지 확인해서 가져올래?'라고, '소극적으로 앉아있지 마' 대신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리는 목소리로 한 번 말해볼래?'라고 충분히 구체적으로 원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사실 이건 기업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들 때문이에요. 어릴 때 부모님한테 '떠들지 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같은 말을 흔히 듣잖아요. '안 된다'는 원치 않는 말만 하니까, 우리는 어느덧 그런 표현들에 익숙해져 버린 거죠. 이제는 우리가 실행할 수 있고, 구체적이고, 긍정적이고, 원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박 소장이 조언한 또 하나의 방법은 '대화의 번역기'를 돌리라는 것이다. 원치 않는 비난 섞인 폭력의 말을 우리가 원하는 말로 빨리 바꿔야 한다. 이를테면 '너 바쁜 것 같다?'라며 비아냥거리는 말은 '도움이 필요하단 얘기인가?'로 바꿔보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사람의 말을 대화의 번역기를 돌려가며 들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의 말만 번역기를 돌려 바꾸면 그 관계, 특히 대화에 있어서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박 소장은 전했다.


나의 꿈? 대한민국 대화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인생의 꿈은 무얼까? 박재연 소장은 '대한민국의 대화 문화를 모두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 시작은 가정의 대화 문화를 바꾸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폭력성이 드러나는 게 아니에요. 학교 폭력, 부부 폭력,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가정 안에서의 잘못된 대화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어려서부터 학습된 폭력성들이 약자를 만날 때 불쑥 불쑥 드러나기 때문에 가정의 대화 문화가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도록 꾸준히 노력하려 합니다."  

 

이현아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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