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이 콘텐츠 기업! 구성원의 ‘부캐’ 유튜버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할 것' '유튜브할 것'이라는 내용의 밈meme이 지난해 유행한 적 있었다.
모든 기업이 콘텐츠 기업! 구성원의 ‘부캐’ 유튜버
제호 : 2021년 11월호, 등록 : 2021-10-25 18:02:18





'직장인 2대 허언'이 '퇴사할 것' '유튜브할 것'이라는 내용의 밈meme이 지난해 유행한 적 있었다. 요즘 수많은 직장인이 유튜버가 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부캐' 열풍과도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 일이 곧 정체성이 돼 버린 이들에게 유튜버는 직업과 직장, 조직구성원으로선 충분히 표출되지 않는, 또 다른 정체성을 드러낼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또 다른 정체성'을 요즘 '부캐'라 부른다. 그래서 부캐 열풍의 근간에는 자신의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 있다. 

한편 유튜브가 단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소통을 담보하는 SNS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업·기관들도 유튜브를 통한 홍보와 소통을 고려하거나 이미 그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로 MZ세대가 회사 이름을 건 콘텐츠 기획·제작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그들의 콘텐츠는 브랜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트렌디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자사 브랜딩 혁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그들의 로열티도 더 높아지는 듯 보인다.



CJ대한통운의 유튜브 채널명은 언어유희로 기업 정체성을 드러낸 '택배와따'. 콘텐츠의 주된 특징은 젊고 트렌디한 감각의 예능프로그램 형식이란 점이다. 2019년 9월 채널을 처음 개설한 이래, 지난 2년여간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콘텐츠 개발에 힘써왔다.

주력 콘텐츠 
택배와따 채널의 영상들은 TV 예능프로그램에 견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는 촬영과 편집에 영상 제작업체의 전문적인 손길을 거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매력적인 콘텐츠의 시작은 역시 기획에 있음을 증명하듯, 택배와따 채널의 영상들은 CJ대한통운이나 택배산업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클릭해 보고 싶게 만드는 주제로 시청자를 유인한다.

패션 유튜버와 헤어디자이너 유튜버를 섭외해 택배기사의 스타일을 변신시켜주는 '택미업', 개그우먼 홍윤화를 메인MC로 택배기사 추천 전국 택배 맛집 음식을 리뷰하는 '택슐랭 가이드', 택배를 받을 때 흥얼거릴 유행곡 만들기 프로젝트 '언박싱' 등 기획 자체에 신선하고 트렌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현재 최대주력 콘텐츠 '왓츠인마이박스'는 대부분의 쇼핑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요즘, 한 사람의 택배 주문내역을 보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인플루언서를 게스트로 섭외해 택배 주문내역과 실제 구입한 물건을 함께 구경하는 포맷이다. 

자연스러운 브랜딩과 인플루언서 활용 
택배와따 채널의 영리한 브랜딩 스킬은 영상 곳곳에서 돋보이는데, 모든 영상에 CJ대한통운의 서비스나 택배기사, 택배업무에 관한 설명을 적절한 타이밍에 배치한다.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은 콘텐츠에 재미를 더하고 그들의 인지도를 통해 초기 유입되는 구독자와 조회수까지 잡으려는 전략이다. 


콘텐츠 기획자는 내부 구성원
커뮤니케이션팀 양승석 과장과 정유림 대리는 방송국과 영상 제작사의 콘텐츠 기획자 출신이다. 현재 택배와따의 모든 기획을 전담하는데, 택배사업의 디테일한 영역까지 영상에 담아낼 방법을 늘 고심한다.

앞으로는 유튜브 내 '커뮤니티' 기능을 더 활성화해 업로드 전 예고, 투표 등으로 관심을 모으고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양승석 과장은 "조회수와 댓글로 매번 바로바로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라며, "유명인을 섭외한다고 반응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영상이 역주행으로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어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성이 큰 게 유튜브"라는 경험을 통한 통찰을 전했다.

그럼에도 "물류회사라 일반 소비자층과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택배와따 채널 덕에  브랜드 이미지가 젊고 친근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슬로건 'I am your Energy'에서 차용한 GS칼텍스 유튜브 채널명은 '암요에너지'. 본격적으로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18년으로, 정보 전달의 흐름이 영상 중심으로 변해간다는 인식이 GS칼텍스 브랜드관리팀에게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역할을 던졌다. 담당자는 영상 기획, 광고 집행, 시리즈편의 MC 등 다양한 임무와 역할을 소화한다. 촬영과 편집은 제작사에서 대행하기도, 사내에서 직접 하기도 한다.

단순 광고로 느껴지지 않는 콘텐츠 지향
안지훈 책임은 요즘엔 어떤 영상을 보든 유튜브에 적용해볼 만한 요소는 없는지 늘 관찰하게 된다며 부캐 '콘텐츠 기획자'로서 갖게 된 습관을 언급했다. 각종 SNS에서 유행하는 이슈나 밈meme을 파악해 영상에 녹여보려는 시도도 꾸준히 한다. "재미, 감동, 정보 중 최소한 한 가지는 얻을 수 있어 단순 광고로 느껴지지 않는 콘텐츠"가 지향점이다. 

에너지 관련 콘텐츠는 꾸준히, 임직원 출연 영상은 확대 
암요에너지 채널에는 업의 특성을 반영한 에너지 지식전달형 콘텐츠가 많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에너지식백과'는 일부 학교 수업에서 시청각 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업 연계 지식콘텐츠는 사업영역과 제품을 홍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톡톡'은 GS칼텍스 주요 비즈니스를 현업 담당자들이 쉽게 설명해주는 토크쇼로, 지식전달과 회사 사업 홍보 효과를 동시에 거둔다. 

'기웃기웃'은 '직장인 공감 토크쇼'를 표방해 본사 내에서 임직원 몇 명을 초대해 대화하는, 현재 반응이 가장 좋은 콘텐츠다. 지난해 파일럿 형태로 제작한 시즌1의 경험과 성과를 발판으로 시즌2로 복귀해 현재진행형이며 브랜드관리팀 안지훈 책임은 MC를 맡고 있다. 게스트 섭외에 어려움이 있던 시즌1에 비해 지금은 기웃기웃의 사내 인기가 사뭇 높아져 동료 추천으로 섭외된 출연진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임직원이 출연하는 콘텐츠는 점차 늘려가고 있는데, 이로써 내부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되는 효과도 얻고 있다. 


시행착오와 향후 계획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2018년, 당시 인기 예능 '더 지니어스'를 모티브로 웹예능 '후아유'를 제작했다. 다수 연예인 출연과 전문 제작진 투입으로 결과물, 조회수, 제작 과정의 재미와 보람까지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주기적 업로드가 생명인 유튜브 영상에 늘 거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할 수 없어 한계를 체감하기도 했다. 

안 책임은 "기업 채널이라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효과적일지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간단하면서 이목을 끄는 영상들도 만들 계획이라 전했다. 기업 유튜브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넘어서는 채널이 되는 것은 더 장기적인 목표다. 



현대오일뱅크의 유튜브 채널명은 '현대5일장'. 2016년 채널을 개설했지만 현대5일장으로 채널명을 변경하고 유튜브 활동의 신호탄을 쏜 건 지난해다. 영상 저장 용도로만 사용하던 유튜브를 지난해부턴 하나의 효과적인 소통 창구로 인식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담당자는 홍보팀 내 3인으로, 채널 관리부터 영상의 제작과 기획 단계에도 두루 관여한다.

유명인 협업으로 홍보 효과 UP, 이벤트·캠페인 영상도
올해 주력 콘텐츠는 '김복순의 현대오일장'과 '뜻밖의 행운 캠페인'이다. '김복순'은 개그우먼 이수지의 부캐다. 시장 기름집 사장이자 상인회장인 김복순이 온 시장을 활보하며 실제 상인, 행인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다 한 번씩 현대오일뱅크를 홍보한다. 많은 내용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게 다인데, 홍보 전략을 '각인 효과'라는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목적 하나에 집중한 채 '재미'라는 요소를 더 잡으려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전략이다. 김복순을 수많은 업종 중 '기름집' 사장으로 캐릭터화한 센스도 돋보인다.

'뜻밖의 행운 캠페인'은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방문한 고객 대상 이벤트를 영상에 담은 것으로, 대개 차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는데, 주유원을 대면하며 마스크를 꺼내 쓰는 고객들에게 깜짝 선물을 전달하는 이벤트다. 기존 팬덤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도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조원희 축구선수가 현대오일뱅크 공장에 방문해 직원들의 일일 운동 코치가 된 이벤트를 영상으로 제작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채용브랜딩
현대5일장은 채용브랜딩의 장이기도 하다. 신입사원이나 인사담당자가 직접 '채용 꿀팁'을 알려주거나 구성원 몇 명이 모여 회사생활을 주제로 대화한다.  요즘 취준생들은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선호 기업의 SNS를 가장 먼저 찾는다고 알려진 만큼, 채용 팁을 제시하는 콘텐츠 이외에 직원 브이로그 같은 영상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무환경과 임직원이 노출됨으로써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생생히 느끼게 하고, 그 과정에서 내적 친밀감도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자 친화 채널을 위해
채널 운영의 최우선 목표는 구독자들에게 쉽고 친절하게 현대오일뱅크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것이다. '알기 쉬운 수소 이야기' 시리즈에서는 현업 담당자들이 수소산업 전반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최근 선보인 최대 1분의 짧은 영상 '쇼츠shorts'시리즈의 주제는 '현대오일뱅크에 대해 몰랐던 5가지'로, 직관적이고 임팩트 있게 회사 정보를 담았다. 앞으로도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구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콘텐츠 위주로 채널을 꾸려갈 계획이다. 




종합에너지기업 한국수력원자력의 유튜브 채널명은 '한수원 KHNP'. 담당자는 홍보실 내 3인으로, 유튜브 업무만을 전담하는 인원도 한 명 포함돼 있다. 콘텐츠 소재 발굴 및 영상 기획이 전담자의 역할로, 촬영과 편집은 외부 업체에서 담당한다.

채널 담당자는 현업 부서 임직원 및 체험형 인턴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소재를 발굴한다. 늘 중심에 두고 고민하는 주제는 '사람들이 한수원에 무엇을 궁금해할지'다. 채널 담당자 중 한 명인 홍보실 신성웅 차장은 그 고민의 결과로 만들어진 콘텐츠로 '직원 브이로그'를 꼽으며, "대중들이 알고 싶어할 만한 요소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 브이로그
'한수원 Vlog'에서 본사, 발전소, 연구소, 인재개발원 등 전국 각지에 분포한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하루를 영상에 담는다. 브이로거가 될 구성원은 각 사업소 홍보실을 통해 섭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성웅 차장은 "유튜브 운영 중 가장 어려운 게 섭외"라고 토로했지만 어렵게 섭외한 만큼 보람을 많이 느끼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내부 구성원들과 한수원 입사를 꿈꾸는 취준생들이 브이로그 영상에 많은 호응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이 남긴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는 댓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수원 사업 관련 전문지식 콘텐츠  
신재생에너지나 신기술 관련 홍보, 원전 관련 팩트체크 등 한수원 사업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라 제작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상들도 자주 업로드된다.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홍보실과 관련 부서의 협업으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향성을 논의한다. 외주업체를 통해 영상을 제작하고 나면, 다시 해당 부서와 홍보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을 거쳐 최종 영상이 업로드된다. 

'소통'의 장 
한수원 전체 구성원 수는 1만2천여명에 이른다. 사업장이 다양한 지역에 분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직무도 다양한 만큼 소통이 쉽지 않은데, 특히 직원 브이로그 댓글을 통해 구성원들끼리 격려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 신성웅 차장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구성원의 아내가 남긴 댓글은 유튜브 운영 후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다. '남편 일하는 곳이 궁금했는데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돼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한수원은 대외적으로 사업과 가치를 홍보하는 데 유튜브 운영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구독자들의 댓글 반응도 꼼꼼히 살펴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사내에서도 구성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피드백을 보내는 등 유튜브 채널에 대한 내부 호응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혜진 HR Insight 기자
 
 
  • 리스트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