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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있다
2013년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있다
제호 : 2021년 10월호, 등록 : 2021-09-24 10:51:07




2013년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직장인 682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몇 시간이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평균 24분 정도 동료와 대화를 나눈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당시 해당 조사에 참여했던 직장인 중 71%는 '직장 내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결론으로 직장 내 공감,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기사였다. 필자는 해당 기사를 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궁금증이 생겼었는데, 과연 71%의 사람들이 '단절감'을 경험한 원인을 단지 '대화 시간'의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였다. 


'공통언어'의 기본 개념과 확장된 개념
조직문화를 소개하는 여러 모형 중 에드가 샤인Edgar Schein의 모형에는 공통언어Ccommon language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공통언어는 내부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한국어, 영어 등 내부 집단 간에 통용되는 언어이거나 혹은 Lingua Franca 또는 Bridge Language처럼 모국어를 달리하는 사람들 간에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말한다. 만일 서로 모국어가 다르고 상대방 언어를 전혀 모르는 IT 엔지니어 집단이 한 조직에 있다고 가정할 때, C언어를 통해 본인들의 업무 내용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면 C언어까지도 공통언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아주 크게 보자면 작전 중 은밀히 기동하는 군인들 간에 사용하는 수신호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공통언어는 내부 구성원 간에 사용되는 언어만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공통언어는 언어 그 이상의 개념을 내포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된 내부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을 이루는 요소들은 한 조직의 근원적인 문화적 가정Deeper Cultural Assumption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또 이 요소들이 근원적인 문화적 가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근원적인 문화적 가정이란, 시공간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조직 그 자체와 조직 내 일과 사람들에 대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공통의 믿음(집단적인 믿음, 가정)을 의미한다. 즉 근원적으로 믿고 있는 것들에 의해 내부적 통합을 이루는 요소들이 형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역으로 어떤 요소들이 근원적으로 믿는 것들에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이 관점에서 공통언어의 개념은 단지 어떤 언어를 쓰는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대화를 하는가 하는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바라볼 때, 우리는 한 가지 강력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바로 조직 내 구성원 간에 내부적 통합을 강화하는 언어(대화)와, 갈등을 야기하는 언어(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구성원 공통의 언어가 업무방식에 미치는 영향 : 
"일단 이렇게 하고요"

실제로 필자는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 최근까지 필자가 수행한 프로젝트 사례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조직 리더들이 필자와 함께 조직문화 분석 도구를 활용해 본인들의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본인의 조직에 필요한 변화요소를 결정하며, 결정된 요소에 대해 리더로서 가진 재량권 범위 안에서 방안을 찾아 시도하면 컨설턴트들이 해당 방안에 대해 조언하거나 지원하는 방식의 접근법으로 장기간 진행됐다. 해당 프로젝트 중에 한 리더가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방안의 사례를 공유한 적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리더는 다른 조직에 있다가 이직과 동시에 그 조직의 리더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그가 시행한 첫 단계는 당연히 담당 조직의 업무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이때 이 리더가 보인 행동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당시 그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또 그 말과 연결된 실제 업무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한 가지 현상을 발견했는데, "일단 이렇게 하고요"라는 말이 조직에서 매우 빈번히,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이 말에 주목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해당 조직은 회사 전체 사업 프로세스상에서 중간 단계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었는데, 이전 단계에서 넘어온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평가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업무 내용이나 방안을 설계하여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문제는 하나의 효율적인 절차-방법론이 확립됐을 때 지속적으로 그 방식 그대로 일하는 것까지는 괜찮더라도, 향후 문제 발생 여지가 있는 요소를 발견하거나 점검-평가 과정에서 다소 모호한 결과가 나왔을 때도 새로운 실험-평가방법을 추가로 모색하고 검증해보려는 노력 없이 "일단 이렇게 하고요"라는 말과 함께 기존 절차-방법대로만 업무를 진행하는 패턴이 모든 조직구성원들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이 리더는 그 다음 어떻게 했을까? 해당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을 불러모아 기존 업무방식의 문제를 설명하고 변화를 주문하는 대신에, "일단 이렇게 하고요"라는 그 말을 하지 않고 업무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의 변화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불과 몇 주만에 조직구성원 중 두 명이 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업무공간에서 그 둘이 함께 무언가 궁리하는 듯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었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일단이라는 말을 빼고 업무를 하려니까 '일단 넘어가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중입니다."

이처럼 그는 구성원들 간 특정한 대화 패턴과 함께 그 패턴과 연관된 특정한 일하는 방식을 발견해냈고, 구성원들의 대화에 변화를 이끌어낼 때, 암묵적으로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믿음(가정) 역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라 대화 방식의 변화를 요청했고, 결국 구성원 사고방식의 변화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효과적인 조직문화 진단법 : 
구성원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분석하라 

상기 리더의 사례는 앞서 필자가 얘기한 조직문화에서 대화를 관찰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중요성을 설명한다. 사실 조직 안에서 구성원 간 발생하는 대화의 주제나 내용 다수는 다분히 업무적인 내용이다. 보고나 평가-피드백 때문만이 아니라, 업무적 문제나 이슈의 해결, 협력·지원이나 조직 내 갈등과 관련해서도 구성원들은 글과 말을 통해 대화한다. 그리고 어떤 강력하고 지배적인 일하는 방식이나 일에 대한 믿음이 존재한다면 구성원들은 이를 글과 언어로 표출하고, 서로 공감하고 이해한다. 이것이 내부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을 이뤄내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구성원들 간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대화의 패턴이 있다면, 그 대화 패턴 안에는 그들이 공유하는 특정한 믿음(가정)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에드가 샤인이 설명하는 조직문화의 핵심 '암묵적인 집단 가정Embedded Assumptions'이 형성되는 원리가 구성원 간 일상 대화와 같은 상호작용이 특정한 내용이나 패턴으로 반복될 때라는 점을 본다면 이는 사실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는 도입부에서 언급한 2013년 설문조사에서 '단절감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682명 중 71%의 구성원들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다. 필자가 만일 시간을 거슬러 당시 설문조사를 기획한 사람이라면, 해당 구성원들이 평소 동료들과 어떤 대화 내용-패턴을 경험하는지 추가적으로 점검해볼 것이다. 그리고 해당 대화 내용-패턴이 '단절감'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역으로 대화를 주고받은 동료들은 그 대화 내용-패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왜 그러한 인식을 갖는지에 대해 확인해볼 것이다. 어쩌면 응답자들과 동료 간에는 전혀 다른 일과 조직, 사람에 대한 믿음(가정)들이 존재하고, 이것이 글과 언어로 표출됨으로써 상호 간에 '단절감'을 경험하게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기업이 조직문화를 자체 분석할 때 무엇보다도 구성원들 간 대화의 내용과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들이 업무, 사업, 동료, 리더, 팀, 회사 전체에 관해 자주 사용하는 말의 내용이나 패턴이 있다면, 왜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지 분석함으로써 그들이 공유하는 보이지 않는 근원적인 믿음Deeper Cultural Assumptions을 감지하고 그 믿음이 일하는 방식이나, 상호 교감-교류 행위로의 표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규칙없음》의 저자 중 한 명인 에린 마이어Erin Meyer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넷플릭스 구성원들의 피드백 상황 역시 이와 유사하다. 에린 마이어가 처음 그들의 피드백을 경험했을 때는 당혹스럽고 피드백을 준 당사자에게 불쾌감까지 느꼈지만, 이후 조직 내부에서 모두가 이러한 방식의 피드백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이러한 피드백 행위를 상대방과 조직 전체를 위한 일로 받아들이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이 일화를 보더라도 구성원들이 일상과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특정 대화 내용과 패턴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 조직 내에 공유되는 핵심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대화 내용과 패턴에 조직문화의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다.


대화를 위한 노력은 리더의 기본적인 자질 
특히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근무환경의 정착과 MZ세대 등장과 같은 세대 간 이슈 등이 등장하면서 더더욱 구성원 간 대화를 시도하거나 관찰하는 것을 소홀히 하는 리더들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실제 그들과 대화해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구성원과의 대화를 '정서적 교감을 위해 나누는 스포츠나 예술, 가정사 이야기 등의 개인적 대화 행위'로 인식하거나, '커피를 한 잔 곁들이며 직접 눈을 마주 보고 하는 오프라인 대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요즘 세대는 이런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재택근무 상황이 빈번해져 대화할 기회가 없다'는 이유로 대화 행위가 조직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관찰하기도 쉽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이는 리더가 조직과 사람을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으로, 리더는 조직 내 내부적 통합Internal Integration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담당하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일과 조직, 사람, 일하는 방식에 대해 어떠한 믿음을 공유하는지 그들 간의 대화 내용과 패턴을 통해 유추하려고 노력하고, 특정한 믿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구성원들과 대화해야 하며 이는 온라인·오프라인 상황이나 세대 특성과 관계없이 해내야만 하는 일이다. 

특히 최근 부각되는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문화적인 통합을 이뤄내고자 할 때,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하는 구성원들이면서도 조직 내에서 충분한 내부적 통합을 느끼고 있는 경우의 사례를 분석해 이것이 어떤 일상적-업무적 상황에서 비롯되는지, 또 어떤 대화의 내용과 패턴을 통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영규 조직문화공작소 수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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