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의 시대, 다름을 도움으로 바꾸다!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해 예측이 어려운 VUCA 시대가 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도록 도움을 주는 '퍼실리테이션'이 기업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퍼실리테이션의 시대, 다름을 도움으로 바꾸다!
제호 : 2023년 04월호, 등록 : 2023-03-24 07:56:32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해 예측이 어려운 VUCA 시대가 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도록 도움을 주는 '퍼실리테이션'이 기업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방법 등 사내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할 때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바야흐로 '퍼실리테이션'의 시대가 왔다. 퍼실리테이션은 집단이 공동의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도구와 기법을 활용해 절차를 설계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진행과정을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변화, 기업의 허리가 된 MZ세대, 일하는 방식의 변화 속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소통과 협력을 도울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를 만나, '다름'을 '다툼의 이유'가 아닌 '도움의 이유'가 되도록 하는 퍼실리테이션 활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Q. 최근 들어 퍼실리테이션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변동적이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해 예측이 어려운 VUCA 시대가 됐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심히 복잡해지다 보니 이제는 과거의 지식을 보유한 리더들이나 시니어의 경험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빠르게 수렴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비즈니스 난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경제나 지식수준이 높아져 구성원 개개인들도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 회사를 이끌어 가고 싶은 욕구가 커졌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와 구성원들의 변화를 하나로 수렴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해졌고,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도구'인 퍼실리테이션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Q. 기업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주로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까.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 이를테면 회의 진행, 아이디어 도출, 경직된 분위기와 침묵 타파를 위한 과정 등 다양한 자리에서 퍼실리테이션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퍼실리테이션의 활용 양상은 과거와 일부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단건 위주의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조직문화나 조직개발 차원에서 긴 호흡으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문제 현상을 분석하고, 제도를 설계 받고, 솔루션을 구매하더라도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만다는 것을 기업들도 이제는 깨닫게 된 거죠. 그래서 회사가 변화시키려는 부분에 대해 자체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사내에서 퍼실리테이터를 육성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Q. 사내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기업 현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다 보면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접하곤 합니다. 정형화된 도구를 사용하거나 특정 기법을 사용하는 것만이 퍼실리테이션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러한 오해를 넘어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해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퍼실리테이션의 '철학'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증상은 한 가지인데 병명이 여러 가지인 경우가 있잖아요? 만약 의사가 의술에 대한 이론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여러 가지 병명을 파악할 수 없었겠죠.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하는 방법도 똑같습니다. 조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어야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해석의 근간이 바로 철학에 있습니다. 그래서 퍼실리테이션에 관심을 가진 HR담당자 분들이라면 《학습하는 조직》 《반영 조직》과 같은 저서들을 통해 퍼실리테이션 이론과 조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을 먼저 공부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조직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현상의 이유가 특정인이나 특정 부서 때문이라고, 또는 저 꼰대나 MZ세대 때문이라고 낙인찍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함께 대화하는 이들에게 숨어있던 가능성과 긍정적 잠재력이 발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만 퍼실리테이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결국 퍼실리테이션이 지닌 근본적인 철학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데에서 나오는 시선이기도 합니다.


Q. 최근 기업에서 진행한 퍼실리테이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말씀해 주신다면.
얼마 전에 한 스타트업을 방문했습니다. 회사는 상장을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각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임원들의 전략적 방향이 너무 달라 서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틀에 걸쳐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했는데, 회사의 상태를 체크하고, 회사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묻고 투표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경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숨은 전제가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봤어요. 예를 들어 개발부서에선 영업부서가 제대로 판매를 하지 않아서 해당 아이템 판매가 저조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반면 영업부서에선 판매하기 어려운 아이템을 개발해 놓고 무조건 판매하라고 한다고 서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두 부서 모두 서로 감정이 상할까봐 드러내어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분명 상대 부서에 대한 숨은 전제를 가진 채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사고가 쌓이면 해당 부서에 대한 낙인이 되고, '우리 모두는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전제를 잊게 됩니다. 이러한 전제를 계속 되새겨주며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사실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생각의 원인을 찾으며 숨은 전제나 낙인이 없는지도 파악하면서 서로가 동의하는 지향점을 도출해 나갔습니다. 해당 기업의 경우 성공적으로 공통된 방향성을 도출했고, 이제는 임원을 넘어 구성원 개개인의 방향성과 얼라인Align하는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Q.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합니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퍼실리테이션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입니다. 퍼실리테이터가 어떠한 사항에 대해 마음속으로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그래야만 참여자들이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는 '참여자들이 답을 갖고 있다'는 전제로 퍼실리테이션에 임해야 하고, 이러한 협의의 과정을 참여자들이 함께 경험하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내 생각과 주관만 옳은 줄 알았는데, 상대방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비로소 합의의 메커니즘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퍼실리테이션의 철학적 측면에 대한 이해, 잘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를 적용할 수 있는 세부 역량들도 물론 필요하겠죠. 


Q. 퍼실리테이션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됨에 따라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은 이들이 많은데, 어떻게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는 퍼실리테이션 관련 교육을 받고, 다른 퍼실리테이터가 진행하는 과정을 참관하고, 선임자의 지도 하에 퍼실리테이션 스킬을 적용해 보고, 추후엔 단독으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해 보는 스텝으로 퍼실리테이터가 되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능력이 쌓였다고 판단되면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에서 주관하는 인증퍼실리테이터(CF)나 인증전문퍼실리테이터(CPF)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는 교육 수강, 실전 적용, 사례 작성, 면접, 시연 등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다양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퍼실리테이션 역시도 혼자서 익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통해 철학과 스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시작한다면 조직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겠죠. 


Q. 쿠퍼실리테이션에서 자체 개발한 퍼실리테이터 양성 종합과정인 '이니셔티브'가 오는 5월 200기를 맞는데, 해당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이니셔티브Initiative'는 쿠퍼실리테이션그룹에서 자체 개발한 3일간의 퍼실리테이션 종합 과정으로,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활용하고 있는 컨설팅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프로그램인데, 퍼실리테이션 프로그램만큼은 K-컬처나 K-매니지먼트에 맞는 국내 개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쿠퍼실리테이션그룹에서 이니셔티브를 자체적으로 개발했습니다. 해당 과정은 국제퍼실리테이션협회(IAF)로부터 인증받은 국내 유일의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3년 처음 시작해 이제는 총 수료생 수만 3,779명에 달하는 장수 프로그램이 됐는데, 단순히 도구나 기법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퍼실리테이션 기본 기술 학습 ▲기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 학습과 적용 ▲실제적인 워크숍 설계와 철학 이야기 등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업의 CEO, 중간관리자,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s, 강사, 교수, 종교인, 지역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이니셔티브를 수강하고 있으며, 수강 후 각계각층에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타 퍼실리테이션 과정과 차별화된 이니셔티브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다양한 조직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이니셔티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집단, 조직에서 벌어지는 이슈이다 보니 일련의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조직별로 조금씩 다른 색깔도 드러납니다. 이니셔티브에서 참여자들은 서로 다른 색깔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이들의 문제 상황을 보며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들구나' 공감하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또, 조직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이들을 보면서 동기 부여의 계기가 됐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심지어 어떤 분은 이니셔티브 과정을 통해 '세계관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전에는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남 탓을 했다면 이제는 '내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태도로 변화하게 되고, 온통 나를 괴롭히는 사람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오해였다는 점을 알게 되기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이죠.


Q. 한 번의 교육으로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갖추긴 어려운데, 이니셔티브 과정 수료 이후 지원되는 부분이나 연계된 심화 과정이 있나요?
쿠퍼실리테이션그룹에서는 이니셔티브를 수강하신 분들을 '쿠팸'으로 칭하고 있는데 쿠팸 분들이 이니셔티브를 이수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퍼실리테이션 스킬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습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퍼실리테이션을 구성하는 각 스킬들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질문의 기술> <인터랙션 스킬> <기록의 기술> <워크숍 디자인> <러닝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터 코칭> 등 다양한 심화 과정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1년에 걸쳐 조직의 구조, 시스템, 문화, 행동 등에 대해 참여적 방법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조직개발 전문가 양성 과정인 <쿠퍼 글로벌 OD> 과정도 운영, 조직개발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퍼실리테이션은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까요? 퍼실리테이션의 미래를 조망해 주신다면.
앞으로는 퍼실리테이션이 조직의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퍼실리테이터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사내 자격제도를 만들기도 하고, 외부 전문 퍼실리테이터와 사내 퍼실리테이터의 협업을 통해 역량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제는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원활한 조직 운영이 가능하고, 이것이 비즈니스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물리적인 공간도 퍼실리테이션 친화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이 나서서 강연을 하는 공간보다는 언제든지 회의와 토론이 가능한 회의 공간이 늘어날 것이고, 구성원들이 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자유롭게 움직이는 책상과 화이트보드를 비치하는 등 소소한 변화들도 이어질 겁니다. '다름을 도움으로' 변화시키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필수가 된 시대,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이현아 HR Insigh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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