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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유행세가 심상치 않다. 여름을 지나 겨울로 갈수록 변종 코로나가 더욱 급속히 확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코로나는 증세가 열감기나 독감과 유사해 테스트 키트로 검사하기 전에는 독감과의 구분도 어렵다. 직장인들은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상사의 눈치가 보여 마음껏 쉬지 못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그냥 출근하고 몸이 아픈 상태에서도 쉽게 병가를 내지 못한다. 또한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질병이면 그냥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질병에 대해 회사의 출근정책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고, 유급병가제도가 없는 경우 직원들은 대부분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그냥 출근하게 된다.
 아파도 말 못하는 직장인이 겪는 '프레젠티즘' 최근 '프레젠티즘Presenteeis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레젠티즘이란 출근해서 업무에 임하기는 하지만 질병으로 인해 완전히 일에 전념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알레르기나 감기 같은 작은 질병도 근로자의 생산성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실제로 프레젠티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 비용을 조사해보면 우리의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큰 편이다. 미국에서 조사된 프레젠티즘으로 인한 연간 손실 총비용은 1,500억 달러, 한화로는 연간 200조 원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국의 조사에서도 프레젠티즘으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총 150억 파운드, 한화로는 26조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해외에서의 조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철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철도 근로자의 50% 이상이 몸이 아파도 출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프레젠티즘, 생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연구에 실린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50% 이상이 여전히 프레젠티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출근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가를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가 전체의 50% 이상인 것이다. 이러한 출근 행위는 업무 몰입도를 저하시키고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경제적 부작용 외에도 직원의 건강 상태를 장기적으로 악화시키기 때문에 기업의 명확한병가와 출근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기업의 코로나 관련 정책은 명확히 프레젠티즘을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질병이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직원을 보호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몸이 아픈 근로자가 출근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의 여부는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프레젠티즘은 지위가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그리고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더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무리한 출근을 오로지 근로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한국산업노동학회에서 발표된 '직업환경과 프리젠티즘Presenteeism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회사가 요구하는 성과압박이 클수록 프레젠티즘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일수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없고 시간 재량권이 부족한 사업장의 근로자일수록 프레젠티즘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했다. 따라서 기업들이 무리한 성과목표를 부여하거나 고용불안정을 높이는 방식의 경영을 할 경우 아픈 근로자의 출근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규범화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의 이면에는 지속가능노동이라는 요소가 포함돼야 한다. 항상 건강한 마음과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곧 지속가능노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 확산기에 기업의 체계적 출근관리와 병가 정책이 없다면 상사 눈치를 보거나 일을 쉴 수 없는 사내 분위기로 인해 출근할 수밖에 없기에, 조직은 코로나 관련 정책을 세심하게 고안하고, 코로나 관련 출근지침을 정비해야 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난히 근로시간이 긴 국가에 속한다. 일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적은 인원으로 일을 꾸려야 하는 근무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반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맴도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긴 근로시간이다. 더욱이 회사 눈치를 보면서 주어진 휴가일수를 다 채우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정상이 아닌 데도 출근을 강행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 근로자의 생산성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직원 건강을 고려한 기업의 관리정책 필요 한국 기업들은 아직 근로시간 유연화에서 선진적인 사례로 보기 힘들다. 긴 근로시간을 성실한 근무 태도로 판단하는 문화적 토양 때문에 근로시간 유연화와 재택근무 같은 유연한 근로 형태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유급병가를 보장한 10인 이상 사업장은 전체의 7.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은 몸이 아프더라도 무리하게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프레젠티즘으로 인한 생산성의 저하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부터는 직원의 건강을 고려하는 기업의 세심한 관리정책이 필요하다. 몸이 아파도 직원이 병가를 내지 않는 것을 직원의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기업은 우선 직원들이 무리하게 긴 근로를 연속해서 하는 경우를 조사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소 휴가일수, 결근이나 병가에 대한 기록들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부서별로 일이 몰리는 시기가 되면 무리한 작업으로 프레젠티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번번아웃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점을 비추어볼 때, 질병은 단지 신체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계속 근로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된 경우에도 프레젠티즘에 포함돼야 한다. 이제 국내 기업도 지속가능한 노동환경을 생각할 때가 됐다. 기업이 먼저 나서서 병가와 출근정책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근로자들에게 제시하고, 이들이 아픈 몸과 정신을 이끌고 출근해 영혼 없이 일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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