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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세상을 VUCA의 시대라고 부른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로,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운 미래를 뜻한다.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확실성을 다루기 어려워하는데, 규모가 커질수록 분업화와 역할의 세분화로 업무 효율은 높아지는 반면, 변화 적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것들이 현실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그 변화를 수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그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장의 실무진은 매일 작은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이들은 문제와 기회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해결책을 찾아낸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서 시작한다. 현장의 작은 어려움을 해결하다 보면 큰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이는 조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 '52g' 홈페이지 메인 화면 현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52g' GS그룹의 '52g' 프로그램은 현장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52g는 'Open Innovation GS'의 약자로, 현장에서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발적 변화관리 활동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100% 신청 기반으로 운영되며, 노 코드, 생성형 AI, 디자인 씽킹 등 혁신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배울 수 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 보는 액션 러닝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52g의 비전은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GS그룹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한 신입 직원이 발전소 출입 프로세스를 개선해 전체 출입 효율을 75% 향상시켰던 사례는 현장의 작은 변화가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0년에 시작된 52g 프로그램은 누적 4900명 이상의 구성원이 참여하며 그룹 디지털 전환의 허브로 성장했다. 현재 22개 계열사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4~50개의 현장 디지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조직에 쌓이면서 시작됐다.  ▲ GS그룹 해커톤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모습 더 많은 아이디어가 수면 위로 올라오도록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보배를 만들기 위해선 구슬 서말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기업은 조직의 합의를 통해 너무 적은 수의 옵션을 고르고, 불확실한 계획 한 번에 너무 큰 투자를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수면 위로 올라와 빠르게 검증되고, 더 좋은 기회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7월, 제 3회 GS그룹 해커톤이 개최됐다. 해커톤은 1년에 한 번씩 자발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직원들이 모여 현장과 고객의 문제를 나누고 이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함께 구체화해 보는 그룹의 혁신 행사다. 매년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는데, 올해는 생성형 AI를 주제로 삼았다. 이틀간 진행된 이 해커톤에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건설 등 19개 계열사, 351명이 참여해 83개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호텔 컨시어지 챗봇, 현장 작업 레슨런 조회 서비스, 새로운 형태의 검색엔진 등 현장 구성원의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현장 구성원의 고민이 담긴 다양한 AI 아이디어는 52g의 도움을 받아 작고 빠르게 현실화될 예정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변형되거나, 재정의되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타나겠지만, 이를 통한 레슨런과 한 뼘 성장한 구성원들은 GS그룹이 AI First 조직으로 도약하는 토대가 된다.  ▲ 해커톤에 참여한 GS그룹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각 계열사 CEO들의 격려사 변화는 구성원들의 참여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스스로 조직의 변화를 촉진하고, 구성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레는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52g 전담 인원들을 '이노베이션 퍼실리테이터Innovation Facilitator'라고 부른다. 변화는 현장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이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52g를 벤치마킹하러 오는 HR담당자들이 우리의 비전, 일하는 방식, 핵심가치를 어떻게 전파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에 대해 필자는 "우리 스스로 이렇게 일해서 가치를 낼 수 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핵심가치를 조직에 전파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답한다. 변화에 대한 임직원의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은 새로운 서비스를 창업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만약 우리가 전 재산을 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내 맘대로 서비스를 만든 뒤 시장을 찾아다니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의 변화 역시 그래야 한다. 시장이 없으면 서비스가 성공할 수 없듯이 모든 일은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터에 젖어 들어가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살피고 친구가 되어 공감대를 쌓는 것이 먼저다. 동료들을 변화시킬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진정한 친구가 되길 바란다. 현장 곳곳에 숨어있는 페인포인트Painpoint는 변화의 필요성과 힘을 깨닫게 해줄 좋은 기회의 영역이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KPI에 반영해 혁신을 의무화하고 과제를 할당하고 상을 주는 일은 쇼핑몰에서 순방문자수(UV)를 높이기 위한 1+1 쿠폰을 발행하는 것과 같이, 쉬우면서도 공허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두렵더라도 스스로 우리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사람의 수를 늘려나가야 한다. 나아가 변화를 제 일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오가닉한 성장을 이루는 것, 지속 가능한 성장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결국 구성원에게 얼마나 몰입되고 일관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느냐로 이어진다. 조직을 침묵에 빠지게 만드는 혁신의 무한 루프를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잠들어 있는 열정을 다시 깨우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는 늘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멋진 이노베이션 퍼실리테이터로 성장할 여러분의 여정을 응원한다. * 김진아 상무는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정보미디어를 전공했다. 몇 차례의 창업과 전략, 혁신 업무를 통해 기업의 변화관리에 관심과 연구에 몰두해 있으며, 현재 GS그룹에서 52g와 현장의 디지털 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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