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인게이지먼트를 북돋는 인터벤션 설계와 실행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시대부터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까지 최근 조직 및 인사와 관련한 키워드들을 보면 사람들의 일에 대한 가치와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구성원의 인게이지먼트를 북돋는 인터벤션 설계와 실행
제호 : 2023년 04월호, 등록 : 2023-03-23 15:12:11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시대부터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까지 최근 조직 및 인사와 관련한 키워드들을 보면 사람들의 일에 대한 가치와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조직과 구성원 사이에 서로 지키고 제공해야 하는 상호 의무와 권리에 관한 묵시적인 계약인 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의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새 시대에 걸맞은 인재의 조건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레이먼드 노 교수는 지식경제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전문성 개발에 방점을 찍는 '새로운' 심리적 계약New Psychological Contract을 맺게 될 것이라고 일찍이 예견했다. 그것은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단순히 주어진 일을 정해진 방식으로 하는 것이 아닌 높은 몰입 상태에서 혁신적인 방식으로 일할 것을 요구하고, 구성원들은 그 대가로 노동시장에서 개인의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과 경력개발의 확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혁신적인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의 몰입을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고 한다. 인게이지먼트는 활력, 전념, 심취로 특징지어지는 긍정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일과 관련된 심리 상태를 말한다. 기존의 직무만족, 조직몰입, 플로우 등의 개념들이 특정 정서적 혹은 인지적 측면의 일부분만을 강조해 왔다면 인게이지먼트는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에너지를 모두 포함하는 상위의 직무 태도를 개념화한 것이다. 지난 이십여 년간의 광범위한 실증 연구를 통해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구성원들은 행복하게 일하고 높은 수준의 성과를 일관되게 만들어내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구성원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고 H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벤션의 현실적 어려움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임직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업무에 관련된 범위를 뛰어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직무를 재설계하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를 진행하다가 어떤 문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높은 수준의 인게이지먼트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게이지먼트 관련 연구 결과들은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구성원들이 잡 크래프팅을 원활하게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벤션Intervention'을 제공할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처럼 직무 범위와 요구되는 행동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면서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범위를 넘어서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특히 직무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서 리더의 업무에 대한 통제권이 높고 조직 구조가 촘촘히 짜인 관료제 조직에서의 잡 크래프팅은 자칫 인게이지먼트가 높은 직원들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냉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적절한 인터벤션 실행법
미국 행정부는 현업에서의 잡 크래프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오픈 옵스Open Opps'라는 인터벤션을 통해 잡 크래프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왔다. 오픈 옵스는 미국 행정부 직원들이 자신의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정해진 업무량의 최대 20%의 시간을 다른 부서에서 임시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행정부 직원들이 오픈 옵스 홈페이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업무 혹은 현재 업무에서의 전문성을 추가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자유롭게 지원하면 직속 상사의 승인 하에 잡 크래프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픈 옵스를 통한 잡 크래프팅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고 ▲다양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으며 ▲현재 자신의 업무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2013년에 시작된 오픈 옵스 제도는 현재까지도 구성원들이 인게이지먼트를 촉진하며 일할 수 있는 경력개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픈 옵스의 사례는 HR담당자들이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위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인터벤션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먼저,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적절한 업무 환경이 존재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사실 구성원들의 인게이지먼트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인터벤션들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태도와 행동을 바꾸도록 교육훈련, 코칭, 피드백 등을 제공하려는 시도들이 많았다. 하지만 몰입형 인사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혁신, 조직 및 상사의 지원 등과 같은 업무 환경의 뒷받침 없는 개인 수준의 인터벤션은 열심히 일하는 구성원들을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종국적으로는 번아웃으로까지 내몰 수 있다.

또한 인게이지먼트 인터벤션의 설계와 실행은 구성원들이 그 변화의 과정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조직개발을 채택해야 한다. HR 분야의 고전 《HR Champions》에서 데이브 얼리치는 전략적 파트너, 변화주도자, 행정전문가, 구성원 옹호자로서의 HR의 다양한 역할을 강조했다. HR의 역할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가 주로 전략적 파트너 및 변화주도자로서 경영전략과 HR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탑다운Top-down 방식의 변화관리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구성원 옹호자로서의 HR은 인게이지먼트를 위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바텀업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경영진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의 사회 및 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조직과 구성원 사이의 심리적 계약이 갱신되어야 할 필요성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인게이지먼트 인터벤션을 통해 업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구성원 옹호자로서의 HR담당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 권기범 교수는 텍사스 A&M-커머스 대학교 인적자원개발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전자 인재육성그룹에서 근무했다. 그 후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인적자원개발 및 조직개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게이지먼트와 조직개발을 주제로 《Human Resource Management Review》 《The Journal of Applied Behavioral Science》 등 주요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고, 현재는 인적자원개발 분야 최고 권위를 가진 《Human Resource Development Quarterly》 저널의 부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기범 텍사스 A&M 커머스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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