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패러독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경쟁환경의 기업경영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했지만 특히 기업경영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되면서 20세기 초 대량생산과 함께 시작되어 지난 100여년간 지속되어온 현대 경영의 펀더멘털을 바꾸고 있다.
초연결 패러독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경쟁환경의 기업경영
제호 : 2022년 05월호, 등록 : 2022-05-11 15:49:06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했지만 특히 기업경영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결합되면서 20세기 초 대량생산과 함께 시작되어 지난 100여년간 지속되어온 현대 경영의 펀더멘털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 기업들에게 '초연결의 패러독스'라는 난제를 초래했다. 세계화를 통한 모든 지역과 국가 간 경계 없는 전방위 초연결이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바이러스와 같은 부정적 요소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게 됐지만, 초연결이 가져온 전대미문의 성장을 고려할 때 쉽게 끊을 수도 없는 패러독스에 빠진 것이다.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불과 2~3달 만에 전 세계로 퍼진 것은 중국이 세계 각 지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를 경계 없는 하나의 완전경쟁시장으로 만든 세계화를 통해 국가 간 초연결구조가 형성돼 세계경제는 전대미문의 급성장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연결통로를 통해 코로나19도 단숨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제 이 글로벌 초연결 구조를 해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장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팬데믹과 같은 위험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 패러독스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경쟁환경에서 경쟁우위 차지하기
그런데 기업들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잠재력이다. 팬데믹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도한 화상회의 등에서 예상과 달리 비대면 경영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 결과 부분적으로만 적용되어 오던 4차 산업혁명이 갑자기 가속화되면서 총체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연결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의장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고 세상을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창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기업이 기존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집중하던 과거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과 초지능을 활용해 끊임없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우위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는 경쟁을 벌이는 '초경쟁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초경쟁환경에서 경쟁우위를 위해서는 어떤 경영방식이 필요할까?


사람경영의 핵심, 민첩성 
사람경영의 핵심은 민첩성이 될 것이다. 민첩성은 대량생산시대의 가치인 효율성을 대체하는 새로운 핵심가치이다. 20세기 산업사회형 대량생산은 환경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 그리고 산업 간 명확한 경계를 전제로 한다.

반면 초경쟁환경은 미래 환경을 예측할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성, 환경이 수시로 급변하는 불안정성, 그리고 산업이나 시장, 기술분야 간 경계파괴가 특징이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예측 못한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 각자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민첩성이다. 민첩성 중심의 사람경영을 위해서는 전사가 큰 방향과 원칙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공유하고, 각 현장 단위를 고도로 임파워링하며, 적극적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도록 권장하는 행동지향성을 강조해야 한다.


초경쟁환경의 조직, 모듈형 조직
초경쟁환경의 조직설계는 모듈형 조직이 될 것이다. 기존 피라미드형 조직의 설계원리는 철저한 수직적 상명하복과 수평적 분업에 기반한 기계적 구조이다. 따라서 각 조직단위는 기계의 부품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기계적 조직은 구조적 경직성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사가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으므로 한 부분의 문제가 전체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반면 모듈형 조직은 각 단위가 한 가지 특정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복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독립적 모듈들의 집합체로 구성된다. 모듈 간 관계는 환경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헤쳐 모여'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특정 기능을 담당하던 모듈이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예상 못한 환경변화로 폐쇄되면 다른 모듈들이 신속하게 기능을 전환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조직은 중단 없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중심성으로의 전환 
전략적 관점에서 초경쟁환경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고객중심성으로의 전환이다. 고객중심성은 AI나 빅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개별 고객 각자의 수요 전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주게 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고객중심성 전략에서는 동일한 상품을 모든 소비자에게 획일적으로 제공하던 대량생산에서 탈피해 각 고객에게 서로 다른 상품과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고객중심성의 대표 기업인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의 서비스를 사용해보면 AI가 각 고객의 소비 취향과 선호도를 정확히 파악해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알아서 추천한다. 전통적 제조업체 중에서도 나이키는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에 'Digitally Enabled, Customer-Centric'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언하고 나이키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고객중심성을 실행해 팬데믹 와중에도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이상 살펴본 3가지 새로운 경영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은 치밀한 계획에 기반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환경 변화의 성격은 정반대로 최대한 신속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환경변화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기업들의 조직변화도 최대한 신속해야 한다. 나이키의 신임 CEO인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지난 2019년, 취임하자마자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며 60년 된 거대 글로벌 기업을 단 1년 만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도 2020년 초에 제조업을 탈피해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근본적 변신을 단 3년만인 2022년 말까지 완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나이키나 도요타의 최근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환경 변화의 시급성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서둘러 기업경영의 DNA 자체를 제로베이스에서 근본 재검토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100여년 만의 역사적 대전환기이다. 


* 신동엽 교수는 미국 예일 대학에서 거시 조직이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적 매니지먼트 학술지인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와 《Organization Science》 그리고 문화예술 학술지인 《Poetics》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고, 《초연결 패러독스 :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와 전략》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등을 비롯해 많은 책을 저술했다. 한국인사조직학회장과 서울스프링 국제실내악축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미래 경영패러다임, 4차 산업혁명, 변화와 혁신, 전략적 리더십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신동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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