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정, 그리고 성과급
MZ세대가 구성원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MZ세대와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MZ세대, 공정, 그리고 성과급
제호 : 2021년 12월호, 등록 : 2021-12-02 17:44:19



MZ세대가 구성원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MZ세대와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조직 내 세대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고 MZ세대를 담아낼 수 있는 조직문화의 정립은 대부분의 기업에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되었다. 특히 기획,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경영관리, 경영지원 등 사무연구직에 종사하는 우리나라 '화이트칼라' MZ세대 직장인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들이 MZ세대가 좀 더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성과평가와 보상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성과급 논란에 불을 댕긴 SK 하이닉스 사태
올해 초 성과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SK 하이닉스의 논란은 1월 28일 발표된 연봉 20% 수준의 성과급 지급에 대하여 직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급기야 한 4년차 직원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규모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면서 촉발됐다. 단 2주도 안 되는 시간동안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 연봉반납 선언과 이석희 사장의 해명문 및 개선방안 발표, 노조와의 전격적인 합의를 통하여 영업이익 10%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산정방식으로의 변경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SK하이닉스 성과급 사태의 시작과 마무리는 다른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무랄 데 없이 논리적이지만 건조했던 이석희 사장의 2월 2일 최초 해명문은 사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논란은 최초 해명문이 나온 지 불과 2일 만에 이 사장이 두 번째 해명문을 발표하고서야 잦아들었다. 최초 해명문과는 달리 두 번째 해명문에서 이 사장은 '공정'과 '소통'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첫째, '이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이익 기준의 PS 지급기준을 고민하겠다'와 둘째, '구성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구성원들의 불만과 혼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경영진이 성과급 산정근거를 투명하고 설득력 있게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번째 발표문의 방향은 적절하다고 본다.


MZ세대의 공정 그리고 보상 
그렇다면 MZ세대가 원하는 공정한 보상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MZ세대의 공정은 철학적인 차원이라기보다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매우 실용적인 차원에 가깝다. MZ세대는 '교환'이라는 틀로 세상을 본다. MZ세대에게 직장에서의 보상이란 본인이 제공한 노동(시간, 노력, 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대가이며, 그들은 이 교환관계를 공정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필자는 기업의 사무연구직에 종사하는 화이트칼라 MZ세대가 시스템의 공정성에 민감한 원인을 그들이 성장과정의 단계마다 겪어온 일련의 혹독한 평가과정과 격심한 토너먼트 경쟁에서 찾고 싶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과 치열한 입시경쟁을 이겨내어 좋은 대학에 입학한 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좋은 기업에 입사한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 평가와 경쟁은 일상이 됐다. 자신들이 쌓아온 노력과 능력을 등에 업고 기나긴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 능력주의는 신성불가침의 시대정신이 된다. 

요즘 대학생들이 팀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것보다 개인의 성과인 시험에 의한 평가를 선호하듯 MZ세대 직원들은 회사에서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기업에서 개인성과가 연봉급에 반영되는 정도가 미미하고 대부분의 성과급은 조직이나 전사성과급에 근거하여 획일적으로 결정되어 지급되고 있다. 성과급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성과급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전사성과급 위주의 획일적인 보상에서 탈피해 개인의 성과측정과 보상 간 연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 


개인성과 반영과 보상 절차의 공정이 '중요' 
MZ세대의 성과급 지급에 대한 공정성 요구에 직면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성과급 개편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기존의 단위조직 성과를 기초로 산정되었던 성과급을 전사성과에 연동시켰고, SK이노베이션은 직원성과급의 지표로 주가수익율을 추가하는 등의 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성과급 기준을 전사성과로 할 것이냐 부문성과로 할 것이냐는 명확한 장단점이 있는 결정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저성과 부문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업황이라는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문성과를 상대적으로 운의 영향을 덜 받는 전사성과로 대체함으로써 일부 직원들의 공정감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직원 입장에서 전사성과는 더 통제 불가능한 성과다. 직원 입장에서 주가수익율이 성과급 KPI에 포함된다는 것도 신선하기는 하나 통제가능성 원칙에 비춰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정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성과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개인성과가 아니라 사업부 등의 단위조직이나 전사성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성과급 비중이 상당히 높은 삼성계열사조차 고성과부문의 저성과자가 저성과부문의 고성과자보다 총 연봉이 항상 크게 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손대지 않고서는 매년 초 계속되는 대기업 성과급 논란은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 등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에서 보듯 조직이나 회사의 성과가 아닌 직원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고 보상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관리자에 의한 부하직원 평가 및 피드백에 대한 많은 투자가 필수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MZ세대에게는 수직적 혹은 수평적 보상 격차로 표현되는 보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즉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가 더욱 중요하다. 


MZ세대는 시스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납득시키고 불편한 얘기라도 진정성 있고 투명하게 소통하면 설령 그들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쿨하게 인정하고 이해하는 큰 장점이 있는 세대다. 화이트칼라 MZ세대의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욕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MZ세대 직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보상 실무를 실행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신재용 교수는 미국회계학회(AAA)에서 발간하는 관리회계분과 학술지 《Journal of Management Accounting Research》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기업의 성과평가와 보상, 지배구조를 주제로 세계적인 경영학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연구분야 저명교수를 역임했다. 오는 12월 MZ세대와 보상공정성에 대한 저서 《공정한 보상 : 왜 MZ세대는 보상에 분개하는가?》를 출간할 예정이다.
신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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