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체계 개편, 왜 지금 시작해야 하나
보상체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개선점과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보상체계 개편, 왜 지금 시작해야 하나
제호 : 2022년 03월호, 등록 : 2022-02-25 10:49:49





보상체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개선점과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와 완벽한 논리로 보상체계를 변경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보상체계의 변화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불이익이라고 생각하거나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갈등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쉽게 보상체계를 변경하기 어려운 이유이며, 개별 기업의 필요에 의해 선제적으로 변경하기보다는 트렌드를 따르거나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환경변화 등에 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보상체계 변화
역사적으로도 보상체계는 경제적, 사회적 변혁기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어왔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연공중심 보상체계에서 성과연동 연봉제로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보상체계 변화는 IMF가 요구하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거대한 담론과 함께 당위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변화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당시의 충격과 절실함이 없었더라면 보상체계의 변화는 더욱더디어졌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80년대 후반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함께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상승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당시 기업은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했고 그 결과 기본급 상승은 억제하는 대신 상여금과 각종 수당, 복리후생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서구의 산업화 과정에서도 기술과 경제의 변화가 보상체계에 미친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20세기 초 컨베이어벨트 생산방식으로 대표되는 '테일러-포드주의'로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지면서 직무의 특성과 시장가치가 반영된 직무급이 급속히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개인별 작업량이 측정 가능해짐으로써 개인성과가 구분되고 이에 따라 보상을 차등하는 현대적인 성과급제도가 도입됐다.

생산량이 곧 성과로 이어지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시대를 지나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 사업 다각화, 신규사업 투자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리스크를 동반하는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면서 경영진의 성과급, 스톡옵션의 비중을 높이는 보상체계가 보편화됐다.

우리나라는 짧은 산업화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반면 보상체계의 변화는 더딘 편이다. 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적합한 보상체계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연봉제가 본격 도입된지 20년이 훌쩍 지났으나 여전히 연공기반의 보상체계 또는 연공적인 요소가 보상체계에 남아있고, 직무급도 그간 논의에 비해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앞서 언급한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상여금, 각종 수당, 복리후생도 의미는 퇴색되었으나 지금에 와서 줄이기는 어려워 관행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보상체계의 변화가 느리다고 당장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보상체계가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절대적인 임금 수준이 높으면 보상체계의 불만은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여러 환경요인의 변화를 종합해볼 때 역사적 변혁기 못지않은 경영 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시점에서 보상체계에 숨어있는 잠재적 이슈들을 파악하고 회사의 특성에 맞게 개선을 준비한다면 보상체계 변화 타이밍을 실기하지 않고 갈등과 혼란도 최소화할 것이다.


보상체계에 영향을 미칠 변화
그렇다면 보상체계에 영향을 미칠 환경변화들은 어떤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환경요인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경제적 변화 경제적 환경변화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성과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생산성지수의 변화를 보면 최근 5년간 금융·보험업, 제조업, 도소매업의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최근 5년간 한계기업 비중도 증가해2020년 기준 18.9%로 5개 기업 중 1개 기업은 3년 연속 영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기업마다 임금지불 여력의 편차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보상체계가 같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과 산업의 경우 구직자의 선호도가 높고 산업 내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높은 임금으로 인재유치·유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기준, 인재육성에 과감한 투자 등 임직원의 신뢰를 높이고 가치를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임금으로만 인재를 확보하려 하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경쟁사나 다른 산업에 인재를 빼앗길 확률이 높아지고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을 때 인재 이탈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한계기업의 경우 재투자가 어렵고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도 우수인력을 유치·유지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워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높은 임금수준보다 자율적 근무환경, 인정과 칭찬을 유도하는 제도·조직문화와 같은 비금전적 보상도 보상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로써 중요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업이 한계 상황까지 봉착하게 되면 자율, 인정과 칭찬에 인색해져 인재가 이탈하고 좀처럼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보편적인 보상체계는 없다. 산업과 기업이 처한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인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적자원관리 전략과 보상체계의 유연함이 반영되어야 한다. 

사회적 변화 보상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측면의 큰 변화는 근무시간과 근무형태의 변화이다. 주 35시간 근무가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선제적으로 주 35 근무시간을 적용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근무를 원칙으로 하거나 거점·공유 오피스를 활용해 근무환경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서론에 언급했던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전통적인 제조·생산 관점에서는 투입시간이 곧 성과로 이어지고 투입시간에 따라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관점이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근로시간에 일하지 않거나 하루 8시간보다 더 적게 일함에도 급여를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또는 더 많이 받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재택이나 원격근무 하에서는 직원이 8시간을 일했는지 그보다 적은 시간을 일했는지 혹은 많은 시간을 일했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친교, 개인 성격이나 일상 태도 같은 일 외적 측면의 바이어스가 제거되고 오롯이 일의 성과로 직원을 판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시간을 측정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으니 동일한 시간을 일해야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논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근무지가 어디든 근무시간이 어떠하든 성과를 내는 사람이 우수한 직원이다. 오랜 시간을 투입해 성과를 냈다면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하고 적은 시간을 투입하고 성과를 냈다면 우수한 역량에 대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따라서 보상체계는 개인의 탁월한 성과에 대해 그 시기나 조직의 성과와 관계없이 인정하고 수시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었을 때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거나 직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주지 않고 인적자원관리 철학과 운영의 영속성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성과를 걱정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 대해 보상하는 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기업은 적잖은 혼란과 거부감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로 불편함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어진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것 역시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술적 변화 디지털 기술의 광범위한 적용과 발전으로 기업 내 일하는 방식과 인적자원관리의 변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앞선 경제적, 사회적 환경변화 역시 디지털 기술이 매개가 되거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산업과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기술이 핵심역량으로 자리잡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 산업과 제품 간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더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기업 내부의 일하는 방식 역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효율화되고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 인력 투입의 양 또는 근로시간을 줄이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인력운영의 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 내 일하는 방식의 질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관심과 주목을 받는 주제가 인공지능의 발전이다.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체해 의사결정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인 의문까지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미 데이터 분석 및 예측 기술이 기업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가 의사결정의 속도나 타당성을 높이는 도구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의사결정 역할은 경영진의 역할과 보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조직에서는 높은 위치로 갈수록 복잡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 복잡한 의사결정에는 남다른 지식과 지능이 요구되고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경영자는 개인의 역량과 책임만큼 높은 보상을 받는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예측, 리스크를 헷지Hedge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면 경영진의 역할은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질 것이다. 물론 성과와 조직관리를 책임지는 경영진 고유의 역할이 있으므로 인공지능이 그들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경영진 포지션이 필요한가에서부터 모든 경영진이 높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 있을 수 있다. 경영진 포지션의 직무가치와 임금의 연계성이 보다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이다. 과거에는 임원이 됐다는 것만으로 조직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예우를 받는 측면도 있었으나 머지않은 미래에 존재가치에 대해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높은 보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환경변화와 보상체계에의 영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어디서 어떤 변화가 보상체계에 영향을 줄지는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당황해 남들이 하는 대로, 트렌드에 따라가기 급급하다면 우리 회사에 적합한 대안을 적용하기 어렵고 보상체계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안을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바로 변화를 실행하는 것, 기업경영과 일하는 방식, 인재관리에 영향을 주는 여러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황진국 삼정KPMG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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