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 기회를 넓히는 HR의 네트워킹
'인맥'이라는 말에는 어딘지 계산적인 느낌이 묻어 있다.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 기회를 넓히는 HR의 네트워킹
제호 : 2026년 11월호, 등록 : 2026-10-23 09:03:50



'인맥'이라는 말에는 어딘지 계산적인 느낌이 묻어 있다. 그래서 네트워킹을 단순히 아는 사람을 늘리는 일로 여기거나, 영업 부서나 경영진에게 필요한 활동 정도로 생각하는 직장인도 많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흐름에 있다. 누구와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속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나아가 찾아오는 기회까지 달라질 수 있다.

업무 환경이 변하면서 이러한 연결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 부서와 외부 파트너가 협업하고 산업 간 경계도 흐려지면서, 개인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모든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과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에 가깝다. 커리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는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폭과 맞닿아 있다.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 무엇이 다른가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1973년 발표한 논문 '약한 유대의 강점The Strength of Weak Ties'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 정보를 얻은 경로를 살펴보니, 가까운 친구보다 가끔 연락하는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유사한 정보를 공유하는 반면,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은 내가 속한 집단 밖의 새로운 정보를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한 유대의 가치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신뢰를 쌓은 관계는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조언을 구하거나 변화에 필요한 협력을 얻는 기반이다. 약한 유대를 통해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도 조직 안에서 실행하려면 동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강한 유대가 관계의 깊이를 더한다면 약한 유대는 관계의 범위를 넓힌다. 중요한 것은 두 관계를 균형 있게 가꾸는 일이다.


HR에게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
HR은 본질적으로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현업 리더와 신뢰를 쌓지 못하면 제도는 문서에 머물고, 구성원과 접점이 없으면 현장의 목소리가 HR에 닿기 어렵다. 평가나 보상처럼 민감한 제도를 바꿀 때일수록 평소 쌓아둔 관계가 설득의 출발점이 된다. 사내의 강한 유대가 HR의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동시에 HR은 조직 밖의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다른 기업은 평가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다른 업계는 어떤 인재를 찾는지, 노동시장과 제도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려면 외부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는 다른 기업의 HR담당자나 다양한 업계 관계자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을 통해 들어오기도 한다. 방송과 유통, 모바일 커머스가 어우러진 홈쇼핑 업계에서는 직무별 인재 시장과 업계 관행도 다양하다. HR이 살펴봐야 할 영역이 넓은 만큼 외부와의 연결도 중요하다.

HR은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도 맡는다. 부서 간 교류 프로그램이나 멘토링, 사내 커뮤니티는 조직 안에 새로운 약한 유대를 형성하는 장치다. HR담당자 스스로 연결의 가치를 경험하고 그 효과를 이해할 때, 구성원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다.


관계가 쌓여 기회가 되기까지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처음부터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만난 것은 아니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난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관계가 쌓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에는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연결됐던 경험이다. 과거에 함께 일했던 파트너사 직원이 어느덧 한 기업의 경영진이 되기도 하고, 예전에 다른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어느 순간 내가 궁금해하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만남의 의미를 너무 일찍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기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만든다. 작은 주고받음이 느슨한 관계를 이어가는 힘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직이나 부서 이동으로 업무상 접점이 사라진 뒤에도 가끔 근황을 묻고 좋은 소식에 축하를 건네다 보면, 몇 년 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인연이 다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가치를 가장 크게 실감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찾았을 때였다. 몇 년 전 HR 세미나에서 한 차례 인사를 나눴던 제조기업의 인사·교육담당자와 우연한 기회에 다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회사의 사내 직무 전환 사례를 듣게 됐는데, 당시 우리가 고민하던 인력 재배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힌트가 됐다. 같은 업계 안에서만 답을 찾았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방식이었다.

채용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이 건넨 소개 한 통이 오랫동안 적임자를 찾지 못했던 포지션에 꼭 맞는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 이때 깨달은 것은 약한 유대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미리 계획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관계를 열어두고 있어야 그런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우리 조직의 상황에 맞게 다듬고, 새로 합류한 인재가 잘 안착하도록 함께 고민해준 것은 사내의 동료들이었다. 외부의 약한 유대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면, 내부의 강한 유대는 그 가능성을 실제 변화로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탰다.

좋은 네트워크는 거창한 노력보다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신뢰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깊게 쌓고, 나와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과는 꾸준히 연결을 이어가면 된다. 회의에서 만난 동료에게 한 번 더 말을 건네거나 세미나에서 나눈 이야기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오늘 문득 떠오른 누군가에게 안부를 건네는 것, 그것이 네트워킹의 첫걸음이다. 


* 조윤주 부문장은 한양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CJ홈쇼핑 뷰티 MD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홈쇼핑에 입사해 TV·이커머스 부문의 잡화·화장품 MD와 팀장 등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2022년 인재육성실장으로 보임되면서 교육과 조직문화 등 지원부서 업무를 처음 경험했으며, 현재는 HR부문 전체를 담당하며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윤주 롯데홈쇼핑 HR부문장 /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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