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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에게 "이제 팀장을 하셔야죠"라고 말하는 순간, 조직은 전문성의 깊이보다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더 높은 성장 단계로 인정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을 관리하는 것만이 성장의 경로가 된다면, 전문성을 발전시키고 기여 범위를 넓히려는 직원은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AI가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오늘날에는 더더욱 전문가의 성장을 관리자가 되는지 여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문제를 얼마나 깊이 해결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여 범위를 얼마나 넓혀 가는지가 성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 직책보다는 판단과 책임 AI가 초안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대안까지 제시하는 현실에서, 진행 상황을 취합하고 결과를 전달하는 데 머무는 관리자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관리 자체가 불필요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관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AI가 조직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주체를 대신할 수는 없으므로, 조직 리더들은 문제 정의, 맥락 판단, 자원 배분, 관계 조정, 책임 있는 결정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리더는 에이전트들에게 일을 위임하고 결과를 조율하는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고위험·고정밀 업무에서는 사람의 감독과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문제를 AI에 맡기고, 어디에서 사람이 개입하며, 누가 최종 책임을 질지 판단하고 설계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 관점에서 미래의 조직은 '관리자냐 전문가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사람의 성과를 돕는 관리자, 깊은 전문성으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 사람과 AI의 작업을 설계하는 문제해결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가 각자의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구조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은 사람, 전문가, AI의 일을 구분하고, 연결하고, 결과를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 <표 1>에서 언급한 세 가지 역할이 반드시 서로 다른 직책일 필요는 없다. 다만 누가 어떤 판단을 하고, 무엇을 책임지는지는 분명해야 한다. 즉 관리자는 사람과 AI가 성과를 내도록 목표·관계·책임 구조를 설계하는 리더이고, 전문가는 전문적 판단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문제해결의 깊이와 범위를 넓히는 리더이다. 둘 다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조직에 기여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하나뿐인 승진의 사다리 지금까지 조직은 더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더 넓은 평가 권한을 갖는 것을 성장의 증거로 여겨왔다. 그래서 뛰어난 실무자가 성장 면담에서 듣는 조언은 "이제 팀장을 하셔야죠"라는 말로 귀결됐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반드시 팀장은 아니다. 동료가 수시로 판단을 요청하고, 고객이 해결책을 신뢰하며, 조직이 중요한 과제를 맡기는 전문가도 있다. 전문성을 인정하는 것과 사람 관리 역할을 맡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잘하는 일을 확장하기보다 원하지 않거나 강점과 맞지 않는 역할로 강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켈로그 경영대학원은 2026년 9월 발표한 연구자료에서 제조·기술·금융·의료 분야에 속한 43개 기업의 인사 기록을 분석했는데, 전문가는 전체 인력의 82%였지만, 유사한 위치의 관리자보다 승진 빈도와 임금 증가율이 낮았고 그 격차는 위로 갈수록 커졌다. 이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조직의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관리자와 동등한 성장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HR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조직의 전문가 트랙이 실질적인 성장 경로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관리자 트랙 옆에 이름만 붙여놓은 제도에 그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연차보다 일의 변화 전문가의 성장은 직급이나 연차보다 일의 성격과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HR은 전문가가 수행하는 업무가 정형적인 문제에서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로 난도가 높아지는지, 판단의 자율성이 주어진 절차를 따르는 수준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수준으로 확대되는지, 기여의 범위가 개인의 업무 완수를 넘어 조직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는 수준으로 넓어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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