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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 교육 현장에서 한 반도체 기업의 팀장에게 "나중에는 AI가 인사평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AI가 평가를 대신하게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평가자의 역할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과거 평가자는 연말이면 구성원별 실적 데이터를 취합하고 평가 근거를 정리하며 면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정작 구성원의 성장을 고민하고 대화할 시간은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 실적 데이터의 집계와 분석은 AI와 시스템이 맡기 시작했다. AI는 직무에 맞는 KPI 후보를 제안하고,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드백과 평가 근거, 면담 시나리오의 초안을 작성한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을 AI가 맡게 된다면, 성과평가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 AI가 바꾸는 평가자의 역할 AI 활용 전에는 평가자가 평가 근거 수집, 평가 면담, 등급 부여까지 대부분의 역할을 혼자 수행했고, 구성원의 성과는 평가자의 관찰과 기록에 근거해 정리됐다. 이 과정에 AI가 들어오면서 구성원이 자신의 성과행동과 결과를 구체화해 수시로 AI에 입력하면, AI가 이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평가자는 여기서 확보한 시간을 구성원의 성장과 경력개발을 위한 코칭과 피드백에 쓸 수 있다. 성과관리 단계별로 AI와 평가자의 역할을 나누어 보면 <표 1>과 같다. 그러나 최종 판단까지 AI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축구의 비디오 보조 심판VAR은 판정에 필요한 화면을 제공하지만 최종 판정은 주심이 내리듯, AI가 내놓는 데이터 역시 판단의 근거일 뿐 판단 그 자체는 아니다. 필자는 평가자 교육에서 '평가자의 판단은 객관적이어야 하는가, 주관적이어야 하는가'를 묻곤 한다. 객관적인 것이 곧 공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여러 심판의 주관적 점수를 모아 순위를 정하는데, 주관이 여럿 모인다고 객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채점 결과가 인정되는 것은 평가 방식이 사전에 합의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용성이며, 이는 사전에 합의한 기준에 따라 자의적이지 않으면서도 소신 있고 일관된 판단을 내릴 때 확보된다. AI 시대 평가자의 변화는 '데이터는 AI에게, 코칭은 리더에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평가자의 역할은 점수를 매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맥락까지 읽어내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 AI가 보여주는 성과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 연말 평가 시즌, AI 대시보드에 두 구성원의 KPI 달성률이 표시돼 있다고 하자. 홍 수석은 120점, 박 책임은 90점이다. 숫자대로라면 홍 수석이 S등급, 박 책임이 B등급이다. 그런데 홍 수석은 시장 호황으로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오르는 업무를 맡았고, 박 책임은 기울어 가던 프로젝트에 투입돼 -30%가 될 뻔한 실적을 -10%로 막아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과만으로 등급을 매기면 구성원들은 '결국 운이 좋아야 한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AI가 보여주는 숫자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은 주로 세 가지 맥락에서 생긴다. 첫째는 난이도다. 검증된 시장에서 안전하게 달성한 100%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며 달성한 80%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둘째는 기여도다. 자신의 KPI만 챙긴 구성원과 동료를 돕느라 본인 실적이 다소 낮아진 구성원은 숫자가 같더라도 기여의 의미가 다르다. 셋째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다. 환율 급등, 원자재 파동, 경쟁사의 덤핑 공세처럼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따라서 외부 요인으로 초과 혹은 미달성한 성과에 대해서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참작해야 한다. 지표 자체가 실제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AI가 보여주는 숫자는 미리 정한 지표를 집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 승무원의 면세품 및 식음료 판매 실적을 판매 금액이 아닌 카트 왕복 횟수로 측정한다면, 대시보드는 승무원이 통로를 몇 번 오갔는지는 정확히 보여주더라도 실제로 얼마나 판매했는지는 알려주지 못한다. 필자가 KPI 설정 실습에서 AI에게 활동Activity 중심이 아닌 결과Outcome 중심의 지표를 제안하게 한 뒤, 사람이 다시 검증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이유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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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관리 3.0: AI로 증강된 리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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