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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주거지원금 부정수급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평택사업장 저연차 직원 가운데 전용면적 33㎡ 미만 원룸·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원에게 월 최대 70만 원의 주거비를 지원해 왔다. 본가가 멀거나 교대근무로 사업장 인근에 별도 거처가 필요한 직원을 위한 제도였다. 그런데 일부 직원이 실제로는 투룸이나 33㎡ 이상 주택에 거주하면서 계약서상 면적을 줄여 제출하거나, 실제보다 월세를 부풀린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만들어 그 차액을 돌려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난의 화살은 개인을 향했다. 억대 성과급을 앞둔 직원들이 월세 지원금까지 챙겼느냐는 비판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고의로 서류를 꾸며 회사의 돈을 받아 간 행위는 어떤 제도적 사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더 무겁게 보아야 할 것은 100명이 넘는 직원이 같은 방식으로 지원금을 받는 동안 이를 '다들 그렇게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조직 내 분위기다. 개인의 일탈이 반복되고 공유되는 순간 그것은 조직의 기강 문제가 된다. 물론 제도 자체의 한계도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하더라도 모든 부정행위를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제도 설계의 목표는 부정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 여지를 줄이고 발생했을 때 빠르게 드러나게 하는 데 있다. 면적이 한 평 차이 난다는 이유로 70만 원의 차등 지급이 발생하고, 그 판단을 직원이 제출한 계약서 한 장에 의존하는 구조는 부정의 여지를 키웠다. 이 사례를 마중물 삼아 복리후생 제도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이를 줄이기 위한 설계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 비용으로만 관리되어 온 복리후생 우리나라 기업에서 복리후생은 대체로 '비용'으로 관리된다.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전년 대비 증감을 따질 뿐 그 돈이 채용이나 근속, 몰입 등 어떤 효과로 이어졌는지를 묻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지출 규모는 관리하면서도 그 비용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인당 복리후생비를 산출해 보면 놀랄 만한 숫자인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필자가 컨설팅을 진행한 경기도의 30인 미만 도소매업체는 인당 복리후생비가 연 1,200만 원이었고 한 중견 게임회사는 연 600만 원이었다. 복리후생을 관성적으로 운영하다 보면 제도를 도입한 본래 목적은 점차 흐려진다. 학자금, 의료비, 콘도 숙박 지원처럼 오래된 복리후생일수록 '왜 주는가'는 사라지고 '원래 있던 것'이라는 사실만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복리후생은 혜택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고, 당연해진 혜택은 더 이상 몰입이나 동기부여로 이어지지 않는다. 비용은 그대로인데 효과는 사라지는 것이다. 노동법적 특성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정한 복리후생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나 교섭을 거쳐야 한다.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한 번 만든 제도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존의 '비용 중심 복리후생'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과거 우리나라 인사관리 체계는 장기근속을 전제로 임금, 호봉, 복리후생을 설계했다. 근속이 길수록, 가족이 늘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는 평생직장을 전제로 할 때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이직이 일상화되고 1인 가구와 비혼이 늘어난 지금, 업력이 오래된 회사일수록 40·50대 3~4인 가족 중심의 혜택이 20·30대 미혼 구성원의 불만으로 돌아오고 있다. 제도는 그대로인데 제도가 전제한 구성원이 바뀐 것이다. 효과를 측정해 오지 않은 회사는 이 변화조차 뒤늦게 알아차린다. 비용으로 관리되는 복리후생에서 HR이 확인하는 것은 결국 '지급 요건을 충족했는가' 하나다. 제도가 목적대로 쓰였는지,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는 묻지 않으니 관리는 서류상 요건을 확인하는 형식 심사로 좁혀진다. 삼성전자 사례에서 임대차계약서 한 장이 모든 판단을 대신한 것도 같은 구조다. 복리후생의 리스크는 바로 이 형식 심사의 빈틈에서 자란다. 복리후생의 네 가지 리스크 목적과 효과를 잃고 단순히 지급하는 데 목적을 둔 복리후생은 조직에 다양한 리스크를 안긴다. 대표적인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부정수급 리스크 가장 많이 보이는 리스크로, 허위 영수증, 임대차계약서 조작, 동일 비용의 중복 수령이 대표적이다. 고의적인 부정은 분명 개인의 책임이다. 다만 HR은 '나쁜 직원이 있다'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제도가 악용했을 때 얻는 이익은 크고 적발 가능성은 낮은 구조인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부정수급의 진짜 비용은 새어 나간 돈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이다. 누군가 부정하게 받는데도 아무 일이 없다면 성실하게 신청한 직원은 '나만 손해'라고 느끼게 되고, 이 같은 인식이 퍼지는 순간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형평성 리스크 복리후생은 본질적으로 선별적인 혜택이 많다.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학자금을, 원거리 근무자에게 주거비를, 장기근속자에게 휴가를 주는 식이다. 문제는 차이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정당화할 합리적인 기준이 있느냐는 것이다. 자신과 무관한 혜택이 대부분인 미혼 직원이나, 지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 대상에서 아깝게 제외된 직원이 불만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복리후생의 공정성은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원 대상과 기준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목적과 기준의 역전 리스크 제도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원거리 근무자의 추가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목적을 세운 후, 이를 확인하기 위해 '33㎡ 미만 주택 거주자'라는 기준을 만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목적은 사라지고 '거주할 주택이 33㎡ 미만인가'라는 기준만 남는다. 구성원도 제도의 목적이 아니라 기준을 어떻게 충족할지만 생각하게 된다. 기준선이 하나뿐이고 그 선을 넘었을 때의 금액이 클수록 이러한 역전은 더 빨리 일어난다. 필자는 이를 '목적과 기준의 역전'이라 부른다. 삼성전자 사례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다. 효과 부재 리스크 회사가 연간 복리후생비로 50억 원을 쓴다고 해보자. 중요한 것은 50억 원이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냈느냐다. 채용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퇴사율이 낮아졌는지, 육아기 직원의 이탈이 줄었는지 등 구체적인 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면 복리후생은 매년 자동으로 지출되는 비용에 그친다. 제도의 효과를 파악하지 못하면 개선하거나 폐지할 항목을 가려내기 어렵고, 불만이 생길 때마다 지원 항목만 덧붙이다 보니 돈을 쓰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경영 여건이 나빠졌을 때도 지킬 제도와 줄일 제도를 구분할 근거가 없어 일괄 삭감에 의존하게 된다. 리스크를 줄이는 복리후생 설계 원칙 앞서 언급한 한계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이 아닌 효과를 증명하는 복리후생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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