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Workplace Index ① 퇴사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
Korea Workplace Index는 HR Insight와 조직건강검진센터·HCM컨설팅&리서치(이하 'H2C')가 공동으로 기획한 코너다.
Korea Workplace Index ① 퇴사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
제호 : 2026년 9월호, 등록 : 2026-08-24 17:35:37



Korea Workplace Index는 HR Insight와 조직건강검진센터·HCM컨설팅&리서치(이하 'H2C')가 공동으로 기획한 코너다. H2C가 10년간 축적한 조직건강 진단 데이터를 통해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 변화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HR 실무에 주는 시사점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첫 회차인 이번 호에서는 지난 10년간 구성원의 조직만족, 정서적 몰입, 직무열의, 탈진, 이직의도 등 태도와 행동 지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H2C가 2016년부터 10년간 축적한 조직건강 진단Organizational Health Check, 이하 'OHC' 데이터 가운데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부터 리더십, 조직문화, 인사제도, 윤리까지 140개가 넘는 문항에 유효하게 응답한 11,869명의 데이터1)를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H2C에 조직건강 진단을 의뢰한 국내 기업의 임직원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한국 직장인의 조직만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이 무너졌다. 회사가 잘되면 나도 함께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다. 자리를 지킨 채 조직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평균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조직에 마음을 덜 쓰는 구성원들의 모습은 더욱 선명해진다.


어느 정도 만족하지만, 회사에 몰입하지는 않는다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태도와 행동은 조직만족, 정서적 몰입, 직무열의, 탈진, 이직의도 등의 지표로 살펴볼 수 있다. 조직만족은 '이 회사에 다닐 만한가', 정서적 몰입은 '회사에 애착을 느끼는가', 직무열의는 '맡은 일에 힘을 쏟는가'를 보여주며, 탈진과 이직의도는 각각 '지쳐 있는가'와 '회사를 떠나고 싶은가'를 나타낸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직만족이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0년 누적 조직만족 긍정률은 40.8%였으며, 2016년 39.6%에서 2025년 38.6%로 사실상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주 52시간제, 유연근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근무환경과 제도의 개선이 이어졌지만, 이것만으로 구성원의 조직만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 회사에 대한 정서적 몰입은 크게 떨어졌다. 2016년 66.1%였던 긍정률이 2025년 44.6%로 21.5%p 하락해 다섯 지표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특히 "우리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다"라는 문항은 2016년 85.6%에서 2025년 48.6%로 떨어졌다. 회사의 성장을 자신의 성장으로 받아들이던 구성원이 10년 사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까지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직무열의는 58.5%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즉 회사에 대한 만족이나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은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약해진 것이다. <표 1>과 같이 다섯 지표를 함께 놓고 보면 지난 10년 동안 구성원들이 일제히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조직과 자신의 미래를 연결하던 마음부터 조금씩 거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균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
이러한 변화는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균값만으로는 알 수 없다. 조직만족 긍정률이 40.8%라는 사실은 "열 명 중 네 명이 만족한다"고 답했다는 것만 보여줄 뿐, 나머지 구성원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H2C에서는 다섯 지표에 대한 응답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을 묶는 군집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구성원들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다섯 유형은 구성원이 조직과 맺는 관계에 따라 크게 세 권역으로 나뉜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구성원이 놓인 상태와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히 다르다는 의미다. 조직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몰입권, 47.1%)이 있고, 회사에 남아 있지만 에너지를 거둔 사람들(침전권, 28.0%)이 있으며, 이미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탈권, 24.8%)도 있다. 세 권역은 곧 구성원이 조직과 맺는 세 가지 관계, 즉 함께 성장하려는 관계와 거리를 둔 관계, 그리고 끊어진 관계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가장 두꺼운 층은 침전권에 해당하는 '조용한 침전형'으로, 전체의 28.0%를 차지한다. 이들은 조직만족과 정서적 몰입, 직무열의가 모두 평균보다 낮지만 탈진 수준도 높지 않고, 당장 회사를 떠나려는 마음도 강하지 않다. 회사에 남아 자신의 일을 하고는 있지만, 조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거나 회사의 성장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마음은 약해진 상태다.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HR 지표로는 이 상태가 잘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지 않았으니 이직률에는 잡히지 않고, 심하게 지쳐 있지도 않으니 번아웃 지표에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조직에 대한 애착과 열의는 이미 낮아져 있다.

나머지 네 유형은 몰입권과 이탈권으로 갈린다. 몰입권에는 다섯 지표가 고르게 건강한 '온전한 몰입형(21.4%)'과 '몰입 소진형(25.7%)'이, 이탈권에는 '소진된 이탈 대기형(17.0%)'과 다섯 지표가 모두 가장 부정적인 '완전 이탈형(7.8%)'이 속한다. 완전 이탈형은 89.3%가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몰입권의 몰입 소진형과 이탈권의 소진된 이탈 대기형의 차이다. 두 집단 모두 지쳐 있지만 이직의도는 각각 16.1%와 70.7%로 크게 달랐다. 둘을 가르는 것은 단순한 탈진 정도가 아니라 조직에 대한 만족과 연결감이다. 회사에 대한 애착과 만족이 남은 사람은 지쳐 있어도 조직에 남아 기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조직에 대한 판단까지 부정적으로 바뀐 사람은 같은 수준의 피로를 느끼더라도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라서 구성원이 지쳤다는 이유만으로 모두를 '번아웃 위험군'으로 묶어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쪽에는 업무량이나 회복의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이 필요하고, 다른 한쪽에는 왜 조직에 대한 신뢰와 만족을 잃었는지를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회사에 남았지만, 심리적 계약은 사라졌다
이 데이터를 관통하는 변화는 결국 회사와 자신의 미래를 연결하던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조직행동 연구에서는 회사와 구성원이 서로에게 품는 암묵적인 기대를 '심리적 계약'이라고 설명한다. 열심히 일해 회사가 성장하면 나 역시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에 이 믿음이 크게 흔들렸다. 10년 전에는 "우리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말하는 구성원이 85.6%에 달했지만, 이제 그 수치는 48.6%로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직에 남아 맡은 일을 하고 있으며, 이직만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회사와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회사의 성장을 더 이상 자신의 성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사람이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이 먼저 떠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기존의 HR 지표만으로는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떠난 사람은 이직률로 확인할 수 있고, 지친 사람은 탈진이나 번아웃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떠나지도, 지치지도 않은 채 조직에 대한 에너지를 거둔 사람은 어디에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조직에 남아 있지만 더 이상 조직의 성장에 자신을 연결하지 않는 사람들, 바로 이들이 지금 HR이 새롭게 들여다봐야 할 사각지대다. 그리고 이 사각지대는 조직에게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던질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몇 명이 떠났는가'가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 변화는 개인의 나태나 배신이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이 맺어 온 관계가 달라진 결과이며, 이는 더 나은 조건만으로는 개선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지금 이 순간의 단면이다. 조직과 직원이 맺는 세 관계가 한 조직 안에 어떤 비율로 공존하는지를 담은, 한 장의 정지된 그림이다. 그러나 이 관계들은 멈춰 있지 않다. 다음 호에서는 이 그림에 시간과 직급이라는 두 축을 더해, 세 관계 사이의 무게가 지난 10년 동안 어느 쪽으로 옮겨 왔는지, 그리고 그 이동이 누구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는지 따라가 보려 한다. 정지된 그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퇴사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의 자리가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진단의 확장판이 궁금하신 독자 분들은 H2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1) 모든 진단 영역들에 유효한 답을 남긴, 통계적 신뢰도가 검증된 11,869명 규모의 초대형 표본을 만들어 분석함.
추한규 조직건강검진센터·HCM컨설팅&리서치 연구소장
 
 
  • 리스트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