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 이후의 골든타임, 카운터 오퍼를 결정하는 기준
같은 책상에, 같은 이름의 사직서가 두 번 놓였다.
퇴사 통보 이후의 골든타임, 카운터 오퍼를 결정하는 기준
제호 : 2026년 9월호, 등록 : 2026-08-24 1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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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상에, 같은 이름의 사직서가 두 번 놓였다. 처음 사직서가 올라온 것은 여덟 달 전이었다. 국내 제조업 A사에서 데이터 분석 파트를 이끌던 김 차장의 것으로, 경쟁사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회사는 빠르게 움직였다. 사흘 만에 연봉 20% 인상안이 올라갔고, 이듬해 팀장을 맡기겠다는 약속이 뒤따랐다. 김 차장은 사직서를 거뒀다.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자리였던 터라 인사팀은 크게 안도했다. 그런데 여덟 달 뒤에 김 차장은 다시 퇴사를 말해왔다. 두 번째 사직서 앞에서 회사는 더 이상 꺼낼 카드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처럼 한 차례 잔류를 설득했다고 해서 이직 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커리어 플랫폼 라이브커리어에 따르면 카운터 오퍼를 받아들인 사람의 57%가 24개월 안에 회사를 옮겼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또한 카운터 오퍼로 조직에 남아 있던 인원의 절반 가량이 1년 안에 떠난다고 전했다.1) 수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카운터 오퍼만으로 붙잡은 인재가 장기적으로 남을 확률은 적어보인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조직의 대응은 달라진다. 어떤 조직은 실패 가능성이 높으니 카운터 오퍼를 아예 활용하지 않겠다고 결론 내리고, 다른 조직은 A사처럼 조건을 높여 낮은 확률을 이겨 보려 한다. 정반대의 선택이지만, 놓치고 있는 지점은 같다. 정작 이 사람이 왜 떠나려 하는지는 묻지 않는 것이다. 카운터 오퍼는 얼마를 더 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퇴사를 결심하게 했는지를 먼저 진단하는 일이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조건만 높이는 처방은 오래가기 어렵다.



사직서에 적힌 이유를 믿지 마라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 앞에서 HR이 먼저 확인할 것은 두 가지다. 이 사람이 떠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원인을 회사가 실제로 바꿀 수 있는가. 조건은 두 질문에 답한 뒤에 꺼내는 카드다. 

그러나 실제 업무 현장에서 퇴사자들은 자신의 퇴사 이유를 잘 밝히지 않는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20년 퇴사 경험자 2,288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52.1%가 정확한 퇴사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숨긴 이유 중 1위는 직장 내 갑질을 비롯한 상사·동료와의 갈등이었으며, 대신 사직서에 가장 많이 적힌 사유는 '일신상의 사유'였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리더십에서 비롯된 문제에 보상이라는 엉뚱한 처방을 내리게 된다.

이렇듯 퇴사의 이유도 뚜렷하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 면담의 중점은 늘 돈으로 귀결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10여 년에 걸쳐 직장인 1,000여 명을 인터뷰한 연구가 이 지점을 짚는다. 해당 연구진들은 보상은 늘 먼저 언급되지만, 무조건적인 보상은 증상을 완화하더라도 원인은 고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2) 국내 조사도 같은 문제를 가리킨다. 잡코리아가 2017년 직장인 1,535명에게 회사를 떠난 진짜 이유를 물었을 때 1위는 '나의 미래 비전이 낮아 보여서(36.7%)'였고, 낮은 연봉은 34.4%로 그 뒤였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퇴사 사유를 보상, 성장·경력, 리더십·관계, 조직문화·개인 사정의 네 갈래로 나눠 하나씩 지워 나가는 '감별 작업'이다. 이때 질문은 퇴사 사유를 묻기보다 '최근 1년 사이 업무에서 새로 배운 것이 무엇인지' '3년 뒤 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지' '지난 반년 동안 상사와 커리어에 관해 나눈 대화가 몇 번인지'와 같이 상황을 묻는 편이 좋다. 답이 막히는 지점에서 진짜 원인이 드러난다.

A사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김 차장이 말한 것은 보상이었으나, 견디고 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분석 조직이 늘 지원부서로 취급받는 위상, 그리고 직속 임원과의 신뢰에 생긴 틈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연봉을 20%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카운터 오퍼까지 걸린 사흘이라는 기간은 퇴사의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기에는 너무 짧았다.


누구를 붙잡고, 누구를 보낼 것인가
진단이 끝나면 결정이 남는다. 판단을 좌우하는 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사람이 대체 가능한가'다. 넷플릭스는 2024년, 조직문화 문서를 개정하며 관리자에게 "이 사람이 떠나려 한다면 나는 붙잡기 위해 싸우겠는가"를 스스로 묻도록 규정했다. '키퍼 테스트Keeper Test'라 불리는 이 질문은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기업의 토양에서 자라 국내 고용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직급이나 연차가 아니라 그 사람이 빠졌을 때 조직이 감당해야 할 공백의 크기를 묻는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둘째는 '퇴사 원인을 회사가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가'다. 시장가 대비 벌어진 보상 격차, 직무와 역량의 불일치, 성장 경로의 정체는 회사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다. 반면 상사와의 신뢰 붕괴,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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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수 PwC컨설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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