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클럽맨One Club Man'은 프로 스포츠 선수 경력을 오직 하나의 구단에서 시작해 끝마친 선수를 뜻한다. 이적과 FA자유계약선수 제도가 활성화된 현대 프로 스포츠에서 한 팀을 지킨 선수는 충성도와 헌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원컴퍼니맨One Company Man'은 어떨까.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이어온 직장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보다 복잡하다.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끈 핵심인력일 수도,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인재일 수도 있다. 반대로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 한곳에 머문 사람, 변화보다 익숙함을 택하며 타성에 젖은 직장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직장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나은 성장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것 역시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채용과 퇴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HR담당자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인재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다른 기업의 인사제도와 조직을 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현재의 선택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오기도 한다. ![]() HR의 이직, '어디로'보다 '왜'가 먼저다 그러나 HR담당자가 이직을 '도망'이나 '안정'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조직에 대한 불만으로 급하게 자리를 옮겼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먼저 이직을 경험한 선배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HR의 이직이 단순히 근무환경이나 처우를 바꾸기 위한 '공간의 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내가 HR이라는 일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다시 말해 자신의 '소명'을 재정의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회사의 문화와 제도를 만들고,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며, 구성원이 조직을 경험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핵심 직무인 만큼 HR의 이직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그 회사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이라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인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조직에서 인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자신이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손님에게 내어주는 식당 주인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신뢰하지 않는 조직의 제도를 만들고 채용 브랜딩을 외친다면, 후보자와 구성원 역시 그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HR담당자는 외부 인재에게 회사의 가치를 파는 '세일즈맨'이다. 따라서 내가 먼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회사, 내가 동의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조직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돈이 최우선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더 나은 보상을 추구하는 것은 직장인에게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러나 HR담당자가 회사와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신 없이 보상만을 좇아 이직한다면 새로운 조직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커리어 단계마다 달라지는 이직의 기준 현재의 조직을 떠나는 선택이 '도망'이 아니라 가치 있는 '도전'이 되려면 자신의 커리어 단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직의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고, 현재의 커리어 단계에서 필요한 경험과 성장 기회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커리어 단계에 따라 이직에서 중요하게 살펴야 할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니어 단계에서는 '성장 기회'가 중요하다. 단순한 반복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HR 전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해 HR담당자로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살펴야 한다. 중간관리자 단계에서는 '역할과 권한'이 핵심이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자신만의 HR 철학을 실제 제도와 프로젝트로 구현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지는지, 그에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충분히 부여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임원과 리더 단계에서는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경영진의 수준'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HR이 지원 기능을 넘어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기여할 수 있을 만큼 회사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함께 일할 경영진이 사람과 조직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처럼 커리어 단계에 따라 자신이 얻어야 할 경험과 성취를 명확히 하고 움직일 때, 이직은 현재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 될 수 있다. 떠날 때를 판단하는 세 가지 질문 HR담당자가 이직 시점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현재의 만족도나 업무의 어려움이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직 시점은 '내가 가진 가치와 역량을 더 이상 이 조직에서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다. HR의 가치와 방향이 조직의 방향과 맞지 않거나, 자신의 역량과 경험이 조직 안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다만 이러한 판단이 순간적인 불만이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결정을 내리기 전, HR담당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할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째, 무엇이 나를 동기부여하는가. 내가 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본질적인 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 나는 어떤 역량으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 내가 가진 강점과 경험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제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현재의 일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이직 후에 경험할 여정이 장기적인 커리어와 삶의 방향에 맞닿아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다면 새로운 조직으로의 이동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확장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HR담당자에게 이직은 단순히 일터를 바꾸는 이벤트가 아니다. '나는 어떤 HRer가 될 것인가'를 다시 묻고 자신의 소명과 커리어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지금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회사,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기준과 소명에 따라 선택한 이직이라면, 한 회사에 오래 몸담는 원컴퍼니맨 못지않은 자부심과 보람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유재혁 전무는 연세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화재와 삼성그룹 구조본부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쿠팡으로 자리를 옮겨 스타트업 HR을 경험했으며, 위대한상상에서 인재문화본부 및 커뮤니케이션실 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42dot 피플앤오퍼레이션 그룹 헤드로서 인사전략과 제도, 조직 운영 등 HR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