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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새로운 것을 빠르게 배우고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몇 년 전 ATD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가 미래 인재의 핵심역량 중 하나로 '학습민첩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변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AI 활용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활용 능력부터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 역량까지, 구성원이 익혀야 할 지식과 스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HRD의 관심도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어떻게 더 빠르게 전달하고 습득하도록 할 것인가에 맞춰져 왔다.
![]() 더하기만으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하지만 빠르게 배우고 새로운 것을 계속 더하는 것만으로는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의장이 최근 신입 직원들에게 '어제의 답이 오늘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며 과거의 확신을 내려놓을 것을 당부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아무리 많이 배워도 사고방식과 업무 관행이 그대로라면 실제 행동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성과를 만들어냈던 성공 경험과 익숙한 방식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무엇을 새롭게 배울 것인가만큼이나, 이미 알고 있는 것 가운데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과거에 학습하고 경험한 것 가운데 여전히 유효한 것은 남기고,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식과 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행동을 바꿀 수 있다. 학습의 방향이 새로운 것을 쌓는 '더하기'에서, 불필요해진 것을 걷어내는 '빼기'까지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언러닝Unlearning'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만드는 언러닝 언러닝은 과거에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은 지식과 신념, 행동양식, 사고방식 등을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오래된 지식을 잊어버리는 망각과 달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학습하기 위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판단해 내려놓는 능동적인 학습 과정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성공을 부정하거나 오래된 것은 무조건 버리자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까지 성과를 만들어온 지식과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도적으로 점검하고, 무엇을 버리고 유지할지, 무엇을 새롭게 학습할지를 선택하는 것이 언러닝의 핵심이다. 결국 언러닝은 학습의 반대가 아니라 새로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러닝과 언러닝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언러닝은 개인과 조직이라는 두 차원에서 일어난다. 개인 차원에서의 언러닝 대상은 경험을 통해 굳어진 지식과 신념, 사고체계, 행동방식 등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그 대상이 더욱 넓어진다. 오랫동안 반복되며 굳어진 업무 루틴과 절차, 규범과 시스템, 의사결정 방식 등이 모두 언러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HRD가 개인과 팀, 조직을 각각 분석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듯, 언러닝 역시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개인이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더라도 조직의 제도와 관행이 그대로라면 변화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 성과를 내온 고성과자일수록 자신의 성공을 만들어온 익숙한 지식과 경험을 내려놓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언러닝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 차원의 지원과 문화가 필요하다. 개인과 조직은 언러닝이 이루어지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개인의 언러닝은 비판적 성찰을 통해 익숙한 지식과 신념, 행동방식이 지금도 유효한지 돌아보고,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은 것은 스스로 내려놓는 과정이다. 반면 조직의 언러닝은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쳐온 기존의 업무 방식과 제도, 문화 등을 조직 차원에서 점검하고 변화한 환경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구성원이 기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시작될 수도 있고, 리더가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언러닝, 어떻게 시작하고 이어갈 것인가 언러닝은 익숙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방법이 현재에도 최선인가?" "늘 하던 대로 익숙한 방식만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기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은 이러한 개인의 성찰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이 기존의 방식에 자유롭게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사고와 행동이 조직 안에서 공유되고 새로운 지식과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개인의 언러닝이 조직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찰과 조직의 환경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언러닝은 미래를 위한 공간과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학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의 뇌는 신체의 4%에 불과하지만, 일상적인 과업에 쓰이는 에너지의 40%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뇌에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더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이유다.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지식과 정보는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지식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HRD의 역할도 새롭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구성원들이 무엇을 더 많이 학습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과 스킬을 계속 더하는 데서 벗어나, 불필요해진 것을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과정이 지속적인 학습 여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물론, 서로의 생각에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학습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빼기'와 '더하기'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개인과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 조대연 교수는 고려대 교육학과에서 HRD를,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기업교육전공을 지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는 고려대학교 HRD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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