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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의 무게중심이 '몇 명을 채용했는가'에서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맞추기 위해 단순 보조 업무만을 맡기는 것으로는 장애인과 조직 모두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객을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고객 중심 경영을 이어온 하나증권은 장애인 고용이 갖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채용보다 직무를 먼저 설계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증권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직무 발굴부터 교육, 채용, 정착 지원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새로운 장애인 채용체계를 구축했다.
![]() ▲ 하나증권 관계자가 '금융기관 청년고용 간담회'에서 '금융권 장애인 고용 우수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그동안 하나증권의 장애인 채용은 아르바이트성 직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장애인 구성원이 맡는 역할은 기존 직원들의 핵심 업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 단순 지원이나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도 협업 기회는 제한적이었고, 현업에서는 이들을 함께 일하는 동료보다 별도의 지원 인력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부서에서는 업무 효율을 이유로 장애인 인력보다 비장애인 사무보조 인력을 채용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장애인 구성원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고, 지속가능한 고용으로 이어지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애 청년의 강점을 살린 직무를 설계하면 조직 전체의 업무 효율과 생산성도 함께 높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에서 새로운 장애인 채용모델을 기획했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단순 업무를 만드는 대신 기존 업무를 재설계해 개인의 강점에 맞는 역할을 찾는 방식이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미션인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조직 운영에 구현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장애 청년에게는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조직에는 효율적인 업무 배분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장애인 고용을 의무나 배려의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조직의 업무 방식과 인력 운영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을 실제 채용으로 구현하기 위해 하나증권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직무 발굴부터 교육, 채용, 배치, 정착 지원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One-Stop 채용모델'을 구축했다. 과업 단위 분석으로 직무를 재설계하다 One-Stop 채용모델은 장애인 구성원이 담당할 직무를 발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나증권은 이를 위해 기존에 운영해 온 자체 직무분석 체계를 활용했다. 먼저 각 구성원이 맡은 업무를 일·주·월·연 단위로 정리한 직무분석표를 검토한 뒤, 부서장과 담당 직원을 인터뷰하며 업무를 세부 업무인 과업Task 단위로 나눴다. 업무 준비, 자료 수집, 데이터 입력, 검토, 결과 정리, 사후 관리 등 업무 수행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역량도 함께 살폈다. 하나의 직무로 볼 때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역할도 과업 단위로 나누자 장애인 구성원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 직무 적합성을 판단할 때도 장애 유형만을 기준으로 업무를 구분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각 업무가 어떤 환경에서 수행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업무 난이도와 반복성, 협업 정도, 의사소통 방식, 근무 환경은 물론, 필요한 지원체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메신저나 이메일만으로 협업이 가능한지, 실시간 구두 의사소통이 빈번한 업무인지를 함께 살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장애인 구성원이 수행하기 적합한 업무를 선별한 뒤, 기존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를 재배치해 장애인 구성원이 맡을 직무를 설계했다. 기존 직원은 핵심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장애인 구성원은 자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역할을 재정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업 부서의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실무를 가장 잘 아는 부서가 직무개발 단계부터 함께해야 현장에서도 작동하는 직무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장애인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만큼 장애인 구성원이 입사하면 업무 교육과 적응을 지원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무개발 과정과 실제 운영 사례를 꾸준히 공유했다.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사 게시판을 통해 장애인 채용 사례와 업무 성과를 소개하고, 비교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된 ESG본부와 HR지원본부를 중심으로 직무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조직의 핵심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조직 내에 확산됐고, 현업도 직무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정기환 하나증권 경영지원그룹 그룹장은 "현업의 직무개발 참여가 늘어나며 영업점에서도 손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 직무 발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다만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본사 차원의 예산 지원과 근무환경 개선, 업무 프로세스 정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업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직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과 근무 환경, 운영 프로세스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하나증권의 'One-Stop 채용모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정기환 하나증권 경영지원그룹 그룹장의 모습 교육과 채용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하다 직무를 설계한 뒤에는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고 현업에 안착시키기 위한 채용과 교육 과정이 이어졌다. 하나증권은 일반 공개채용 대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맞춤훈련 약정을 맺고, '서류전형 → 면접 → 맞춤훈련 → 최종 입사'로 이어지는 채용 모델을 운영했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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