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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월드컵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며 막을 내렸다. 특히 조별 예선에서의 납득하기 어려운 전술 운영과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많은 비판과 의문이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의 자진 사임에도 논란은 국회 청문회와 문체부 특별감사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고, 축구협회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됐다. 혹자는 무능한 감독을, 또 다른 이는 부패한 협회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진단만으로는 같은 실패의 반복을 막기 어렵다. 애초에 한국 축구협회라는 거대 기관이 이토록 견제받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또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구조적 배경은 무엇인가?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인재'를 정의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귀결된다. ![]() 명망이 전문성을 대체할 때 조직은 흔들린다 축구협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벌가 출신 지도부와 상징 자본을 지닌 유명 선수 출신 행정가 집단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유지해 온 '쌍두마차식 상호 의존적 카르텔'에 있다. 재벌가 출신 회장은 조직 운영 경험은 있으나 현장의 정당성이 필요했고, 스타 선수 출신 행정가는 행정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이름값만으로 요직에 오를 구조가 필요했다.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공생 관계 속에서 누구도 상대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할 유인이 없었고, 견제해야 할 심의 기구들은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병폐가 낳은 필연이었다. 사실 홍명보 감독에게 지도자로서의 실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평가한 기준이었다. 그의 성과는 관대하게 해석된 반면, 경쟁자들의 성과는 맥락 없이 평가절하됐다. 동네 콩쿨 1등과 국제 콩쿨 3등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그래도 1등이 낫지 않냐'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왜곡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술 설계력, 조직 관리력, 스태프 빌딩, 대외 협상력처럼 감독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구조화한 '역량모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으니 실적을 평가할 저울도 없었고, 그 빈자리를 명망과 친분이 채웠다. 이러한 착시는 기업 현장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최고의 영업사원이 반드시 최고의 영업 관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뛰어난 개발자가 반드시 좋은 개발팀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실무자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전문성이지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자원을 배분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역량모형이다. 이를 생략한 채 현재 역할에서의 성과만으로 다음 역할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순간, 인재 선발은 검증이 아닌 관행에 의존하게 된다. 우수한 '집단 역량'이 성과를 만든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영웅적 개인 중심 리더십에 대한 환상이다. 현대 축구의 지도자는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감독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코치진, 전력분석관, 피지컬 코치와 함께 하나의 '사단'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모든 정보를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상황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대 팀의 특정 측면을 어떻게 공략할지, 경기 후반 어떤 체력 데이터를 우선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이미 형성돼 있다. 이른바 '공유된 정신모형'이 집단에 구축된 것이다. 또한 우수한 팀은 누가 어떤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지를 서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분담하는 '결속형 기억체계'도 갖추고 있다. 분석관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코치가 전술을 구상하고, 스태프들이 각자의 역할에 맞춰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홍명보 감독에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이러한 시간을 공유하며 쌓아 올린 암묵지 기반의 집단 역량이었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축구협회가 사단의 중요성을 간과했기에, 집단 전체의 역량을 평가할 전문적 기준 또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 코치 선임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중요한 것은 유명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대표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기존 스태프와 어떻게 협업할지를 검증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협회는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데 그쳤다. 결국 협회는 홍명보 감독이라는 화려한 이름의 개인을 선택했지만, 그의 조직적 역량과 그가 이끌 팀의 구조까지는 평가하지 못했다. 경기장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전술 실패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팀을 구축하지 못한 조직의 한계였다. 반면교사, 기업이 유념해야 할 인재 기용의 원칙 현재 한국 축구협회의 모습은 기업의 인사관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왕년에 그라운드를 호령했던 영웅들이 행정과 전술의 무대에서 무참히 무너진 모습은, 최고의 영업사원을 팀장으로 승진시켰더니 조직을 망쳐버리는 기업 현장의 잔혹사와 완벽히 겹친다. 이 사건을 축구계의 실패 사례로 소비하지 않고, 우리 조직의 강력한 예방주사로 삼기 위한 처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채용 이전에 해당 직위의 역량모형을 구축해야 한다. 명망가의 이력을 자격증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그 자리가 요구하는 역량 요소에 후보를 대응시켜 적합도를 검증할 수 있는 진단 도구를 갖춰야 한다. 둘째, '영웅적 개인'이 아닌 '기능적 팀 역량'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외부에서 화려한 경력의 스타 임원을 영입할 때도 그 개인의 과거 성과가 아니라, 그가 속한 팀의 역량을 함께 평가하고 가능하다면 팀 단위로 영입해야 한다. 셋째, 팀 단위 영입이 어렵다면, 영입 이후 별도의 팀워크 훈련을 통해 공유 정신모형과 결속형 기억체계를 끌어올리는 온보딩 설계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인재 기용은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 역할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어야 한다. 그라운드 위의 영웅은 박수갈채와 함께 역사 속에 간직해 두는 것이 아름답다. 그들을 검증 없이 조직으로 모셔와 시스템을 망치게 두는 것은 인재에 대한 예우도, 조직을 위한 의리도 아니다. 시스템을 잃어버린 채 국회 청문회장에 선 축구협회의 모습은, 어쩌면 인재 기용의 원칙을 잊은 우리 기업들의 미래 리허설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 조직의 인사 엔진은 제대로 된 설계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가? * 최동원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인사관리와 조직행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자기주도적 행동, 리더십, 팀 프로세스, 직무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관련 연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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