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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무실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고서 초안 쓰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이고, 자료 검색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구성원들은 분명 일이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분기가 끝나고 팀 성과지표를 들여다보면, 숫자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의 효율은 분명히 올랐는데, 조직의 성과로는 합산되지 않는 것이다.
이 답답한 간극은 '생산성 누수'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시간은 분명히 아꼈는데 그 아낀 시간이 성과로 흘러들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새어 나가는 현상이다. 많은 경영진이 이 누수 현상을 보며 "AI가 아직 부족한가" 혹은 "더 좋은 모델을 도입해야 하나"를 고민한다. 하지만 최근 1,000명이 넘는 국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실증조사 결과는 문제가 전혀 다른 곳에 있음을 가리킨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진은 2025년, 생성형 AI를 실제로 업무에 써 본 국내 기업 근로자 1,09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표본오차 ±3.1%p)를 진행하고, IT·금융·제조·서비스·글로벌 기업 5곳을 심층 인터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이미 충분히 잘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AI가 아니라 그 AI를 받아들이는 일의 구조에 있었다. ![]() AI 활용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AI 도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체감한다고 답했다. 도구 자체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AI를 두고도, 만족도가 크게 갈리는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AI를 도입한 방식이다. AI를 구성원이 스스로 필요해서 도입한 경우 만족도는 96.3%, 개인과 조직이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도입한 경우는 95.9%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회사가 위에서 일괄적으로 밀어붙인 경우에 만족도는 87.9%로 뚝 떨어졌고 불만족 비율은 12.1%까지 치솟았다. 같은 도구인데 도입 경로 하나로 불만이 세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더 주목할 것은 그 불만의 내용이다. 회사 주도 도입에 불만을 느낀 이들이 첫째로 꼽은 이유는 'AI가 쓸모없어서'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하향식 도입 방식(51.3%)' 그 자체였다.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채 도구만 책상 위에 떨어진 데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 거부감은 단순히 변화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구성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반영해, 맡은 일을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이미 정교하게 다듬어 둔 상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손에 가장 잘 맞는 일하는 법이 있고, 그것은 오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본인의 선택이나 동의 없이 '이제부터 이렇게 일하라'는 압박이 위에서 내려오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도구라 해도 누구에게나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이 된다. 사람은 도구의 성능이 불안정할 때보다 자기 일의 주도권을 빼앗길 때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향식 도입이 반감을 사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첫 번째 누수의 메커니즘이 드러난다. 회사가 AI를 일괄 배포할 때, 대개 기존 업무 구조는 손대지 않은 채 도구만 얹는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 역시 늘 하던 일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AI라는 새로운 도구 하나를 끼워 넣는다. 그러니 개별 작업의 속도는 빨라져도 일이 흘러가는 방식 자체는 재편되지 않는다. 빨라진 조각들은 더 큰 성과로 꿰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책상 위에서 흩어지게 된다. 누수는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착각이 두 번째 누수를 부르는데, 바로 AI를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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