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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1937년 "시장이 그렇게 효율적이라면, 기업이라는 조직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은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었다. 정보를 탐색하고, 계약을 협상하고, 이행을 감시하는 데 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번 시장에서 거래하는 대신 위계와 절차를 갖춘 기업이라는 경계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California Management Review는 최근 이 같은 고전적 이론이 AI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본질을 규정해온 거래 비용 자체가 에이전틱 AIAgentic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재정의되고 있기 때문이다.1) ![]() 거래 비용 절감으로 흔들리는 조직 구조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조직의 많은 모습들, 즉 수직적인 구조의 결재 라인, 끝없이 반복되는 회의, 매트릭스 조직과 위원회 구조는 정보가 흩어져 있고 협업이 어려우며 조율 비용이 막대한 상황에서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에이전틱 AI가 등장하면서, 이 비용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정보를 탐색하고, 다른 시스템과 협상하고, 결정을 실행하는 일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해낸다. 그러나 거래 비용이 낮아지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구조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 에이전트와 사람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조율 비용을 관리하고, AI와 인간 간의 협업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비용은 줄이되, 조직은 안정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맥킨지는 2025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변화를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에 이은 가장 큰 조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인간과 가상 에이전트, 물리적 에이전트가 함께 일하면서 거의 0에 가까운 한계 비용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조직, 즉 에이전틱 조직Agentic Organization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단순한 자동화나 효율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쓰는 이야기라는 것이다.2)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AI와의 협업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2025년 발표한 한 연구3)는 에이전틱 AI가 가져올 경제적 변화를 코즈의 거래 비용 프레임으로 분석한다. 저자들은 AI 에이전트의 근본적 가치가 시장을 통한 조정 수행에 소요되는 거래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는 데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선호 파악, 계약 체결, 신원 검증 비용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가능한 시장 설계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용 감소가 기업이 무엇을 내부에서 처리하고 무엇을 시장에서 조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Make-or-Buy' 경계 자체를 다시 그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지금까지 조직이 정규직을 내부에 두고 위계를 통해 일을 시켜온 데에는 외부 시장에서 매번 적합한 인력을 찾아 협상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에이전틱 AI가 정보 탐색, 의사결정, 실행을 자동화하기 시작하면, 일을 잘게 쪼개어 어떤 부분은 사람이, 어떤 부분은 에이전트가, 어떤 부분은 외부 파트너가 맡는 새로운 분업 구조가 가능해진다. 조직 안과 밖을 나누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맥킨지의 보고서에는 이 변화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한다. 한 글로벌 은행은 고객 확인KYC 업무에 10개의 에이전트 스쿼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은행은 사람이 AI 에이전트 군단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레거시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최대 50% 줄였다. 맥킨지는 이를 두고 기존 프로세스 위에 자동화를 얹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루프 위'의 위치에 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방식이 한계 비용을 컴퓨팅 비용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봤다. 얇아지는 위계, 작아지는 팀, 분산되는 권한 거래 비용과 한계 비용이 낮아질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조직 구조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가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함께 116개국 2,102명의 응답을 분석해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서는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도구도 아니고 단순한 직원도 아닌, 양쪽 성격을 모두 갖는 새로운 행위자라고 규정한다.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행위자가 조직에 들어오면, 기존의 관리 구조와 통제 범위Span of control는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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