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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격언처럼, 협업은 오랫동안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돼 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 협업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협업을 독려하면서도 동료를 돕거나 팀의 공동 과제에 시간을 투여한 이들이 개인 목표 달성에 집중한 이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개인 중심의 성과평가 구조가 빚어내는 딜레마에 있다.
![]() 늘 강조되지만 작동하지는 않는 '협업' 업무 과정에서 "그건 제 OKR이 아닌데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OKR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입장에서,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성과평가 방식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 '팀워크'나 '협업'은 조직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메시지 중 하나다. 리더십 교육, 전사 타운홀, 핵심가치에서도 협업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된다. 그러나 정작 구성원들에게 "협업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 이 괴리는 우연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한 방향 정렬Alignment'이 깨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많은 기업이 팀워크를 축하하면서도, 공식적으로 팀을 성과의 주체로 인정하는 성과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드물다"고 진단한 바 있다.1) 개인의 목표 달성률이 승진과 보상의 중요 기준이 되는 구조에서, 동료를 돕거나 팀의 공동 과제에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일 뿐, '고성과자'가 되는 길은 아닌 셈이다. 노동경제학자인 엔조 브록스Enzo Brox와 마이클 레크너Michael Lechner의 연구는 이 딜레마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팀 기반 업무 환경에서 개인 성과는 동료에 의해 상당한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를 받지만, 대부분의 평가 체계는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혀냈다.2) 쉽게 말해 동료를 도와 팀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린 사람은 정작 해당 평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맹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딜레마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아무리 메시지를 반복해도 협업은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개인 중심 평가'의 문제 개인 중심의 평가 체계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별 책임과 기여를 명확히 하고,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효한 도구다. 문제는 이 체계가 조직 내 다른 가치들과 상충하고 충돌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정된 자원과 우선순위의 딜레마다. 협업 과제와 개인 업무가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하면, 구성원은 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개인 업무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협업 요청을 받았을 때, 그것이 자신의 평가에 어떻게 반영될지 불분명하다면 '안전한 선택', 즉 협업을 회피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둘째, 협업 성과의 불분명함이다.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그 기여도를 정확히 분리하기 어렵다. 세일즈 팀과 고객 성공팀이 함께 만들어낸 고객 만족도 개선은 누구의 성과인가? 재무팀과 제품팀이 협력해 달성한 원가 절감은 어느 팀의 공로인가? 누구도 이에 대한 확답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협업을 통해 이뤄낸 성과에 대한 기여도 측정이 어려운 만큼, 협업의 가치는 쉽게 증발한다. 셋째, 보이지 않는 기여의 비가시성이다. 리즈 와이즈먼Liz Wiseman은 저서 《임팩트 플레이어Impact Players》에서 조직에서 진짜 필요한 일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들은 주어진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의 '아젠다Agenda'를 읽어 필요한 위치로 이동한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빈 공간을 향해 활발하게 뛰어다니던 박지성 선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팀 간 갈등 조율, 지식 공유와 같은 기여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인정되지 않고, 인정되지 않는 행동은 지속되기 어렵기 마련이다. 결과와 과정을 분리한 이중 구조의 평가 설계 그렇다면 협업을 평가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결과'와 '과정'을 분리해 평가하는 방안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야구로 빗대어 보자면 '빗맞은 안타' 상황은 결과적으로 성과이긴 하지만, 과정이 아쉽다. 반대로 '잘 맞은 아웃'은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은 경우다. 만약 결과만으로 평가한다면, 운에 의한 성과와 실제 실력에 의한 성과를 구분할 수 없다. 반대로 과정만으로 평가한다면, 성과에 대한 책임감이 약화된다. 레몬베이스에서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최종 평가 등급을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성과 및 임팩트'로 실제 결과물의 양과 질을 평가한다. 다른 하나는 '팀워크 및 핵심가치'로 업무 과정에서의 협업, 동료 지원, 조직문화에 대한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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