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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제도는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근로처우와 근무방식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제공하는 체계다. 예를 들어 인사평가를 어떤 절차로 진행하고, 평가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 보상에 반영할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 어떤 지원자를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처럼 인사제도가 근로처우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제시하면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이 최소화될 수 있고, 모든 근로자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처우를 받게 되면 조직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진다. 따라서 인사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확보함으로써 조직 내 불필요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 인사제도의 일관성과 공정성의 간극 인사제도의 일관성 이면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인사제도는 의사결정의 일관성을 높이는 대신, 근로자 집단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개인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특정 기준이 일부 근로자에게는 공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다른 집단에게는 불공정하게 인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근로처우에 관한 인사제도는 정규직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근로자, 혹은 여성 근로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하청근로자의 산업재해율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산업안전 기준 역시 정규직과 하청근로자 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사제도가 지향하는 획일적 기준은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공정성을 제공하지 못한다. 결국 인사제도는 일부 근로자 집단에게만 공정하게 인식될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가 다양해질수록 제도의 공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일부 집단 중심 인사제도가 부르는 갈등 최근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갈등은 동일한 제도 안에서도 근로자 집단별 이해관계와 기대 수준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초기 임금교섭은 TV·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노조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 노조가 연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DS 부문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DX 부문 노동조합은 교섭 연대에서 이탈했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까지 노동조합을 탈퇴하면서, 삼성전자의 단체교섭은 단순한 노사갈등을 넘어 노조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이 얽힌 '노노갈등' 양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DX 부문 노동조합이 교섭 연대에서 탈퇴한 배경에는 DS 부문 노동조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체교섭을 이끌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더 나아가 DS 부문 노동조합이 비정규직과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또한 갈등의 불씨가 됐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초기업적 노동조합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노동운동의 보편성과 연대의 가치보다는 일부 집단의 이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동일한 인사제도와 보상체계라 하더라도 근로자 집단별로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집단 중심의 제도 운영은 조직 내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인사제도의 필요성 이처럼 인사제도의 공정성은 제도가 적용되는 집단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어떤 집단에게는 공정한 기준이 다른 집단에게는 불공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제도를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제도의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을 중심으로 설계된 인사제도를 생산기능직에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직무 특성과 근무환경의 차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시행돼 왔던 기존의 국내 인사제도는 주로 정규직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설계돼 왔기에, 비정규직 대상의 인사제도의 경우 규정 자체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또한 과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제도들이 여전히 유지되면서 남성 중심의 기준이 지속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파트타임 근로자도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인사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정교하게 설계된 인사제도의 상당수는 정규직 남성 근로자를 중심으로 구축돼 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사제도는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조직 내 다양한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경험하지 않도록 보다 유연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한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근로자 집단별 특성과 업무 환경을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참여 기반의 인사제도 설계 인사제도를 설계할 때는 우선 제도의 적용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구성원들의 의견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제도는 기혼 근로자, 특히 여성 근로자의 활용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제도다. 즉 출산과 육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여성 근로자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여성의 육아휴직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동료 근로자들의 상황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이 늘어나면서 남은 구성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거나 특정 인력에게 업무 부담이 집중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조직은 육아휴직 사용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업무 공백을 어떻게 분담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육아휴직 제도가 일부 구성원의 희생이나 불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직 내 공감대와 협력 문화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 결국 인사제도가 조직 내 공정성을 높이고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직접적인 대상뿐 아니라, 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까지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양동훈 교수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인사노사관계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윤리경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미국 인사관리자협회인 SHRM의 한국대표단 자문 교수로 활동하며 조직과 사람에 관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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