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 전략의 변화, 개인이 아닌 집단지성의 활성화
지난 20세기까지 대부분의 조직구성원들은 조정 경기 선수들처럼 일했다.
핵심인재 전략의 변화, 개인이 아닌 집단지성의 활성화
제호 : 2026년 5월호, 등록 : 2026-04-23 16: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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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까지 대부분의 조직구성원들은 조정 경기 선수들처럼 일했다. 결승점이 분명했고 승기의 요건이 분명했다. 변수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제어도 가능했다. 혜안과 기술을 겸비한 핵심인재의 리드하에 단합된 협동을 발휘하면 됐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핵심인재로 분류된 인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직무 경험과 역량개발 기회를 부여해 기량일 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핵심인재 중심의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며, 기업들은 급물살과 암초에 부딪혀 일등은커녕 생존 자체도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긴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획일화된 전략은 무용하기에, 이제는 소수 핵심인재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조직은 핵심인재를 선호한다. 여기에는 유능한 20%가 평범한 80%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암묵적 신념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전제가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시점이 왔다.




'파레토 법칙'에서 '롱테일 법칙'으로의 전환
이탈리아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1896년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불균형적인 부富의 분배를 지적한 것으로, 해당 원칙은 통계학의 확률분포 기초 개념으로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루마니아의 경영 컨설턴트인 조셉 주란Joseph Juran이 '파레토 법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경영학적 개념 또는 의사결정 원리로 등극하게 됐다. 파레토 법칙이 '상위 20%가 하위 80%를 먹여 살린다', 즉 '소수 핵심인재 몇 명에 의해서 조직이 유지된다'는 시각을 뒷받침해 온 것이다. 이렇듯 파레토 법칙은 100년 동안 복잡한 성과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있어 기본 가정이 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이 앞으로의 100년에도 여전히 통할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파레토 법칙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킨 사건이 있었다. 2004년, '롱테일 법칙'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전문 잡지사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이었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상품들을 많이 팔리는 순서대로 나열해 판매 그래프를 제작했을 때, 적게 팔리는 상품들이 마치 공룡의 꼬리처럼 낮고 길게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에 속하는 비인기 상품의 총판매량이 인기 상품의 총판매량을 넘어선다는 것을 확인했다. 20%의 인기 상품이 아니라 나머지 80%의 틈새 상품이 더 큰 매출과 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위 20%의 주류 제품이 전체 매출액의 80%를 발생시킨다는 파레토 법칙에 위배되는 논리다. 롱테일 법칙을 '역 파레토 법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롱테일 법칙은 대량생산에 익숙했던 20세기 기존 시장에서, 다양하고 개별화된 기호와 관심을 가진 고객이 존재하는 21세기 미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해 주었다. 이는 비주류로 평가받던 다수가 주류로 등장하고, 주변부에 있던 각종 상품과 거래수단 등이 중심부로 이동하는 비즈니스 지형의 변화를 수반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혁명에 힘입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게 됐다. 온라인에서는 장소, 시간적 제약이 없고 수많은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더더욱 다양한 선택지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 비즈니스에 기반한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은 20%의 머리가 아닌 80%의 꼬리의 힘에 집중하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즉 디지털 혁신이 진전될수록 롱테일 법칙은 시장과 경영의 지배원리가 될 확률이 높다. 

만약 인재와 조직관리 영역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한다면, 80%의 비핵심인재가 소수의 핵심인재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핵심인재 기반 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이 잠재적 가능성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 


닫힌 천재의 힘보다 열린 집단지성의 힘
하버드대학교의 인류학자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과 진화론자 마이클 무투크리슈나Michael Muthukrishna는 천재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범재를 대상으로 혁신과 관련된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천재 그룹은 18%만 혁신을 이루며, 그중 절반은 자신의 힘에만 의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달리 네트워크를 활용한 범재 그룹은 99.9%가 혁신을 해냈는데, 이 중 0.1%만 단독으로 해결했을 뿐 대다수는 네트워크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했다. 더불어 이들은 자신의 혁신 결과를 다시 네트워크에 공유하며 이를 개선할 기회를 얻으려 했다. 

우리 주변에 천재보다 무수히 많은 범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 연구 결과는 범재들이 집단 내에서 자유롭게 서로 연결되어 있을수록 더욱 충만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혁신은 한 명의 천재에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공유할 때 나타나는 결과물인 것이다. 헨릭과 무투크리슈나는 이러한 공유 과정을 '정보 넘침Information spillover'으로, 개별 두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 전체를 '집단 두뇌Collective brain'로 표현했다. 흔히 알고 있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또한 여기서 출발한 개념이다. 

이처럼 소수 핵심인재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는 모두가 협력해 핵심인재로 나아가야 하며, 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조직 내 권위를 낮춰라
《조직의 재창조》 저자인 프레데릭 라루Frederic Laloux는 "관료적 위계주의는 미래가 과거의 반복이라는 가정이 성립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관료적 위계주의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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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전임교수 HMG경영연구원 전임교수 / 《자기다움 리더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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