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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마지막 장면은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대기업 제지공장에서 수십 년간 일한 숙련 기술자 만수는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AI로 자동화된 공장에서 기계의 오작동을 감시하는 보조 업무에 그친다. 결국 그는 자신 역시 머지않아 기술에 의해 대체될 존재임을 자각하며, 텅 빈 공장 안에서 고립감을 마주한다.
이 장면은 산업 현장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국내 대표 제조사가 첨단 로봇 생산라인 도입을 추진하며 노조와 겪은 첨예한 갈등은 기술 도입이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생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23년 발간한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기술 도입 시점이 아니라, 그 이후에 발생한다. 자동화와 AI가 도입되는 순간 조직은 필연적으로 인력 재편을 맞이하고, 그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부상하는 의제가 바로 '퇴직'과 '퇴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단순한 인사 행정으로 다루느냐, 혹은 신뢰와 인재 전략의 문제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경쟁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 조직 경쟁력을 결정짓는 '퇴직 경험' 흔히 퇴직을 개인의 경력 단절 문제로만 보지만, 조직 관점에서의 퇴직은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의 완성 단계에 해당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별했는가는 조직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준비된 이별을 경험한 퇴직자는 평생 회사를 응원하는 강력한 서포터가 되지만, 무성의한 통보를 받은 퇴직자는 조직의 가장 뼈아픈 비판자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구성원들'이다. 동료가 회사를 떠나는 방식을 지켜보며, 구성원들은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게 된다. 퇴직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퇴직자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조직 내부의 신뢰는 급격히 무너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조정 이후 잔류 직원들은 불안과 조직 신뢰 저하를 경험하며, 그 결과 자발적 이직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생산성과 몰입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켄 다이크월드Ken Dychtwald도 기업이 단기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을 때, 이로 인해 약화된 조직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퇴직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사후 절차를 넘어, 남아 있는 조직의 신뢰와 몰입을 지키는 전략적 영역으로 이해해야 한다. 기업들이 '어쩔 수 없다'고 믿어온 착각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많은 기업의 퇴직 관련 인식은 여전히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고정관념은 중장년 대상의 교육을 '소모적 복지비용'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인력 구조가 요동치는 대전환의 시대에 중장년 인력의 원활한 전환을 돕는 일은 복지가 아니라, 조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핵심인재 전략이다. 또한 임금피크 이후에는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흔하다. 조직이 구성원을 '이미 끝난 인력'으로 정의하는 순간, 개인의 동기와 성장 의지는 함께 하락한다. 이는 개인의 노화 때문이 아니라, 조직이 설계한 프레임이 만들어낸 결과다. 마지막으로, 퇴직을 불편한 주제로 여기고 '침묵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관행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침묵은 결코 갈등을 잠재우지 못하며, 오히려 구성원들의 막연한 불안과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통보를 넘어 소통으로, 퇴직 경험 전환 전략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HR의 역할은 단순히 제도를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전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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