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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4%. 이 숫자는 올해 2월 지급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률이다. 연봉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세후 기준으로도 1억 원 이상의 금액을 수령한 직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기업의 보상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필자에게도 생소한 숫자다. 47조 원의 영업이익, 48%가 넘는 영업이익률도 생소했지만, 월 기본급의 30배 가까운 성과급이라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가, 인센티브인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화제가 되던 와중에, 성과급 제도 설계의 법적 의미를 다시 묻는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렸다. 삼성전자 퇴직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TAI는 임금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기업이 집단 성과급의 하나로 설계한 제도가 법적으로는 '임금'으로 인정된 것이다. 성과급은 본래 기업 실적이나 개인 성과에 따라 지급 여부와 금액이 달라지는 변동급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은 매년 일정 시점에 반복적으로 지급되고, 연봉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지급 수준이 형성되며, 지급률의 변동 폭이 크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상당수 구성원이 수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성과급은 명목상 변동급일 뿐, 실질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고정적 보상에 가까워진다. 법적 판단의 기준은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다. 지급의 반복성, 정기성, 예측 가능성이 인정될 경우 성과급은 임금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구성원의 퇴직 시점에 문제를 불러온다. 퇴직금은 퇴직 전 3개월 간 지급된 임금총액을 총일수로 나눈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급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 그 차이는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성과급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해 왔는가' '이름은 변동급이지만, 실제로는 고정급처럼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제 기업은 성과연동 보상체계의 구조와 법적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법원은 통제 가능성에 집중한다 삼성전자의 TAI는 1992년 도입된 제도로, 회사 및 사업부의 수익성, 성장성,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급률을 산정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매출성장률 등 세부 지표를 전년 대비, 경쟁사 대비, 경영계획 대비 방식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결정된 조직별 지급률을 상여기초금액에 곱해 지급액을 산정한다. 이때 상여기초금액은 월 기준급의 120%로 한다는 내용이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다. 이에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핵심경쟁력 지표 달성도, 전략과제 이행도, 재무성과 달성도 등이 근로의 양과 질에 연동돼 차등 지급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즉 성과급이 근로 제공과 실질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판단, 임금성을 인정해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다만 사업부 EVA의 20%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성과인센티브OPI는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시장 상황이나 경영 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 판결 직후인 2월 12일, SK하이닉스 퇴직자 2명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는 대법원이 근로자 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는 사실이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인 목표인센티브PI와 성과인센티브PS 모두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유사한 성과급 제도임에도 상반된 판단이 나온 가장 중요한 차이는 지급 근거에 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취업규칙에 명시된 고정적 지급 근거가 없었고, 1999년 이후 매년 노사 합의를 통해 지급 여부를 결정해왔다. 또한 지급 기준 역시 외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표와 연동돼 있다. PI는 주로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PS는 2021년까지 EVA의 20%, 이후에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지급된다. 이처럼 재무성과 중심 구조는 경영 성과와 시장 요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며, 개별 근로자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요소가 크기 때문에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더욱 복잡해진 성과급 설계의 셈법, 그 대안은? 엇갈린 두 판결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성과급의 명칭이 아니라 설계 철학과 운영 방식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 다수가 재무·비재무 지표를 혼합해 KPI를 설계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조직 성과를 측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성과급 제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점검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이제 기업은 '성과급은 전략적 동기부여 수단인가, 사실상 연봉의 일부인가' '지급 여부와 금액은 실제로 변동하는가' '단기 성과에 대한 보상인가, 장기적 리텐션을 위한 장치인가' 그리고 '임금성 판단에 대비한 법적 검토는 충분히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 없이 제도를 운영한다면, 법적 리스크는 반복될 것이다. 기업들은 다음의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 성과급을 변동급으로 명확히 하고 실질적 변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급률의 폭을 넓히고, 미지급 가능성을 현실화하며, 지급 목적을 명확히 정의하는 방식이다. 둘째, 성과급을 사실상 연봉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법적·재무적 비용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퇴직금 등 연동 비용을 고려한 총보상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최근 이어지는 성과급 임금성 분쟁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보상 구조가 축적해 온 결과에 가깝다. 한국 기업의 보상 체계는 빠르게 성과 연동화됐지만, 그에 상응하는 법적·제도적 정합성에 대한 점검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삼성전자의 판결은 특정 기업의 승패를 넘어, 성과급을 순수한 인센티브로 설계할 것인지, 아니면 연봉을 분할 지급하는 구조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 신재용 교수는 기업의 성과평가와 보상, 지배구조를 주제로 세계적인 경영학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기아와 DL이앤씨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공정한 보상》과 《정서적 연봉》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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