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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이라는 말을 들으면, 구성원 교육, 인식 제고 캠페인, 사내 의사소통 방법과 에티켓에 관한 행동규범Code of Conduct 정립, 고충처리 제도 확립, 정신건강 상담 제도의 운영과 같은 활동이 떠오른다. 이러한 활동은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매뉴얼에도 규정돼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기업이 제도화해 실행 중이다.
이러한 활동들이 건강한 기업문화 실현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자문을 하며 여러 기업을 지켜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기업과 구성원이 괴롭힘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기껏해야 '모든 사고나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일반적 예방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고, 이어지는 예방 활동 역시 그러한 이해 수준에 맞춰 형식적·기계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과 태도는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지향하는 핵심 목적인 피해자 보호와 건강한 기업문화 실현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구성원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자연스럽게 실행되고, 사내의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면서 괴롭힘 제도가 그 목적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 괴롭힘 예방, 괴롭힘을 사전에 방지하는 활동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괴롭힘 예방'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지 간단히 정리해보자. 괴롭힘 예방이란 기업 내 구성원 간의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부적절한 언동과 관련해, 이러한 언동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활동과 부적절한 언동이 발생하더라도 사건화나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는 활동을 포함한다. 즉 괴롭힘 예방은 본질적으로 '사전 방지 활동'이다. 이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와 가해자, 기업의 잘잘못을 판단하고 책임을 묻는 '괴롭힘 사후 규제 활동'과 대비된다. 앞서 말한 교육, 캠페인, 행동규범 정립, 고충처리 제도 확립, 상담제 운영, 제도 정비가 괴롭힘 사전 방지 활동의 전형적인 예이다. 보다 넓은 관점으로는 부적절한 언동의 제도적 원인인 조직 구성, 업무 수행 방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포함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무엇보다 구성원 간 불필요한 갈등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만약 부득이하게 갈등이 발생해 사건으로 이어지더라도, 공정한 조사와 적절한 대응을 통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괴롭힘 예방, '생생한 문제의식'이 중요 성공적인 괴롭힘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기업과 구성원이 현재 괴롭힘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운영 실패의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상호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와 현행 제도 환경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괴롭힘이 악화되고 있는지를 기업과 구성원이 생생하게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예방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잘 기획된 예방 활동이라도 형식적인 행사나 대외용 제도로 전락하고 만다. 괴롭힘 예방은 제삼자가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일회성 과제가 아니라, 잠재적 당사자인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며 감수성을 축적해 가는 과정이다. 구성원의 인식 변화와 참여가 수반될 때에만 사내 갈등 감소라는 실질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은 다시 예방 감수성을 강화하는 장기적 선순환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괴롭힘 제도 운영이 실패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생생한 문제의식의 부재와 그에 대한 조직 내 공유 실패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왜 현행 괴롭힘 제도에서 예방이 특히 중요한지, 그리고 기업과 구성원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생생한 문제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이다. 즉 현재 어떤 제도적·현실적 문제로 인해 예방이 불가피한 과제가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후 규제 중심의 불균형한 제도 우리나라 괴롭힘 제도 운영의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을 살펴보자. 이 조항은 총 7개 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괴롭힘 사후 규제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괴롭힘을 행한 자, 신속하게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자, 적절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자,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조치를 한 자,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자 등에 대해 징계 등 인사조치를 부과하고, 과태료로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이 조항은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 교육과 같은 예방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3조 제11호에서 규정한 취업규칙 기재 사항인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에서도 예방과 관련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 예방과 사후 규제의 불균형은 단순한 입법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입법자가 괴롭힘 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본 관점을 반영한 결과다. 당국이 현행 제도 운영에서 수행하는 역할 역시 사후 규제 중심 관점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제도상 규제와 예방의 불균형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의 판단에 불만이 있거나 처음부터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피해자가 근로감독, 개선지도,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진 노동청에 사건 해결을 요청할 수 있다. 그 후 노동청은 사실상 강제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대부분의 괴롭힘 대응 역량을 사건 처리에 투입한다. 그러나 제도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예방 제도의 확립과 운영에는 충분히 개입하지 않고, 적극적·사전적 개입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사후 규제에 치우친 현행 괴롭힘 제도는 여러 부작용을 드러낸다. 허위신고 등 제도 오남용, 기업 역량 낭비, 조사 능력 한계로 인한 오판 위험, 대화와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계선상의 갈등까지도 일도양단의 판단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조사와 처분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이 재생산되고,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인사 관리상 부담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해자 인격 보호와 건강한 기업문화 실현이라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기업은 현행 제도의 결함을 보완할 예방 전략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사후 규제에 치우친 제도를 수동적으로 따르며 부작용까지 감수할 것이 아니라, 기업 실정에 맞는 예방 제도를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구성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구성원 역시 이러한 노력에 호응하며, 제도 오남용의 유혹을 스스로 경계하는 성숙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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