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HR Insight

기술이 사람을 만났을 때 :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Next Gen AI와 인사의 고민

제호 : 2026년 1월호, 등록 : 2025-12-23 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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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이 밝아온 오늘, 인사담당자들이 마주한 질문은 더 이상 AI를 도입할 것인가의 여부가 아니다. 지난 3년이 생성형 AI가 사무실의 모니터 속에서 인간의 업무를 도운 시기였다면, 이제는 그 AI가 스크린을 뚫고 나와 인간의 눈과 귀처럼 세상을 감각하고, 로봇의 몸을 빌려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바로 멀티모달 AI_{Multimodal AI}와 피지컬 AI_{Physical AI}의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다니엘라 루스_{Daniela Rus} MIT 인공지능연구소_CSAIL 소장은 피지컬 AI를 "지저분하고 복잡한 현실 세계를 다뤄야 하는 시스템에 학습과 의사결정을 내장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젠슨 황_{Jensen Huang} 엔비디아 CEO 역시 2025년 CES에서 "AI의 다음 프론티어는 피지컬 AI"라고 천명했다. 이는 단순히 텍스트를 요약해 주는 수준을 넘어,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며 심지어 직접 행동하는 AI가 조직의 구성원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직무 기술서나 평가 보상 체계로는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파도를 예고한다. 이와 관련해 멀티모달 AI와 피지컬 AI라는 두 가지 핵심 AI 기술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인사담당자들은 조직 구조와 리더십, 그리고 인사 시스템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멀티모달 AI와 피지컬 AI의 등장
먼저 우리가 맞이할 AI 동료의 실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과거의 AI가 텍스트면 텍스트, 이미지면 이미지라는 단일 감각에 의존했다면, 멀티모달 AI는 냉장고 사진을 보고 식재료를 파악한 뒤 음성으로 요리법을 제안하는 등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해 단순한 AI를 넘어 요리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간만이 가능했던 맥락적 판단에 관한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짐을 시사한다.

여기에 피지컬 AI가 결합되면 또 다른 변화가 다가온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뇌를 가진 로봇이 물리적 세계로 걸어 나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의 물류 로봇이나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처럼, 이들은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의 도로와 공장에서 직접 과업을 수행한다. 소프트웨어의 지능이 원자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이 현상은 노동의 본질을 수행에서 관리와 조율로 이동시킨다.

실제로 미국의 보험사 레모네이드_Lemonade는 멀티모달 AI를 활용해 조직의 운영 방식을 송두리째 바꿨다. 레모네이드사에서 활용하는 AI '짐_Jim'은 파손된 물건의 사진_시각과 사고 경위 설명_텍스트, 목소리의 떨림_청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몇 초 만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아마존은 100만 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며 물류 센터의 풍경을 인간과 기계의 협업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아마존의 로봇들은 AI가 설계한 최적의 경로로 움직이며, 인간은 로봇이 처리하지 못하는 예외 상황을 해결하거나 로봇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하고 있다.

새로운 AI 동료의 등장으로 요구되는 조직의 재정의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조직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질문을 요구한다. 과거 우리는 기능별로 부서를 나누고 수직적인 계층 구조를 만들었다.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멀티모달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피지컬 AI가 실행을 담당하는 환경에서 기존의 기능 단위 부서는 오히려 병목이 된다.

조직의 리더와 인사담당자는 이제 기능 중심의 거대 조직을 해체하고, AI 에이전트와 소수의 인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혹은 아토믹 팀_{Atomic Team}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마케팅, 영업, 고객지원 부서가 따로 존재하며 정보를 주고받았다면, 멀티모달 AI를 활용하는 조직에서는 한 명의 담당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콘텐츠 생성부터 고객 응대, 데이터 분석까지의 전 과정을 완결할 수 있다. 디즈니가 2025년 인간-AI 협업 담당 부사장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기술과 창의성 조직을 융합한 것처럼, 조직도는 더 이상 사람의 위계가 아닌 인간과 AI가 결합된 단위 과업의 집합체로 그려져야 한다. 이는 결재 라인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장착한 개인이 하나의 부서와 맞먹는 생산성을 내는 '슈퍼 개인_{Super Worker}'들의 연합체로 조직이 진화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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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학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조직인사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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