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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우리는 조직문화 혁신을 가로막는 진짜 적이 낡은 시스템이 아니라, 구성원 내면에 깊이 뿌리박힌 '변화 저항 가정Change Resistance Assumptions'임을 확인했다. "변화는 위험하다"거나 "튀면 안 된다"는 강력한 무의식적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혁신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문제의 원인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현장을 바꾸지 못할까?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심리적 가정'이라는 복잡하고 섬세한 대상을 다루면서도, 정작 도구는 '기계적 통제'에 최적화된 낡은 방식을 관성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수행한 혁신 노력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놓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기존 조직개발의 다섯 가지 맹점을 짚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방안을 제안한다. .jpg) 측정의 맹점 '만족도Sentiment'라는 숫자의 마취제 많은 담당자가 혁신의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KPI핵심성과지표에 집중한다. '교육 이수율 98%'나 '워크숍 만족도 4.5점'과 같은 숫자가 보고서에 빼곡하다. 이 숫자들은 경영진을 안도시키고, 담당자는 성실함을 인정받지만, 때로는 '집단적 착시'이자 '숫자의 마취'를 부른다. 어떤 지표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단순한 참여율이나 흥미만을 반영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심지어 그 어떤 지표도 '실패를 용인하는가?' 또는 '상사에게 솔직할 수 있는가?'라는 조직의 심층적 가정Assumption 변화를 담보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Activity'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Behavioral Change'를 측정해야 한다. 측정의 오류는 에드가 샤인Edgar Schein의 조직문화 모델로 명확히 설명된다. 설문조사는 주로 겉으로 드러나는 조직풍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구성원들은 만족 혹은 불만족 상태를 체크한다. 하지만 실제 현상을 지배하는 것은 깊은 곳에 숨겨진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이며, 현상과 현상 기저의 가정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즉 우리가 설문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조직문화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는 권위주의적 위계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설문조사에서조차 '중간만 가자'는 식의 방어적 응답, 즉 관대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따라서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는 무난한 점수가 반드시 '건강한 조직문화'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는 '침묵의 카르텔'의 신호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갈등이 만연한 조직에서도 80점대 이상의 평균 점수를 달성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러한 인식Sentiment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행동Behavior 데이터를 추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문화를 혁신할 때, 그는 주관적 질문에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Workplace Analytics'를 도입해 '타 부서원과 함께하는 회의 시간의 비율' '리더와 실무자 간의 일대일 미팅 빈도' 등 객관적인 행동 데이터를 측정하며, 실제로 부서 간 장벽Silo이 허물어지고 있는지를 검증했다. 이제 KPI를 '기분'에서 '빈도Frequency'로 전환해야 한다. 단, 서구식처럼 '리더에게 반박한 횟수'를 세는 대신, 우리 조직에 맞는 '우회적이지만 확실한 변화의 징후'를 찾아 카운팅하자. 문화는 엑셀에 표기된 숫자가 아니라, 현장의 구체적 장면으로 증명된다. 방법론의 맹점 '모듈Module'의 조립은 맥락을 지운다 시중에서 진행하는 조직문화 교육은 표준화되어 있다. 조직문화 담당자들은 소통이 문제면 커뮤니케이션 모듈 2시간, 리더십이 부족하면 코칭 모듈 2시간을 배정하고, 흥미 유발을 위한 단발성 게임Activity을 끼워 넣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튀면 안 된다"는 조직 내부의 가정을 깨뜨릴 수는 없다. 진정한 변화는 우리 조직의 현실을 마주하는 솔직한 회고Deep Dive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한국의 정서상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직면Confrontation'은 관계를 단절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난'을 제거하고 '맥락'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방법론을 선회해야 한다. 글로벌 창의 기업 픽사Pixar는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라는 피드백 회의를 운영한다. 핵심은 "사람Person이 아닌 문제Problem를 공격한다"는 원칙이다. 그들은 "너의 아이디어는 틀렸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 스토리의 전개가 관객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상을 철저히 '작품'으로 한정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비판을 나에 대한 모욕이 아닌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선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발언의 화살표를 사람에서 과제로 돌려주는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다. 이제 강사에게 "분위기 좋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대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문제를 안전히 꺼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라. 단, 개인에게 수치심을 주는 방식은 금물이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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