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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모두 한 번쯤 이날을 목격한다. 누군가는 스스로 물러나고, 누군가는 해임되고, 또 누군가는 정년이란 단어 속으로 사라진다. 바로 리더가 바뀌는 날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날의 공기는 평소와 사뭇 다르다. 몇 해 전, 필자가 한 그룹사에서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때의 일이다. 임원 인사 발령이 있는 날은 오전부터 타이핑 소리가 평소보다 날카롭다. 커피머신 앞에서는 농담 대신 긴장감이 흐른다. 복도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조차 어색하다. 누가 승진할지 궁금증이 맴돌고, 그 사이 어딘가에는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묘한 표정이 스친다. 잠시 후 발표가 뜨면 채팅창이 분주하다. 누군가는 새 리더의 장점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또 누군가는 조심스레 지난 리더의 빈자리를 회상한다. 그날 그곳은 낯선 산소를 들이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는 생명체 같았다.
.jpg) 리더 교체가 몰고 오는 파도 리더가 바뀌는 순간, 두 개의 파도가 밀려온다. 하나는 감정의 파도다. 새 리더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사무실 곳곳에선 "전에 어디 있던 분이래?" "이제 우리 팀은 어떻게 되는 거지?"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리더 자체보다, 리더가 만들어낼 분위기에 더 촉각을 세운다. 그래서 리더의 교체는 단순히 한 자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의 분위기와 감정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리더의 표정 하나, 회의 중 말투 한마디가 그 리듬을 조율한다. 때로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두 번째 파도는 방향이 바뀌는 순간 밀려온다. 리더는 방향타를 쥔 조타수와 같다. 그 손길이 바뀌면 일의 우선순위도, 속도도, 기준도 달라진다. 이전 리더가 안정을 중시했다면 새 리더는 혁신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우리 목표가 바뀌는 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지?" "보고 방식도 달라질까?"에 대해 묻는다. 방향의 전환은 종종 혼란을 동반한다. 보고 체계가 어색해지고, 의사결정이 더뎌지며, 성과가 주춤한다. 실제로 한 연구1)에 따르면, CEO 교체 직후 조직 생산성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사람들이 새 리더의 리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부임 후 3~6개월쯤 지나서야 비로소 조직에 자신만의 색을 입힌다. 리더가 바뀐 조직은 낯선 새집 같다. 이삿짐은 옮겨왔지만 거실 위치도, 커튼 높이도, 조명 색도 아직 낯설다.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리더십 교체 상당수 리더 교체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일도 잦다. 그럴수록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린다. 특히 갑작스러운 퇴진이나 해임의 경우, 그 불안은 더 크다. 조직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에너지를 가라앉힌다. 결국 사람들을 회사 밖으로 향하게 만든다.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교체는 조직 곳곳에 전임자의 그림자를 남긴다. 떠나는 리더가 충분한 설명도, 작별의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지면, 사람들은 일이 막힐 때마다 문득 '전임 리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전임자가 조직 안에 단단한 비공식 권력망을 남겼거나, 카리스마가 강하게 각인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새 리더는 자신의 판을 짜기도 전에 전임 리더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부터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리더십 교체가 불안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준비된 이별, 품격 있는 교체는 조직에 오히려 따뜻한 여운과 결속을 남긴다. 펩시코의 CEO였던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퇴임을 앞두고 동료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깊은 애정을 담아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이에 이별이란 없는 법"이라고 적었다. 그 문장엔 회사를 향한 변치 않는 마음과 자신의 뒤를 잇는 CEO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2) 인드라 누이의 이야기가 마음으로 끝맺은 리더십의 한 장면이라면, P&G의 CEO였던 앨런 래플리Alan Lafley 사례는 '리더십 승계의 교본'에 가깝다. 그는 퇴임 후 회사의 요청으로 복귀했지만, 돌아온 자리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뒤를 이을 사람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는 늘 "리더는 회사를 떠나기 전, 자신이 없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갈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 말은 교훈이 아니라 습관처럼 몸에 밴 다짐이 됐다. 그 덕분에 P&G의 리더십 교체는 흔들림보다 안정, 혼란보다 신뢰를 닮아 있었다. 준비된 이별이란 결국, 떠남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예의라는 걸 보여준 셈이다.3) 이처럼 떠나는 리더가 마지막까지 조직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을 때,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 그런 이별엔 예의가 있고 신뢰가 있다. '언젠가 나도 멋지게 배웅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이 곧 구성원들의 자긍심이 된다. 리더십 교체의 기술 '좋은 교체'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준비된 리더십 전환에는 몇 가지 공통된 결이 있다. 명확하고 신속한 소통 리더 교체 소식은 숨김없이, 신속하게 전달돼야 한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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