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어느새 기업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12월은 HR에게 특히 바쁜 시기다. 성과평가 및 전사 수준 조정Performance Review and Calibration, 성과에 따른 보상 준비, 승진 등 연간 주기로 반복되는 주요 업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인사적 책무Agenda를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사담당자들이 에너지를 쏟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단순히 반복되는 업무를 넘어 조직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각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도 운영이라는 일상적 관리에 머물지 않고, 전략적·조직적 과제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비즈니스 전략과 인사제도 및 운영의 정합성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일관성과 형평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기존 조직문화를 수호하는 역할에만 머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결과 비즈니스의 전략적 방향에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에 둔감해지고, 관성적인 인사 운영에 에너지를 소모할 위험이 있다. 최고경영자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사조직은 사업 전략의 방향과 AI 등 최신 기술 발전을 면밀히 관찰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 전략 실행에 필요한 핵심 인력군과 스킬셋Skill Set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채용, 승진, 재교육 등의 조치를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은 단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을 넘어, 다가올 비즈니스 환경과 조직 변화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다. 예를 들어 필자가 속한 조직은 소비자금융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업 영역이 요구하는 역량Competency이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분석하고 소비자금융 인력을 재교육해 전환 배치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된다. 나아가 전사적으로 AI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또한 인사조직의 핵심 역할이다. 이처럼 HR은 단순히 제도를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전략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 관점에서 직원경험 고민하기 대부분의 기업은 매년 또는 격년으로 조직문화 관련 문항을 포함한 펄스 서베Pulse Survey를 진행해 직원경험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사조직은 종종 사용자의 관점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며,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한 조직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 이 과정에서 평가보상의 공정성 문제, 특정 관리자의 부적절한 운영, 조직 내 미묘한 갈등 등 작지만 중요한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인재 리텐션Talent Retention을 위해서는 평가보상도 중요하지만, 인재들이 자신의 조직에서 느끼는 업무 경험과 재미, 몰입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HR은 연말을 활용해 구성원들이 올 한 해 동안 경험한 일하는 방식과 제도 운영의 효과를 점검하고, 향후 개선점을 마련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위한 지원 모든 구성원들이 치열한 취업 경쟁을 거쳐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 입사했겠지만, 입사 후에는 또다시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이들과 뒤처지는 이들이 나눠지곤 한다. 실제로 개인사나 가정사로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고임금 지식근로자들은 경쟁에서 밀릴까 두려워 문제를 숨기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구성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구성원을 회복시키고 다시 무대로 복귀시키는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HR이 담당해야 할 필수적인 역할이다. 조직은 특정 우수 인재 한 명으로만 해결되는 팀 경기가 아니므로, HR은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HR 스스로에 대한 점검 인사조직은 구성원과 조직을 평가하는 데 능숙하지만, 막상 자신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연말을 계기로 단체협상, 평가, 보상, 복지, 근무 환경 등 HR담당자로서 한 해 동안 수행한 업무를 자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업부 단위 혹은 개별 직원 피드백을 받아 긍정적 성과는 강화하고, 개선이 필요한 영역은 차년도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HR은 우리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 올해는 다양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 환경 전반을 압도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많은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 문제가 놓여 있었다. 그렇기에 인사조직의 적극적 개입과 전략적 판단은 필수적인 일이 됐다. 좀 더 세밀히 언급하자면 이제 HR은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세대별 조직 충성도, 제도 이해도, 민감도 차이가 크고, 초개인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화된 제도와 해석을 요구하는 경향이 보이며, 이로 인해 HR 업무가 종종 감정노동화되기도 한다. 인사 직무는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지 않기에 가사노동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상적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과 달리, HR의 성과는 잘 가려지고 경영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도전 속에서도, 조직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HR담당자들에게 깊은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 * 이관영 부행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과 윤리교육을 전공하고,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동부그룹 인사담당, 알타디스 인사담당, AIG 준법감시인 및 한국 인사총괄 임원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했다. 현재는 한국씨티은행 인사총괄 겸 부행장으로 한국씨티은행의 인사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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