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필요한 핵심역량, 학습 민첩성
돌이켜 보면 30여 년 전 피터 센게Peter Senge가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의 중요성을 설파한 이후로 '학습'이라는 용어는 기업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AI 시대에도 필요한 핵심역량, 학습 민첩성
제호 : 2025년 12월호, 등록 : 2025-11-26 08:43:11





돌이켜 보면 30여 년 전 피터 센게Peter Senge가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의 중요성을 설파한 이후로 '학습'이라는 용어는 기업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교육학 용어인 학습이라는 단어가 기업 경영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것이다. 당시 이를 오해한 경영자들이 "지금도 교육이 많은데 여기에 교육을 더하란 말인가?"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서 학습Learning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능동적 프로세스'로 재해석돼 왔다. 조직Organization이라는 개념도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 빗댄 기계론적 접근Organization as Machine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Organism'라는 인식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전통 사회의 수직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수평적이며 열린 조직문화로 전환되면서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상한 '학습 민첩성'
지난 10여 년간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DT, 포스트 팬데믹, 챗GPT와 생성형 AI 등 초대형 변화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며 전 세계가 급격한 충격을 겪고 있다. 변화 대응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은 우리 경제는 이러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변화들이 특정한 전문 분야나 관련 조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댐의 수위를 논할 때 평균이나 최고 수치가 아니라 가장 낮은 지점을 기준으로 삼듯, 조직의 변화대응력 역시 전체 역량이 아니라 가장 대응이 느린 부분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취약 지점이 그대로 위기의 증폭 지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HRD에게는 변화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변화 센싱Sensing이나 큐레이팅Curating 역량이 요구된다. 경영환경이 불확실성Uncertainty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변화의 크기와 충격은 더욱 커지고 변화의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경쟁자보다 빠른 변화를 읽어내는 학습 능력인 '학습 민첩성'에 달려 있다.


복합적 역량이 빚어내는 '학습 민첩성'
학습 민첩성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학습 민첩성이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유연하게 문제를 대비 또는 해결해 나가는 실천의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완벽함보다 빠른 대응 능력이 중요한 현시대에는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학습 민첩성은 하나의 단일 역량이 아니라 인지·경험·사회적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 역량이다. 이 중 인지적 요소는 자기 강점과 약점을 인식Self-awareness하고, 정보를 수집·분석하며,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는 정신적 민첩성Mental agility을 포함한다. 경험적 요소는 다양한 학습 경험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HRD 활동에서 교육 니즈 분석, 설계, 개발, 실행, 평가의 전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교육과정 개발의 성공 요인을 자연스럽게 꿰뚫어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회적 요소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학습전략의 완성도를 높이는 능력, 즉 사람과의 민첩성People agility을 뜻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며, 여기에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가 더해질 때 학습 민첩성은 보다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학습 민첩성의 내재화는 AI 리터러시Literacy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AI 전문가들은 AI 리터러시를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해하고Know and understand, 적용하며Use and apply, 평가하고 창조하는Evaluate and create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학습 민첩성이 충분히 내재화되고 경험이 축적될수록 AI 리터러시 형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더불어 학습 민첩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도 일관되게 높은 성과를 보인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긍정심리지수, 강점과 흥미에 맞춰 일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일에 몰입하고 활력을 느끼는 워크 에너지Work Energy뿐만 아니라 지식 공유, 조직시민행동, 신뢰와 존중과 같은 태도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실무 역량 향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학습 민첩성' 내재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요인
학습 민첩성을 가로막는 요인은 조직과 개인 차원 모두에서 나타난다.

먼저 조직 차원에서는 부서 간 경쟁 심화로 인한 사일로Silo 문화, 협업지수가 낮은 조직 구조가 대표적 장애 요인이다. 최근에는 책임 부담을 피하려는 리더 포비아Phobia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문화 역시 심각한 걸림돌이다. 특히 조직이 사전 공유가 이루어졌거나 의도가 명확한 실패를 인정해야만 구성원의 도전과 활력이 유지될 수 있다. 물론 동일한 실패가 반복될 경우에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의 연구소가 '꿈夢'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한 해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실패를 선정해 시상하는 관행은 이러한 문화적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인 차원에서는 부정적 사고나 패배의식이 학습 민첩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정서는 긍정적 동기부여로 전환될 때 비로소 새로운 시도와 적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면 바로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점이다. 변화의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기에 HRD 조직 또한 강한 변화 대응력을 갖추고, 변화의 최전선에서 경영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망설이다 기회를 놓친다면, HRD의 역할을 다른 주체가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변화에 나서야 한다.

* 송영수 교수는 삼성그룹에서 22년간 리더십 및 HRD 전문가로 활동했다. 차세대 전략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양대에서 한양리더십센터장과 한양인재개발원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산업교육학회장과 대한리더십학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저서로는 《리더웨이》 《인아웃코칭》 《리더가 답이다》 
송영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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