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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이라는 말은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얽히면서 반대 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 모습에서 유래한다. 덩굴식물인 칡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덩굴을 감는 특성이 있어, 두 식물이 한 나무를 감싸면 서로 얽히고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 모습이 인간관계나 내면의 여러 가지 요구가 충돌하는 고통스러운 상태와 닮아있기에 '갈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두 개의 노동조합도 한 회사라는 같은 축에서 출발할 땐 덩굴식물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본의 아닌 충돌 상황에 놓이게 된다.
.jpg) 노조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노노갈등의 양상 노노갈등의 원인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먼저 노동조합의 설립 형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노갈등의 양상은 기업 단위와 초기업 단위에서 다르게 전개된다. 기업 단위의 경우 한 사업장 내 두 노조가 공존해 갈등이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드러나는 반면, 산업 단위에서는 물리적, 관계적 거리가 있어 갈등의 강도와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통계에 따르면 조합원 수 기준으로 기업별 노조의 비율이 40.6%, 초기업 노조의 비율이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조 수 기준으로는 기업별 노조의 비율이 12.5%에 불과하고, 초기업 노조의 비율이 87.5%에 달한다고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초기업 노조가 대규모이기에 많은 조합원이 가입해 있어서 조합원 수 기준에서는 기업별 노조를 압도하지만, 노조 수 기준에서는 미미한 비율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숨은 그림이 있다. 특정 기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인 '산별노조'다. 산별노조 형태가 전형적인 독일에서는 'IG Metall'과 같은 산별노조가 먼저 설립되고 산별 단위에서 단체교섭이 진행되는데, 기업 단위에는 지부나 지회 형태의 별도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노사관계와 뚜렷이 대비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금속산별노조인 'IG Metall'이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약을 체결하면, 소속 사업장인 'BMW Group'에서는 'IG Metall'이 아닌 'Works Council노사협의회'이 협약 적용의 실질적 역할을 맡는다. 'Works Council'은 한국의 노사협의회가 벤치마킹한 제도로, 산별노조와 사업장 협의체가 역할을 나누는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구조를 '이원적 대표체계Dual representation system'라고 부른다. 반면 한국의 산별노조는 태생부터 산별 단위에서 조직된 경우가 거의 없다.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 노사관계에서 산별노조는 연합과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외형상으로 산업별 노조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도, 실제로는 지부, 지회 단위로 각 사업장에 설립돼 기업별 노조처럼 활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초기업 단위가 아닌, 사업장 단위의 노노갈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하려 한다. 복수노조의 형성 경로와 배경 복수노조의 형성 경로와 배경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기업 간 인수합병이다. 기존에 노조가 있던 기업들이 합병되면, 두 개의 노조가 한 지붕 아래 공존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합병 대상인 두 회사 중 한쪽에 노조가 없는 경우, 합병 논의 과정에서 고용 불안이 커지면서 무노조 사업장에 노조가 새로 생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경로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가 분할되는 경우다. 노조 분할은 '법리적 분할'과 '사실적 분할'로 나뉜다. 법리적 분할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조직 형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며, 재적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높은 정족수 요건으로 실제 사례는 많지 않다. 반면 사실적 분할은 일부 조합원이 탈퇴해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내부 갈등이 심화될 경우 법리적 분할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집단 탈퇴 후 신설 노조로 나아가는 경우가 흔하다. 노노갈등의 주요 발생 요인 노노갈등은 한 사업장 내에 두 개 이상의 노조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동일한 공간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갈나무와 등나무처럼, 두 노조는 이해관계의 충돌과 경쟁 구도 속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주로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된다. 조합원 가입 경쟁 조합원 수와 전체 직원에서의 조합원 비중은 곧 노조의 교섭력과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법적으로 지위가 보장되더라도 조합원 기반이 약하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노조는 캠페인 등을 통해 신규 입사자와 재직자를 대상으로 가입을 독려하는 활동을 한다. 하지만 복수노조 상황에서는 1명의 조합원이 두 노조에 동시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가입할 노조를 선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면 갈등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과반수 노조 지위 과반수 노조 지위는 조합원 가입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노갈등 요인이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한국 노동법 체계는 승자독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과반수 노조에게 대부분의 실권이 부여된다. 이로 인해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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