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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코리아Peak Korea'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요즘, 내수 중심의 성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앞다투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IT, 서비스, 유통에 이르기까지 해외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해외 법인과 사업장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한 판매 거점이 아니라, 현지 경영의 허브 역할을 맡는 경우나 본사 자체를 해외로 이전하는 고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제가 바로, 해외사업장의 HR 조직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현지 HR 조직은 필수적이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서 시작해 현지 보상 수준과 전략 수립, 노무 관리, 인재 육성 등 조직에 필요한 필수 HR 기능을 현장에서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때 '과연 어떤 역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부여해야 할까?' '어떤 협업 구조가 최적일까?' '본사 HR과 어디까지 얼라인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HR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글로벌 성장 전략과 직결된 중요한 주제다.  전략 파트너로서의 해외 인하우스 HR 해외사업장에 HR 조직이 만들어지는 순간, 그 역할은 단순 행정 지원을 넘어선다. 현지 인력 채용과 온보딩, 현지 법규 및 노무 리스크 관리, 본사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문화적 번역Decoding, 성과관리와 현지인 리더 양성 등은 모두 현장 비즈니스에 밀착된 활동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의 성패는 '현지에서 최고의 인재를 얼마나 잘 확보하고 유지하며, 지속적 동기부여를 통해 최상의 성과를 내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다. 본사가 직접 뛰어들기 어려운 영역에서, 해외 HR은 사실상 사업 파트너이자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글로벌 확산 초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주재원 중심의 본사 파견 인력이 HR을 주도했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현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HR 체계를 강화하며 권한을 넓혀주었다. 해외 HR은 단순한 본사 지침의 전달자가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작동시키는 전략 파트너로 기능해야만 글로벌 성장 전략 실행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일관성과 현지화를 담보하는 균형 모델 필요 모든 결정을 본사가 쥐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권한을 현지에 이양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제는 일관성과 현지화를 동시에 담보하는 균형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일관성Global Consistency : 본사가 유지해야 할 영역 기업의 정체성과 비전에 직결된 문제는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본사는 핵심가치와 조직문화, 보상 철학, 리더십 평가 기준 등을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 행동 규범Work Rules 기반의 인재채용 검증 항목과 수준Bar, 성과평가 기준과 프로세스, 리더십 행동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현지 적합성Local Relevance : 현지 자율이 필요한 영역 채용 채널 운영과 현지 인재와의 커뮤니케이션, 보상 및 복리후생 수준, 노사관계 및 규제 대응 등은 현지 상황과 제도,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조직만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현지의 노사 관리나 사내 규정 운영상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매니지먼트하는 등의 영역 역시 인하우스 HR이 현장에서 지휘해야 하는 영역이다. 의사결정 매트릭스의 도입Frame & Trust 기업은 '전사 공통 정책'과 '현지 최적화 영역'을 구분하는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본사는 틀Frame을 제시하고, 해외 HR은 그 틀 안에서 자율성Trust을 발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한 체크 포인트 권한 위임은 단순히 권한을 넘기는 절차가 아니라 신뢰를 축적하는 여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몇 가지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첫째, '신뢰와 검증의 균형'이다. 무조건 신뢰만 하거나, 반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해서는 실패한다. 권한과 책임을 단계적으로 매칭시켜 점진적으로 신뢰를 넓혀갈 때, HR을 넘어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들까지 인사 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체계'다. 권한 위임의 성패는 결국 소통에서 갈린다. 본사와 해외 HR 간 정례회의, 데이터 기반 보고, 상호 피드백 루프가 반드시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무너지곤 한다. 셋째, 'HR 역량 격차 고려'다. 현지 HR 역량에 따라 위임 수준과 범위를 달리해야 한다. 리더십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본사의 개입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시간 학습과 이해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넷째, '문화적 민감성'이다. 본사 중심의 'One Size Fits All' 접근은 현장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본사의 가치를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필수다. 다섯째, '위기관리 예외조항'이다. 평시에는 자율권을 주되, 노무 분쟁이나 규제 리스크와 같은 위기 상황에는 본사가 즉시 개입할 수 있는 대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본사-글로벌 간 권한 위임 역시 HR 전문가들이 다루는 많은 주제들처럼 정답이 없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전 조직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그 위에 현지의 지혜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협업 체계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신뢰와 소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최현수 상무는 삼성, IBM,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에서 HR 리더십을 발휘해 온 인사 전문가로, 서브원Serveone의 CHRO를 맡고 있다. 현재는 HR 전략, 조직문화 혁신,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기업 체질 개선과 사업 구조 변화를 주도하며, HR을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전략적 기능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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