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업종과 개인의 성향에 따라 AI 도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존재하기에, 단순한 기술 교육만으론 조직 전체의 AI 적응도를 높이기 어렵다. 이제 기업에서는 조직문화적 접근을 통해 구성원들이 안전한 학습 공간에서 AI를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심리적 저항을 줄이고 AI 활용을 촉진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AI를 활용해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 도구를 직접 개발하며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방대한 인터뷰 스크립트 분석을 몇 시간 만에 끝내고, 조직문화 분석 모델에 맞게 결과까지 시각화하는 등 예전에는 프로그래머에게의뢰하지 않으면 구현할 수 없던 맞춤형 도구들을 손쉽게 구현해서 활용 중이다. AI 도구들은 업무 소요시간을 상당량 줄여줬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퀄리티의 업무수행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일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AI at Work 2025'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2%가 일주일에 여러 번 AI를 사용하는 '정기적 사용자_{Regular Users}'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 중 47%는 AI를 통해 기존 업무수행 시간을 하루 1시간 이상 절약하고 남는 시간을 통해 더 많은 과업 수행을 하거나, 더 나은 품질로 업무를 조기에 끝내거나, 전략적 과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AI 도입의 업종별 온도 차
AI 도입은 이제 경쟁우위를 넘어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전환됐으며, 그 속도 역시 역사상 전례 없이 빠르다. 국내의 많은 직장인들 또한 이러한 변화 속도에 맞춰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에서 진행한 '직장인의 AI 활용 실태와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10명 중 7명(71.3%)이 업무에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IT 업계의 사용률은 92.5%에 달해 개인 단위의 AI 활용은 이미 일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24년 33.3%였던 생성형 AI서비스 사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업종별로 살펴보면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IT·정보통신 분야 직장인들과 달리 제조업 분야 직장인들의 AI 활용률은 63.2%에 그쳐, AI 도입을 주저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 또한 상당수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를 기업의 정보 유출 우려나 비용 부담으로 인한 전사·전략적 이유와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으나, 조직 수준의 장벽만으로는 AI 도구가 주어져도 사용을 꺼리거나 특정 분야에서 유독 도입을 주저하는 개인들의 근본적인 심리까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회사가 정책적으로 AI 도입을 금하더라도 몰래 사용하는 'BYOAI_{Bring your own AI}', 혹은 'Shadow AI'와 같은 용어들이 범람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말이다.


AI 도입이 정체되는 이유
AI 도입이 부분적으로 정체되는 이유는 심리적 매커니즘과 편향에서 찾을 수 있다.


AI 저항의 심리적 매커니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줄리안 드 프레이타스_{Julian De Freitas} 교수의 연구를 참고하면, AI 저항은 다음의 다섯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첫째, '불투명성_Opacity'은 AI의 작동 방식이 '블랙박스'와 같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예측하고 통제하려는 본능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때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AI의 복잡한 알고리즘은 그 결정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불신과 저항감을 유발한다.

둘째, '비감정성_{Emotionlessness}'은 AI를 '감정이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데에서 온다. 사람들은 AI가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감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업무에서는 AI를 불신하는 경향이 크다. 즉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과업_{Financial advice}에는 적합하지만, 미묘한 감정적 교감이 필요한 주관적 과업_{Dating advice}에는 부적합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셋째, '경직성_Rigidity'은 AI가 인간과 달리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경직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의 실수는 학습 과정의 일부로 이해되는 반면, AI의 실수는 시스템의 영구적인 결함으로 간주되어 신뢰를 빠르게 잃게 만든다.

넷째, '자율성_Autonomy'은 AI가 '통제권'을 위협한다는 인식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과 환경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근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권과 통제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그룹 멤버십_{Group membership}'도 AI 저항의 원인이 되는데, 이는 AI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AI가 인간과 아무리 유사한 능력을 갖추더라도, 사람들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AI를 불신하거나 차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일종의종차별주의적_Speciesism 편향으로, 자신의 그룹인 '인간'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외부자인 'AI'를 배척하는 심리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