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가 어려워진 시대다. 회사에서는 한 마디 잘못했다가 분위기를 망칠까 조심스럽고, 일상에서는 진심을 전하고 싶어도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67만 구독자가 찾는 커뮤니케이션 유튜브 채널 '희렌최널'을 운영하는 그도, 처음에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오랜 기간 라디오 PD로 일했지만 정작 마이크 앞에 서니 떨렸고, 유튜브를 1년간 운영해도 구독자 1,000명을 넘기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에만 빠져 정작 상대의 말은 제대로 듣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소통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작은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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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화법'에서 '경청'으로
희렌최는 현재를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쓰려는 사람은 늘어난 시대'라고 진단한다. 모두가 스피커가 되려 하지만 정작 들으려는 사람은 드물다. 본인 역시 라디오 PD 시절, 대본을 쓰고 사연을 받아도 머릿속은 늘 할 말로 가득했고,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담으로 귀결되는 '나 화법'에 빠져 있었다. 전환점은 아나운서 선배의 출산휴가로 맡은 새벽 생방송이었다. 진행 경험이 없던 그는 청취자 앞에서 말문이 막혔고, 공감하려 애썼지만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제야 '마음을 어떻게 말로 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질문은 유튜브에서도 이어졌다. 방송 경험을 살려 채널을 열었지만 1년간 구독자 1,000명을 넘지 못했다. '남동생 졸업식' 같은 개인적인 소재로 시작되는 영상에 시청자가 머무를 리 없었다. 변화의 순간은 '혹시 열심히 말하는데 상대가 따분한 표정을 짓나요?'처럼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질문으로 시작하자 찾아왔다. 한 달 만에 구독자 10만 명이 모였다. 그는 그때 말을 끝까지 듣게 만드는 힘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관심사를 포착하는 경청이 필수였다.

"소통의 역설은 말을 잘하려면 말을 줄여야 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수록 먼저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청은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진짜 관심을 기울이고 상황의 흐름을 읽는 태도거든요. 대부분의 소통 문제는 경청하는 태도에서 해결되곤 합니다."


직장에서 살아남는 실전 소통법
희렌최가 제안하는 소통법은 기존의 뻔한 커뮤니케이션 매뉴얼과는 결이 다르다. 특히 직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순간들을 다정하면서도 실용적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종종 무례한 말을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당혹감에 휩싸인다. 이때 희렌최는 '개소리엔 냥소리가 답' 전략을 쓴다. 개가 짖는 듯 직설적이고 거친 말에는 같은 톤으로 맞받아치기보다, 고양이가 우는 듯 전혀 다른 리듬으로 응대해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립스틱을 바른 날 상사에게 "쥐 잡아 먹었냐"는 말을 들었을 때, 몇 초간 조용히 있다가 "방금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식이다.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묻거나, 재밌는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라는 듯 장난스럽게 받아치며 화제를 전환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말의 '선'을 가늠하는 감각도 필수다. 직장에서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애매할 때, 희렌최는 '할까 말까 애매한 말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쉽게 거둬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속에 '쎄한' 느낌이 든다면 그 '촉'을 믿는 게 좋다. 촉은 인류의 생존 과정에서 발달한 본능으로, 부정적인 신호뿐 아니라 긍정적인 신호에도 적용된다. 특히 상대가 마음을 여는 순간을 포착했다면, 그때는 과도한 자기검열을 내려놓고 관계의 흐름을 따라가는 편이 효과적이다.

더불어 모든 상황이 즉시 해결책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을 때 말할지 말지 애매하다면 하루를 묵히는 것도 방법이다. 그는 하루를 묵혔는데도 다음 날까지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때는 그 감정의 근원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자신이 지인의 모임 사진을 보고 이유 없이 상처받았을 때, 하루 뒤에야 어린 시절 전학 후 두 명씩 짝짓는 시간에 혼자 남겨졌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처럼 지금의 불편함이 단순한 피로인지, 현재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 상처 때문인지 구분하면 대응의 무게와 방식이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편한 이야기를 전할 때는 반드시 긍정어 한두 마디를 서두에 덧붙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야근 끝에 만든 보고서를 보고 바로 수정사항을 말하면 상대는 쉽게 방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고생 많았다"거나 "바쁜 와중에 잘 만들었네"처럼 먼저 인정하는 말을 건넨 뒤 수정을 제안하면, 훨씬 더 열린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끝 차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이 있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말이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앞에 상대 입장을 고려한 긍정어를 한두 마디만 붙여도 대화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다만 쿠션어를 너무 많이 쓰면 말의 요점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니 목적은확실하고 간결하게 하되, 상황에 맞춰 긍정어를 함께 쓰는 적절한 화법이 필요합니다."


60초 집중력 시대의 말하기 훈련법
캐나다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소프트_Microsoft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집중력이 금붕어보다 짧아졌다고 한다. 희렌최는 이런 지금을 '6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숏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간결하고 밀도 있는 말하기가 필요하지만, 그저 짧기만 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호감형 말하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가 추천하는 말하기 훈련법은 '쉐도잉'이다. 닮고 싶은 방송인의 영상을 틀고 한 문장씩 따라 하며 억양·어조·호흡을 익힌다. 여기에 말의 '내용'까지 다듬어야 좋은 소통이 완성된다. 이때 사설, 에세이 등 구조가 탄탄한 짧은 글을 읽고 전개를 분석하며 논리력을 기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그는 '다정한 말하기'의 힘도 강조한다. 직장에서는 감정을 세심히 고려하기 어려워 작은 배려만으로도 관계가 달라진다. 희렌최의 감정 회복 루틴도 스스로를 대하는 다정함에서 출발한다. 감정일기 앱으로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 보니 큰일이 아니었구나'라며 위로를 받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기본으로 둔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기본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부정적 생각에 빠지기 쉽죠. 그래서 저는 생각을 멈추고 나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봐요. 각자만의 회복 루틴을 만드는 걸 추천드려요."

말을 못해 걱정하던 라디오 PD가 소통 전문가가 된 과정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저는 박연준 시인의 '내겐 말이 다다'라는 글에 무척 공감해요. 결국 말이 다인 순간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러니 제대로 된 말로 소통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말 대신, 상대가 듣고 싶어 할 말이 뭘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정말 신기하게도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여러분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