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DEI에 대한 기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불법 차별 중단 및 실적 기반 기회 복원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14173호에 서명했으며, "DEI는 능력보다 성별과 인종을 우선시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
엇갈리는 DEI에 대한 기조,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호 : 2025년 8월호, 등록 : 2025-07-24 10:25:19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직후 불법 차별 중단 및 실적 기반 기회 복원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14173호에 서명했으며, "DEI는 능력보다 성별과 인종을 우선시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DEI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방향을 조정하는 기업들과 여전히 DEI를 핵심 경영전략의 일부로 삼는 기업들로 흐름이 나뉘고 있다. 광범위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타깃, 아마존, 테슬라 등은 보수적 커뮤니티가 반발을 일으키면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DEI를 사업 전략적인 요소나 위기 대응 차원에서 접근하고 DEI 정책의 방향성을 정부 정책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해왔다. 반면 애플은 CEO인 팀 쿡의 성소수자 지지와 인권 강조에 따라 DEI를 윤리적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스타벅스는 하워드 슐츠 전 CEO 시절부터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을 '커피를 넘는 브랜드 가치'로 강조해 왔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변화하더라도 DEI에 대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DEI에 대한 엇갈리는 기조 속,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DEI를 바라봐야 할까?



다양성과 포용,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 
DEI의 가치는 수치나 시각적인 방식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도 경영진과 직원들 간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 쉽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DE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DEI 관련 활동이 기업의 지표를 맞추기 위한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 회사의 내부 규정과 연계돼 있지 않거나 상충되는 제도가 존재할 때, DEI가 사업적·조직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 주로 생겨난다. 

그 결과 DEI가 역차별을 유발한다거나, 성과 중심의 공정한 기회 제공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라운드 자체가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양성과 포용은 그 전 단계, 즉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동일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기회의 기반을 공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유사한 성향·성별·나이의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은 그와 다른 배경을 가진 지원자를 채용할 확률이 낮아진다. 이는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더 높은 채용 장벽을 겪게 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사업적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기업이 채용과 승진 등 인사제도에 다양성 측정 지표를 도입하고 강제력을 갖춘 규정을 마련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구성원이 조직에 들어왔다고 해서 DEI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직원이 다수가 동의하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새로운 접근을 제안했을 때, 그것이 조직 내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면 포용이 결여된 것이다.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사업 기회를 넓히고 문제 해결의 폭을 키우지만, 이러한 다양성을 하나의 방향으로 좁혀내는 '포용'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혼란과 피로만 가중될 수 있다. 즉 다양성은 포용이라는 역량과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DEI의 여정은 단 한 번의 프로젝트나 캠페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 차원에서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노력이 일시적인 외부 환경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 실적과의 연계를 넘어, 기업 정체성, 브랜드 철학, 윤리 경영 등의 상위 개념과 연결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DEI 내재화의 핵심 요소 
기업의 정체성, 브랜드, 윤리 경영과 같은 상위 가치와 DEI를 연결했다면 이제 그것을 의사결정과 실천의 레벨로 구체화해야 한다. 조직의 인사제도와 규정 속에 DEI가 내재화되고, 구성원 개개인이 그 실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을 조직 안에 정착시키기 위한 여정의 핵심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다양성과 포용의 의미 확대 및 재정의
각 개인은 서로 다른 성장 배경, 교육 과정, 그리고 삶의 경험에 기반한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특히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오늘날, 우리는 국경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뉴스, 삶의 방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세분화된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성별, 인종, 연령 등 몇 가지 범주로 사람들을 묶고, 성향이나 가치관을 판별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생각, 성향, 가치, 생활 방식과 같은 개인 간의 차이 그 자체가 더욱 중요해진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이제는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을 실천할 때도 성별·인종·연령과 같은 통계적 지표에 기반한 접근을 넘어, 개인의 고유한 개성과 강점을 인정하고, 이질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재정의해야 한다. 다양성과 포용은 이제 '소수자 보호'가 아닌, '개인의 다름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리더십의 의지와 체계적 변화 관리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의지다. 이후 단계에서는 리더십 그룹이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 및 방향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해야 지속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 또한 변화의 동력을 확보하고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포용 전도사Inclusion Champion'와 같은 변화 촉진자를 임명할 수도 있다. 이들은 DEI 교육을 받은 뒤, 실무 현장에서 동료들이 포용적 사고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안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아가 이들은 일상 속 DEI 실천의 연결고리가 되어, 조직 전반에 포용의 문화를 확산시킨다. 


DEI 내재화를 돕는 프로세스
다양성과 포용은 단일한 규정이나 캠페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에 녹아들어야 하는 마인드셋의 변화다. 이를 위해 기업은 기존 인사 시스템에 몇 가지 프로세스를 더해 DEI를 실질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첫째, 포용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기존의 역량 중심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채용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라인드 채용, 협업 부서나 팀원이 참여하는 피어 인터뷰Peer interview, 다양성 지표 기반의 채용 목표 설정 등이 있다.

둘째, 구성원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조직 내에는 세대, 관심사, 경력, 전문성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직원자원그룹Employee Resource Groups, ERGs'의 운영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조직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 또한 상호 멘토링과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원할 수 있는 복리후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기존의 복리후생 제도는 자녀 학자금 제도, 직계 가족이나 결혼을 지원하는 경조사 지원 프로그램 등 대부분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의 삶을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다. 결혼 정년기의 변화와 비혼의 등장, 40대 또는 50대 직원의 자기 개발 투자, 개인의 다양한 생활 패턴에 따른 유연한 근무시간 필요, 대학교 진학만이 아닌 다양한 진로를 개척하는 자녀를 둔 직원 등 삶의 방식이 개인의 가치와 선택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이를 뒷받침해 더 많은 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넷째, 포용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포용문화 확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교육은 인식을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포용을 실천할 수 있는 언어와 표현 방식을 공유하고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포용을 표현하는 공통의 언어가 정립되면, 논의의 방향성과 속도가 향상되고, 공동의 가치 실현이 보다 수월해진다.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누리는 조직으로의 발걸음
기업의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성원들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리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DEI는 단발성 프로젝트나 사업 실적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의 마인드셋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그 마인드셋은 조직 내에서 반복적으로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고, 결국 하나의 믿음으로 정착된다. 따라서 기업은 DEI를 내재화하기 위해 기존의 인사제도와 직원 몰입 프로그램에 이러한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직원 각자가 고유한 역량과 강점을 발휘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기주도형 성장 프로그램과 역량 기반의 기회 제공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공평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이다.

오래전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 정조는 중용을 공부하며 "지극히 정성을 다하면 본질이 생기고, 본질이 생기면 그것이 드러나고, 드러나면 빛나고, 빛나면 주변을 변화시키며, 변화가 내면화되면 결국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라는 구절을 읊는다. 필자는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정성을 다해 조직 안에서 DEI를 가꿔나갈 때, 그 가치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조직을 변화시키며, 마침내 다른 회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 손여울 상무는 MSD, AXA, Hilti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인사 및 변화관리, 포용 조직문화 분야의 지역 및 글로벌 리더십 직책을 수행했다. 한국, 싱가포르, 홍콩,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에 기반한 조직문화와 이를 활용한 코칭 활동에 관심을 갖고, 인터컬처럴 매니지먼트 퍼실리테이너Intercultural Management Facitlitator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에릭슨Ericsson 한국지사의 인사부에서 그간 쌓아온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손여울 에릭슨 코리아 파트너스 인사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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