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소장의 시선으로 본 AI와의 협업 설계와 HR의 역할
AI는 더 이상 외부 기술이 아니다.
AI 연구소장의 시선으로 본 AI와의 협업 설계와 HR의 역할
제호 : 2025년 8월호, 등록 : 2025-07-23 16: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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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더 이상 외부 기술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조직에서 생성형 AI는 이미 마케팅, 고객 지원, 전략 기획, 재무 분석, 인재 선발, 제품 디자인 등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인간과 나란히 과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조직 내에서 하나의 '동료'로서 기능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단지 인간의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판단하고 제안하며,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흐름에 관여하는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 변화가 아니라, 조직문화, 책임 구조, 권한 배분까지 아우르는 전면적인 조직 재설계를 요구한다.



인간-AI의 협업, 면밀한 구조 설계가 필수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지식노동자가 AI 동료와 협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 조직은 AI와의 협업에 대해 구조적, 문화적, 운영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직면한 본질적인 과제는 'AI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과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은 곧 협업의 작동 방식, 책임의 배분, 성과의 정의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설계를 책임질 최전선은 기술 조직이 아니라 HR 부서이다. 많은 기업에서 기술부서가 AI 도입을 주도하고 있지만, 그 기술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해석하고 설계하는 일은 결국 HR의 몫이다.

하이브리드 팀은 인간과 AI가 동일한 팀 내에서 역할을 나누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협업 단위다. 현재 기업들은 이 형태의 팀 구성을 점차 실험하고 있으며, 월마트Walmart나 버진머니Virgin Money와 같은 선도 기업들은 상품기획, 상담 업무, 리스크 평가 등에서 AI 에이전트를 정식 팀원처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함으로써 인간 구성원이 고차원적이고 전략적인 과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분업에 그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팀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AI의 사고방식, 오류 처리, 피드백 방식이 서로 다름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이질적인 두 존재가 단순히 병존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업무 결과물을 공유하고, 판단을 교차 검토하며, 공동의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진화하려면 협업의 구조가 면밀히 설계돼야 한다.


AI의 협업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
지난 2024년 발표된 'The Human-AI Handshake' 논문은 협업 구조 설계를 위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 논문에서는 인간-AI 협업이 기능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판단의 투명성이다. AI가 어떤 데이터, 알고리즘, 확률적 신뢰도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렸는지를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신뢰와 해석 가능성의 전제가 된다. 실제 협업 현장에서 AI가 왜 특정 결과를 추천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사람은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이는 곧 협업 실패로 이어진다. 

둘째, 인간의 개입 여지다. AI가 제안한 결정이나 예측이 그대로 실행되지 않고, 필요 시 인간이 거부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설계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업무나 윤리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인간 개입이 단지 보조가 아닌, 필수로 제도화돼야 한다. 

셋째, 상호 적응성이다. 인간과 AI가 단순히 역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행동과 피드백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양방향의 피드백 루프를 갖춰야 한다. 이 피드백 메커니즘은 AI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요구된다. 구성원은 AI의 의사결정 과정을 학습하고, 그 한계를 이해하며, 점차 AI를 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용자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협업은 단순한 효율 극대화가 아니라 책임 있는 공동 판단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즉 AI가 제시한 판단의 결과에 대해 인간이 책임질 수 있으려면, 그 판단 과정을 이해하고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조직은 그러한 판단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AI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조직은 빠른 실행력은 얻을 수 있어도 신뢰 기반의 협업 문화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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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Firb AI 연구소장 / 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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