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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알림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내일 오전 급한 회의가 잡혔으니, 자료를 오늘 밤까지 보내달라"거나 "중요한 이슈라 지금 바로 메시지를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곤 한다. 퇴근은 더 이상 업무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으며,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편리함을 넘어 일종의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직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업무시간이 아니라고 해서 상사의 메시지를 외면하는 '답장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떠오르는 개념이 바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이다. 이는 근무시간 외에는 업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권리로, 단순히 '연락을 받지 않을 자유'를 넘어, 디지털 시대 근로자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기본 권한이 됐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일과 삶의 경계를 흐리는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 문화권의 제도적 대응을 시작으로 오늘날에는 국제적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사례는 2017년 최초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입법화한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 매년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협의할 의무를 법제화했고, 관련 주제가 교섭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사업주에게 벌칙 규정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프랑스 노동 환경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 처우 금지 ▲근로자 이메일 하단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 관련 문구 삽입 ▲휴가 중인 근로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메일을 받을 수 없다'는 회신과 함께, 대체근무자에게 메일이 전달되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시행되고 있다. 호주에서도 2024년 '공정근로법 개정안'을 통해 유사한 권리를 입법화했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근무시간 외에 합리적인 사유 없이 근로자에게 연락 내지 응답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벌금을 부여함으로써 업무시간 외 연락에 응답하지 않을 근로자의 권리를 규정했다. 다만 근무시간 외 연락의 합리적인 사유를 판단하는 예외 조항을 두어 권리 행사를 할 때 ▲연락의 사유와 방법 ▲휴식권 방해의 정도 ▲근로자의 시간에 대한 보상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불가피한 업무상 필요 등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제도 운영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독일은 개별 기업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한 자율규제 방식으로 사업장 특성에 부합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실현하고 있다. 다만 2023년 독일 연방노동법원에서는 근무시간 외 연락이라도 업무 지시가 짧고 간단한 경우, 그에 응답하는 것은 근로계약상 부수적 의무이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일찍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그 해석론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관련된 법적 화두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에서 몇 차례 논의됐을 뿐, 아직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입법화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 문제는 기존 법령의 해석에 의존해 간접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근무시간 외 업무 연락으로 직장 내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어떤 법적 쟁점이 뒤따를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슈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과 '시간외근로수당에 따른 임금체불'이다. 근무시간 외 업무연락과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퇴근 이후 상사의 업무연락이나 회신 압박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것인지 ▲그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초래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통상적으로 근무시간 외 연락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섰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에 대해 판례는 연락이 이루어진 기간, 연락의 빈도와 반복성, 연락의 내용이나 표현 방식, 수용 강요 여부 등에 비추어 사회 관념에 따른 개별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근무시간 외 업무연락이 괴롭힘 행위로 인정된 사례'와 '인정되지 않은 사례'를 각각 소개한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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