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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순, HR 컨퍼런스 '원티드 하이파이브High Five'가 열렸다. HR테크기업 원티드랩이 주관하는 하이파이브는 2023년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 명이 참가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HR 컨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기존 HR 컨퍼런스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국내외 IT·테크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기반 인사 트렌드를 생생하게 논의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첫 하이파이브의 부제는 '마주치며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당시만 해도 컨퍼런스 현장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사람들이 다시 마주하는 시점에서, HR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컨퍼런스의 이름이 '하이파이브'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마주치며 나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2024년 하이파이브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부제로 했다. 팬데믹 시기에는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IT기업과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기업 가치는 치솟고 개발자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많은 기업이 현재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어 움직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과열된 분위기가 잦아들며, 실질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기업이 평가받는 옥석 가리기 시기가 도래했다. 이때는 저성장 시대, 기업 생존을 위해 HR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2025년 하이파이브의 주제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챗GPT가 등장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AI는 지금까지 어떤 기술보다도 빠르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기술이 사람을 만났을 때' 코너를 읽어온 독자라면, 이에 따라 HR의 역할과 책임에도 강력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음을 이미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이파이브에서도 인공지능AI은 핵심적인 주제였다. 프로그램 일정표에 따르면, 30개의 세션을 설명하는 해시태그 중 글로벌HR(8회), AI(7회), HRBP(5회), 조직문화(5회)가 상위에 올랐다. 글로벌HR과 조직문화가 보편적인 키워드임을 감안하면, AI와 HRBP가 올해 특히 주목받은 주제임을 보여준다. .jpg) AI는 도구가 아닌 동료다 여러 세션을 들으며 가장 분명하게 느낀 것은,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 컨퍼런스에서는 AI가 HR 업무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위한 기술적 도구로 소개되곤 했다.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AI와 '동료'로서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 에이전트Agent의 등장이 있다. 과거 챗봇Chatbot 형태의 AI가 단순히 텍스트로 소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AI 에이전트는 맥락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미팅 일정을 조율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하거나, 요약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의 일련의 작업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더 이상 수동적 도구가 아닌, 업무 수행의 주체로서 기능하게 된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또 하나의 동료'로서 AI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월, 쇼피파이Shopify의 CEO인 토비 뤼트게Tobi Lütke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가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어떤 팀이든 추가 인력이나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AI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설명해야 한다'는 문장이 주목받았다. 이는 곧, AI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만약 AI의 도움으로 생산성이 향상됐다면, 조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팀원 모두가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재배치하는 것이다. 반면,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AI가 대체한 만큼 인력을 줄이고 조직 규모를 축소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오늘날 AI는 실제로 '동료'로서 일터에 도입되고 있다. HR의 관리 대상도 더 이상 '휴먼 리소스Human Resource'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인간과 AI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리소스Hybrid Resource'를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무를 재정의하고, AI 협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며, 새로운 성과 기준과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어떤 업무를 AI가 맡고, 어떤 업무를 인간이 맡아야 할지에 대한 본질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균형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HR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이번 2025년 하이파이브에서는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동료'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삼성SDS의 세션에서는 조직 내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거버넌스 구조가 소개됐다. 경영진은 AI 도입을 이끄는 '추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AI CoECenter of Excellence를 설립해 각 도메인의 전문가와 AI 기술 전문가가 협업하고 지식을 교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HR은 변화관리의 핵심 주체로서, 현업 리더와 함께 구성원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일하는 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는 전 세계 2,000명이 넘는 HR 인력이 Cross-HR 팀을 구성해 AI 도입과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을 추진해 나가고 있었다. 매달 혁신 포럼을 열어 새로운 기술을 함께 학습하고, 'AI Community of Practice'를 통해 조직 간 베스트 프랙티스를 서로 공유하며, 실제 사용자 경험에 기반한 AI 도입과 확산을 실현하고 있다. 특히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와 '적응적 리더십Adaptive Leadership'에 대한 교육을 전 HR 구성원에게 실시해,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문화와 인식 차원의 전환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GS그룹은 구성원 누구나 스스로 AI를 업무에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룹 내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전담하는 조직인 '52g Studio'를 설립하고, 자체 개발한 플랫폼 'Miso'를 통해 직원들이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AI 에이전트를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장 구성원의 AI 접근성과 활용 능력을 대폭 확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 중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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